가장 높은 당도의 비달 포도를 엄선하여 만든 와인으로,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향이 나고 마멀레이드 혹은 흑설탕이 느껴진다. 강렬한 과일맛과 자연스러운 산도는 오크 숙성에서 오는 바닐라 크림맛으로 부드럽게 마무리 된다. 와인 자체만으로 마셔도 훌륭한 디저트가 되지만, 신선한 과일, 진한 pate, 혹은 고급 푸른 기가 들어있는 크림 치즈 종류와 함께 해도 아주 좋다.

"100만달러짜리 와인저장고", 캐나다 온타리오주(Ontario) 나이아가라(Niagara) 강변에 자리잡은 "이니스킬린(Inniskillin) 와이너리"의 홍보 책임자인 데버러 프랫이 지하 와인저장고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약 30년간 이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에서 생산된 아이스 와인 수백병이 연도별로 보관되는 창고로, 그는 이곳 와인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세계 최대 와인 생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와 위도가 비슷한 나이아가라 강과 온타리오 호 주변에는 와이너리 130여 곳이 몰려 있다. 캐나다는 세계 최대 천연 아이스 와인 생산국이고, 캐나다 전체 생산량의 70%가 나이아가라 일대에서 나온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강을 따라 온타리오 호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방에 끝없이 포도밭이 펼쳐진다. 이니스킬린의 포도밭만도 60만평에 달한다.

1975년 창업 시절부터 이니스킬린에 몸담아 온 프랫은 능숙한 솜씨로 이방인들을 아이스 와인의 세계로 안내한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도 소개되기 시작한 아이스 와인은 특별한 와인이다. 일반 와인은 8∼9월에 수확한 포도를 숙성시키지만, 아이스 와인은 한겨울인 1월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 포도가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면 수분이 증발되며 당분만 남게 된다. 이 농축 진액을 숙성시킨 게 바로 아이스 와인이다. 이니스킬린의 아시아 담당 매니저인 정민영씨는 "한국 동해안의 황태 건조 과정과 흡사하다"고 설명한다.

한겨울을 춥고 건조한 벌판에서 보낸 포도는 일반 포도보다 8∼9배 달다. 가격도 일반 와인보다 4∼5배 비싸다. 자연에서 냉동 건조된 포도의 과즙 추출량은 일반 포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쳐, 아이스 와인 한 병(375㎎)을 만드는 데 포도 10㎏이 소요된다니 비싸다고 타박할 수도 없다. 더구나 먹을거리를 찾아 나선 새떼와 곰, 고라니 등의 공격에 겨우내 매달아 놓은 포도는 속절없이 줄어들게 된다. 나이아가라 강 일대의 포도밭 위에 촘촘히 쳐진 그물망의 용도에 대한 궁금증이 이제야 풀린다. 가격이 비싼 만큼, 아이스 와인은 일반 와인의 5분 1정도씩만 잔에 따라 마시고, 주로 디저트로 이용된다.

아이스 와인은 기후 조건이 무척이나 까다롭다. 여름에는 무덥고, 겨울에는 평균 기온이 영하 8도를 유지해야 한다.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 세 나라에서만 생산되는 이유다. 캐나다에서는 영하 8도 이하에서 수확한 포도만으로 만든 아이스 와인에 한해 품질인증마크(VQA)를 달아준다. 최근에는 냉장고에서 인공으로 얼린 제품도 나왔다. 인공 냉동 아이스 와인은 호주·뉴질랜드·칠레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냉장고에서 얼린 아이스 와인은 신맛이 떨어지고, 금방 질린다"고 한다.

출처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