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2019 보르도 빈티지를 만나다

 

<UGCB 보르도 그랑크뤼 시음회>

 

 

 

그림1.jpg

 

 

 

2020년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이 묶였고 모든 게 자유롭지 못했다. 세계 와인업계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2019 보르도 빈티지는 보르도 와인의 선물시장, 엉 프리뫼르 En Primeur에서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다.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와인 샘플을 연회장이 아닌 택배로 보내야 했고 화상회의 앱을 통해 미팅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지난 11월 24일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 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이하 UGCB)이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하는 <2022 보르도 그랑크뤼 전문인 시음회>가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렸다.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보르도 그랑크뤼 시음회지만 2021년, 작년엔 코로나 19 때문에 개최되지 못했다. 엉 프리뫼르에서도 우여곡절을 겪었던 비운의 2019 빈티지는 한 해를 뛰어넘어 올해 드디어 공개되었다. 

 

 

순탄치 않았지만 마침내 훌륭한 빈티지가 된 보르도 2019

 


4, 5월의 한파와 서리, 우박의 피해를 입은 포도밭은 성장기 동력을 잃은 것 같았지만 개화시기를 잘 맞추며 희망을 품게 되었다. 5월부터 기온이 올라가며 보르도는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맞이했다. 전반적인 물 부족은 7월까지 이어지며 극에 달았다. 다행히 9월부터 서늘해졌고 적절하게 비가 오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덕분에 포도가 완전히 성숙하면서 적당한 수준의 알코올과 농도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해외 언론과 평론가들은 보르도 2019 빈티지가 ‘훌륭하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2019 빈티지는 정교하고 강직한 타닌, 진한 과일 농도, 높은 산도와 신선함을 갖게 되었다. 

 

좌안의 경우, 2018 빈티지처럼 풍성하진 않지만 구조가 좋아 2016 빈티지와 유사하다는 평이다. 고전적이며 농도가 진해서 우아하게 느껴진다. 우안은 2018 빈티지에 더 가깝다며 높은 알코올이어도 산도가 잘 살아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본 시음회에서도 이런 특징들이 잘 드러났다. 메를로의 바디감과 과일향이 돋보여 메를로의 비율이 높은 와인은 마시기에 이른 감이 있어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듯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뛰어난 복합성과 구조감을 보여준다. 탁월한 산도와 풍부한 타닌은 놀라운 숙성 잠재력을 약속했다. 

 

이번 UGCB 시음회에선 직접 방한하지 못한 보르도 그랑크뤼 샤또 관계자들을 대신해 국내의 전문 소믈리에들이 참여해 진행했다. 보르도의 주요 13개 아펠라시옹에 속하는 와인들이 소개되었는데, 특히 매년 발전하고 있는 생 쥘리앙 St-Julien, 뽀이약 Pauillac의 와인들은 세련되었고 기대해도 좋을 만한 탁월한 숙성 잠재력도 갖췄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균형잡힌 뽀므롤 Pomerol의 와인을 시음하며 우안의 2019 빈티지 또한 좌안과 더불어 사이좋게 성공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생테밀리옹 또한 좋은 구조와 함께 무겁지 않고 과즙이 풍부해서 마시기 좋았다는 후문이다.

 

2019 빈티지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더운 여름을 고려할 때 예상보다 더 좋았다. 큰 일교차 덕분에 포도의 산도를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라브와 페삭 레오냠의 드라이 화이트에선 향긋한 신선함과 크리미한 질감이 느껴져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일각에선 뛰어난 2018 빈티지를 능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림2.jpg

 

 

8, 9월의 건조한 더운 날씨 때문에 귀부병이 늦게 시작되어 10월에 완전히 보트리티스 시네리아 botrytis cinerea 균이 포도밭에 퍼졌다. 유명 와인 평론가 젠시스 로빈슨은 “금세기의 모든 ‘홀수’해에 성공해 온 스위트 화이트 빈티지는 2019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소테른 Sauternes과 바르삭 Barsac의 달콤한 와인은 과일과 산도의 균형이 좋아 단 맛이 남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시음회에 소개된 와인 중 몇몇 와인은 개성이 강한 소비뇽 블랑의 비율이 높아 향미가 더욱 풍부하고 신선하다. 이런 깨끗한 달콤함에 반하기도 하지만 클래식한 소테른 스위트 와인의 원형을 반영한 샤또 지로 Chateau Guiraud도 호평의 대상이었다. 

 

2019 보르도 빈티지는 진정한 ‘와인메이커의 빈티지’란 것에 동의한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극적으로 변화하는 기후변화 속에서도 보르도 테루아의 정체성을 녹여낸 와인을 만들기 위한 와인메이커의 전문적인 작업과 노력을 통해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점점 그 어느 때보다 포도밭에서의 작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지를 깨닫게 해준 빈티지라고 할 수 있다.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notice

    [ 와인행사 ] California Wines Alive Tasting 2024

    California Wines Alive Tasting 2024 냉탕 온탕과 꽃샘 추위가 오가는 변덕스런 기상에 식물들도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2월 말~! 강남 갔던 제비보다 더 먼저 새 봄의 초입에 항상 찾아 오는 첫 와인 손님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이다. 캘리포니아 와인 협회(...
    Date2024.03.10 글쓴이손진호
    read more
  2. 잊혀졌던 2019 보르도 빈티지를 만나다

    잊혀졌던 2019 보르도 빈티지를 만나다 <UGCB 보르도 그랑크뤼 시음회> 2020년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이 묶였고 모든 게 자유롭지 못했다. 세계 와인업계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2019 보르도 빈티지는 보르도 와인의 선물시장, 엉 프리뫼르 E...
    Date2022.12.12 글쓴이박지현
    Read More
  3. [와인 추천]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하이트진로, 신상 와인 대거 출시!

    ‘하이트진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 예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띈다. 와인 등 수입주류를 포함한 기타부문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5% 이상 증가했으며, 와인 매출 증가가 이러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는 부분도 눈에 들어온다. 지난 11월...
    Date2022.11.23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4. [인터뷰] 와인 이퀄라이저, 나라셀라 신성호 이사가 말하는 홍보 마케팅의 중요성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연스레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와인전문숍의 와인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마트의 경우 최근 2주간 와인 매출이 15.5% 증가했고 롯데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와인 매출이 전년 대비 12%...
    Date2020.09.04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5. [와인 직업 가이드] 기업의 꽃, 영업사원

    이 글은 지난 달부터 연재를 시작한 [와인 직업 가이드]의 두 번째 글이다. 지난 글에서는 와인수입사 나라셀라의 손희정 과장과 함께 ‘브랜드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았다(“[와인 직업 가이드] 수입사 브랜드 매니저” 참조)...
    Date2020.06.26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6. [우리동네 와인샵] 옥수동 와인샵, 좋은 와인

    <'옥수동 좋은와인'으로 이어지는 계단> 출근길,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익숙치 않은 광경이 눈길을 끈다. 바닥에 붉은 색으로 큼지막하게 와인병이 그려져 있고, 방향을 가리키듯 아래로 향하는 골목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호기심에 계단을 ...
    Date2020.06.10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7. [셰프가 선택한 와인] 임주연의 503테이블 에서 만난 와인들

    요리 깨나 한다는 이들 사이에서 ‘503레시피’란 이름은 익숙하다. 이곳은 10년 넘게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럽의 식문화를 몸에 익힌 임주연 대표가 지난 해 5월 서래마을에 오픈한 쿠킹 스튜디오다. 같은 날, 임 대표는 인근에 &lsqu...
    Date2020.05.29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 12 Nex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