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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오크통으로 인테리어를 한 셀러도어>

 

 

호주는 신대륙 와인 중 짧은 역사를 가진 와인생산국이지만 농축미 있는 와인 스타일로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인기와 지지를 받았다. 오늘날 호주는 뻔하지 않은 다양한 와인 스타일을 선보이며 전세계에서 활기 넘치는 와인생산지가 되고 있다. 특히 서호주는 호주와인산업의 중심, 남호주에 비해 덜 유명하지만 탁월한 와인들이 하나 둘 생산되며 고급와인 생산지로 급부상 중이다. 

 

서호주는 호주의 8개 행정구역 중 가장 큰 지역이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서호주 와인생산량은 호주 전체 와인생산량의 2%에 불과하지만 고급와인 생산량에선 약 20%를 차지한다. 이렇게 서호주가 고급 와인생산지 중 하나로 떠오른 이유는 포도원들이 남서쪽 해안에 모여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서쪽에 인도양, 남쪽과 동쪽엔 남극해가 있어 서늘한 기후대를 형성하며 무엇보다 보르도 기후와 비슷하다. 보르도 품종이 가장 성공했고 남호주 등 타지역에 비해 더 유럽적인(구대륙) 와인을 추구하는 것 또한 기후와 밀접하다. 서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마가렛 리버는 농밀한 과일 풍미 중심의 와인과 대조를 이루는 균형잡힌 우아한 와인으로 유명하다. 

 

지난 10월 14일 와인북까페(논현동 소재)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경험한 아멜리아 파크 Amelia Park의 와인들은, 축복받은 서호주의 테루아에서 태어난 덕분인지 보르도 클래식 와인의 원형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아멜리아 파크는 대륙성 기후의 마가렛 리버와 지중해성 기후를 띠는 프랭크랜드 리버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한국을 첫 방문한 와인 메이커이자 공동 오너인 제레미 고든 Jeremy Gordon은 호튼 Houhton 등 호주의 대형브랜드에서 30년 이상 와인을 생산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에 첫 빈티지 와인을 출시했다. 

 

아멜리아 파크 와인을 소개하기에 앞서 와이너리의 수장, 제레미 고든을 빼놓을 수 없다. 서호주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 메이커 중 한 명인 그는, 우아하고 과일 중심의 복합미와 구조감이 탁월한 와인인 동시에 누구나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추구한다고 한다. 호주에서 와인메이커에게 가장 명예로운 상인 Jimmy Watson Memorial Trophy를 2008년에 수상했고 2017 James Halliday Chardonnay Challenge에서 수상했다. 2015년 International Wine Competition에서 International Winemaker of the Year로 선정되며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와인 메이커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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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urmet Traveller Wine magazine은 2017, 2018, 2019 3년 연속 마가렛 리버에서 최고의 셀러 도어로 아멜리아 파크를 선정했다.>

 

 

훌륭한 와인은 포도원에서 시작된다고 믿는 고든은 2014년 포도밭을 구입하고 마가렛 리버의 심장, 윌랴브럽 Wilyabrup 밸리에 위치한 기존 와이너리를 인수하여 새롭게 아멜리아 파크 와이너리로 오픈했다. 2017년에 와이너리 내 레스토랑을 오픈해서 아멜리아 파크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으로 완벽한 페어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와이너리 건물은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여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며 빗물을 정수해서 양조할 때 사용한다. 와인은, 양조 시 변질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이산화황의 양을 최소한으로 제한하여 내추럴 와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제이와인은 아멜리아 파크의 가장 최상위 라인, 리저브 와인과 프리미엄 라인을 국내에 수입, 유통하고 있다.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아멜리아 파크의 와인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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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 파크 샤르도네

Amelia Park Chardonnay

 

빈티지: 2020
생산지: 서호주 > 마가렛리버 
품종: 샤르도네 
알코올: 13.5% 


마가렛리버에 소유한 포도밭에서 손수확한 포도를 하룻밤동안 냉각한 후 다음날 송이째 부드럽게 압착한 다음 야생효모와 함께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발효한다. 이후 효모 앙금과 함께 9개월 정도 숙성한 후 출시한다. 매우 신선하고 상큼한 스타일로 복숭아, 배, 라임, 청사과의 향이 매력적이다. 적당한 산도와 상쾌한 느낌이 매우 좋다. 여운에서 배와 꿀의 맛이 나고 오크의 영향으로 약간의 부드러운 질감과 바닐라의 느낌도 나서 목넘김이 한결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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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아 파크 리저브 샤르도네

Amelia Park Reserve Chardonnay


빈티지: 2021
생산지: 서호주 > 마가렛리버 
품종: 샤르도네 
알코올: 13%

 

‘아멜리아 파크 리저브 컬렉션’은 가장 좋은 포도밭에서 수확한 최상급 포도로만 만들며 소량 생산되는 아이콘 와인이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새벽에 손으로 수확하고 야생효모를 사용해 발효한다. 풍부한 질감과 풍미를 강화하기 위해 효모 앙금과 함께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0개월 숙성한다. 앞서 소개한 아멜리아 파크 샤르도네보다 섬세하면서도 엣지가 살아있다. 복숭아, 배, 청사과의 향이 나면서 부싯돌 같은 미네랄이 느껴진다. 농밀한 맛이 나지만 잘 정돈되어 있고 산도 또한 세련되어 마실수록 매력있다. 지금 마셔도 좋지만 앞으로 2-3년 후의 맛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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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 파크 쉬라즈

Amelia Park Shiraz


빈티지: 2021
생산지: 서호주 > 프랭크랜드 리버
품종:  쉬라즈
알코올: 14.5%

 

고든은 오래 전부터 프랭크랜드 리버의 쉬라즈가 훌륭하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서늘한 지역에서 나오는 쉬라즈, 론 시라의 스타일과 일맥상통한다고. 아멜리아 파크 쉬라즈는 프랭크랜드 리버에 있는 단일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다. 프랭크랜드 리버는 대륙성 기후 덕분에 과일이 천천히 익는다. 섬세한 풍미와 색을 추출하기 위해 저온에서 발효하고 프랑스산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한다. 한 모금 마셨을 때 고든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곧 알 수 있었다. 강렬한 붉은 색을 띠고 멀베리와 여러 향신료의 향이 잘 어우러져 있다. 검은 자두와 감초, 오디의 맛이 나며 부드럽지만 그리 무겁지 않은 질감과 코팅하듯 입 안을 감싸는 타닌의 느낌도 훌륭하다. 여운에선 모카의 향도 느껴지는 풍성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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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아 파크 카베르네 메를로 

Amelia Park Merlot Cabernet 


빈티지: 2018
생산지: 서호주 > 마가렛 리버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말벡, 프티 베르도
알코올: 14.5%

 

마가렛 리버의 하위 지역, 윌랴브럽 밸리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한다. 카베르네와 메를로를 블렌딩한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으로 클래식한 느낌이다. 산도를 잘 유지하기 위해 기온이 낮은 밤에 포도를 수확한다. 포도밭별로 나눠 발효하고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한 후 마지막에 블렌딩한다. 검은 베리의 향이 풍부하고 숲 속의 향, 아니스, 향신료, 검은 자두의 풍미가 느껴진다. 벨벳 같은 질감과 단단한 구조감이 느껴져 마실수록 클래식한 보르도 와인이 생각난다. 요즘 보르도에선 점점 클래식한 스타일에서 벗어난 와인들이 많은데 이 와인은 놀라울 정도로 보르도 와인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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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 파크 리저브 쉬라즈

Amelia Park Reserve Shiraz 


빈티지: 2019
생산지: 서호주 > 프랭크랜드 리버, 그레이트 서던
품종:  쉬라즈
알코올: 14.5%

 

아멜리아 파크에선 풍부한 색상과 풍미를 추출하기 위해 양조 전 최대 1달 정도 포도즙에 포도껍질을 담궈둔다. 이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포도즙을 저온발효 한다. 새 오크통 40%, 나머진 중고 오크통에서 18개월 숙성한다. 와인은 체리, 모카, 감초의 향미가 풍성하다. 자두와 베리의 맛이 많이 나고 벨벳 같이 부드러운 타닌의 질감이 인상적이다. 우아하며 적당한 산도 덕분에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죽, 향신료의 향이 더해지며 미묘하게 변화한다. 빈티지에서 10년 후를 기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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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 파크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Amelia Park Cabernet Sauvignon


빈티지: 2018
생산지: 서호주 > 마가렛 리버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95%, 프티 베르도 2.5%, 말벡 2.5%
알코올: 14.5%


‘파워풀하고 우아하다’란 두 단어라면 이 와인에 딱 맞는 설명이다. 최상급 포도를 선별해서 줄기를 제거한 후 무려 2개월 동안 포도즙에 포도껍질을 담궈둔다. 낮은 온도에서 알코올 발효를 마치면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8개월 동안 숙성한다. 소량의 프티 베르도와 말벡을 블렌딩함으로써 와인에 복합적인 아로마를 더한다. 블루베리, 블랙커런트와 같은 검은 과일, 제비꽃, 삼나무와 숲 속 흙내음이 잘 어우러져 난다. 매끄러운 타닌, 신선한 느낌과 함께 입 안 가득 느껴지는 무게감이 조화롭다. 흠잡을 데 없는 와인으로 지금도 좋지만 10년 후의 모습이 어떨지 매우 궁금하다. Wine Companion 2022에서 97점을 받았다.

 

 

(수입: 제이와인 02-419-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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