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

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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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펠라 델라 사크라 파밀리아 성당 파사드. 카시네 피에몬테시 협회가 주최한 시음회 개최 장소. 본 협회는  신생 와이너리의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한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해마다  세계인의 주목을 가장  많이 끌었던  단어를 골라 그 해의 단어를 발표한다. 올해의 단어는 백신의 줄임말인 백스(VAX)가  뽑혔고 1년 전에 비해 이 단어의 사용 횟수가  72 배나 늘어난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면 2021년을 가장 잘 압축한 와인  단어는 뭘까. 필자의 생각은  4월 초 구유럽을 동토 왕국으로 내몰았던 봄 서리에  미쳤다. 이 냉해는 포도나무 가지를 막 뚫고 올라온 새싹을 얼어붙게 만들어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 생산량을 전년도에 비해 각각 27%와  9%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봄 서리는  겨울 기온이 온화했던 끝자락에 덮친 거라  충격은 더했다. 특히  온도가 심하게  떨어졌던 4월 7일과  8일  밤은 영화에서나  봤던 장면들이 속출했다. 밭고랑마다 간격을 두고 설치한 난로와 횃불이  밤새도록  타올랐다. 불을 피워 온도하강을 막는 고전적인 냉해 대처법 외에도 중부 이탈리아 움브리아에 소재하는 한 와인 생산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피해를 최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포도밭 한쪽에  설치된  7m  높이 쇠기둥은  내부에 장착된  온도센서가 영하의 기온을 감지하면  기둥의  반이  접히면서 대포 형태를  취한다. 닫혀있던 기둥 입구에서  대형 날개가 튀어나오고  포도밭 위로  온풍을 발사한다.  서리가 내린던 날 밤 이 기계가  발사한  온풍은  1만 8천 평 넓이의  밭을  덥혔으며  속수무책이었던 인근의  밭보다 기온을  5~6도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냉해와  함께  우박의 기습도 이탈리아의  7~8월을  괴롭혔다. 북 피에몬테 주에 위치한 포도밭에 쏟아진 탁구공 만한 우박은 포도가지에서 잎조차 휩쓸어 가버렸다. 또한 남부 이탈리아는 40도가 넘는 더위가 폭염일수 기록을 갈아치웠고 일조시간이  예년보다 6백 시간이 더 길었다.


이런 기상 난조에도 불구하고, 7월 말 시칠리아 섬이 스푸만테 양조에 쓰일 샤르도네와 피노 그리지오를 수확하면서 수확 시즌의 포문을 열었다. 만생종인 바롤로의 네비올로, 타우라시의 알리아니코, 에트나의 네렐로 마스칼레제 포도가  10월 말에 양조장에 입고되는 것으로  포도농사는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  와인 생산량은  4450만 헥토리터로  작년에 비해  9%  줄었으나 한해의  진정한 작황은  수확 시 포도완숙 상태와 건강으로 판단한다. 즉, 포도품질의 기준인  당도, 산도, 폴리페놀 양과 상태를 보는데 올해는 작황이 좋았던 해와  수준이 비슷하다는 평가다. 


기후는 해마다 날씨 패턴을 벗어나고 있지만  생산자들은 이런 변덕에  적응한 상태라 기술과  경험을  적재적소에 매칭할 줄 알게 되었다.  또한 봄 서리 여파로  작년보다 25% 의  손실을 본 토스카나  경우처럼  피해농가는  평지나 계곡 저지대에 몰려있었다. 즉 해발고도 2백~6백 미터의 완만한 기복을 가진 언덕은  피해를 빗겨가 전통적으로 명당자리로  알려진  밭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피에몬테 신생와이너리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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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피에몬테주 돌리아니에서는  카시네 피에몬테시 협회가 주관하는 행사가 열렸다. 피에몬테주 농업특산물 축제로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다. 이틀간 열린 행사의 마지막 날은  다양한 산지에서 온  피에몬테 와인에 할애되었다. 회원은 이제 막 와인업계에 뛰어든 밀레니얼 세대가 오너인  와이너리, 그리고 조상 대대로 포도농사를 지었으나  최근에 와인업으로 전향한 전직 포도재배농이 주류다. 회원 와이너리의  95%는  랑게, 로에로, 몬페라토 지역에 몰려있으며 유서 깊은 모스카토, 돌체토, 바르베라, 네비올로 와인 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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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네 피에몬테시 협회 로고>

 


행사를 유치한 돌리아니는 도시명과 이름이 같은 돌리아니 와인의 본산지다. 돌리아니는 돌체토 품종이 주원료인  순도 높은  와인으로 포도밭 대부분이  5백~6백 미터의  언덕에  분산돼 있어 ‘서늘한 돌체토 와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돌리아니 마을을  축으로 랑게 지역은 바싸 랑가(Bassa Langa)와 알타 랑가(Alta  Langa)로 나뉜다. 바싸 랑가는 돌리아니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언덕 높이가  550미터 이하인 바롤로  와인 지역이 포함된다.  돌리아니 남서쪽 일대는 고지대란  뜻의 ‘알타 랑가’라 불리는데   가장 낮은  곳은  5백 미터에,  가장 높은 곳은  9백 미터에 이른다. 서늘한 기후는 물론 바롤로와 토질이 거의 일치하는 자연입지 조건이 알려지면서 최근에 포도밭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알타 랑가에서 자란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를  샴페인 방식으로  만든 알타 랑가는 빠른 속도로  이탈리아 스푸만테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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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아니는 뷰 포인트가  빼어난  벨베데레 광장(Piazza Belvedere)에  가볼 만하다. 광장과  마주하는 언덕은 가을철에는 매력적인 단풍이 든다. 가을에 돌체토 잎은  노란색 단풍이 드는데  색의 선명함이  다른 나무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광장의 명물은 단연코 빅 벤치다. 가로 2미터에  높이가 180미터나 되는  거인 의자다. 포도밭 경치가 뛰어난 곳에만 설치된다는 빅 벤치는 성인 열 명은 족히  앉을 만큼 넓다. 빅 벤치  뒤로는  12세기 종탑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다 가라고 손짓하고 있다. 돌리아니는  이탈리아 2대 대통령을 역임한 루이지 에이나우디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그가 휴가철마다 내려와서 돌보던  농가와  포도밭은  와이너리로 개조된 뒤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다.  또한 페레로 로쉐와 누텔라 신화를 일으킨 페레로 그룹의 창업주 미켈레 페레로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럼 다시 앞으로 돌아가 카시네 피에몬테시 행사에 선보였던  와인을 살펴보자.  

 

 


랑게 DOC 와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DOC등급인 랑게 와인은  생산지역이 랑게 전체인 대규모 와인 지역이다.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로에로, 바르베라 달바, 돌체토 달바 와인이 나오는 밭을 뺀 나머지 밭에서 나온다. 희귀품종이나 멸종할 뻔했다가  극적으로 회생된 토착품종, 국제 품종 와인도 만날 수 있다. 랑게 로쏘와  랑게 비앙코 같은 블랜딩 와인도 있으나  대부분 와인은 단일 품종 함량이  85%를 초과한다. 후자의 경우  랑게 DOC  다음에 품종명이 따라온다.   
생산자 프로파일은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로에로 와인을 다년간 만들어 온 실력파들로  가성비 좋은 숨은 진주가 가득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랑게 네비올로가  그 예다. 착한 가격과 어린 네비올로 향기가 폭발하는 캐주얼한 스타일이다. 


단일 품종을  85% 이상 사용해서 만든  랑게 DOC 와인을  몇 개만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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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마리아 바르토로메오 Demaria Bartolomeo 와이너리. 로에로 지역에 위치하며 주력와인이  로에로 아르네이스와 로에로 네비올로다>

 


랑게 파보리타 Langhe DOC Favorita


파보리타는 ‘최애’란 뜻의 품종 이름이다. 이탈리아를  최초로 통일하고 이탈리아 왕국 초대 왕에 등극한 빗토리오 에미누엘레 2세가 가장 아끼던 와인이라고 한다. 리구리아 주로부터  17세기경 피에몬테에 전해진 품종인데 원래 이름은 베르멘티노다. 리구리아, 사르데냐, 토스카나 해안이 잘 알려진 산지다. 이곳 베르멘티노 와인은 짙은 노란색을 띠고 바다의 염분이 베인 열대과일 향과 허브 향이 매력적이다. 반면, 파보리타 색상은 엷은 노란색에 가깝고  산도가 날카로운 반면 아로마는 단순하지만 선명하고 깔끔하다. 특히 모래가 풍부한 로에로산 파보리타는  아삭한 산미와 청사과 향이 매력적이다.

 


랑게 아르네이스 Langhe DOC Arneis


아르네이스 와인은  순수한 과일향과 원만한 산미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로에로 지역의 로에로 아르네이스가 인기를 주도하고 있지만 랑게에서 골고루 나고 있는 랑게 아르네이스도 빠르게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두 와인의 차이를 보면 로에로 아르네이스는 주품종의  95% 이상이 아르네이스이며 로에로 지역에서 재배, 숙성, 병입을 마쳤다. 알코올 발효가 끝난 후 잠시 숙성시킨 다음 출시하는 아르네이스,  1년  숙성한 아르네이스 리제르바 그리고  스푸만테가 있다. 반면, 랑게 DOC 아르네이스는  포도밭을 로에로 지역 내로 하되  숙성과 병입은 로에로 지역 밖이나, 랑게 지역 내에서 재배, 숙성, 병입이 이루어진다. 아르네이스  최소 함량은  85%를 초과하며  드라이 타입의 아르네이스와 달콤한  파시토 타입이 있다.
 

 

 

돌체토 와인의 새 시대를 열다- 돌리아니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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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쪼 마리오 Cozzo Mario 와이너리. 다년간 돌리아니 와인 제1  인자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돌리아니 와인은  돌리아니 마을과 주변 21군데 마을에서 재배한 돌체토로 만든다. 와인 중심은 검붉지만 잔의 벽과  닿는 부분은 보랏빛이다. 딸기, 장미, 체리향이 싱그럽고  후추, 피망의 스파이시한 향이 풍미를 드높인다.  타닌과  산미가 무난하며  알코올과  바디도 적당해 가벼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사실, 돌체토의 무난한 개성은 아킬레스 건이다.  타닌과 숙성 잠재력을 겸비한 네비올로의 고급 이미지, 모든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며 가격과 품질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바르베라 틈 사이에 끼여 이렇다 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편, 포도밭 시세가 비싼 곳은  수익성이 좋은 네비올로로 교체하기 위해 돌체토를 뽑아버린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돌리아니 생산자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돌체토는 먼 옛날부터  포도밭을 지켜온 농민 와인이라는 의식이 강하게 남아있다. 한때는  kg당  매매가가  네비올로를 추월했던  돌체토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일단, 알프스와  인접한  250~700 미터의 고지대 언덕에서 경작한   포도만 사용해 아로마와 산미의 신선도를 강조했다. 모든 밭은  토양 특징별로  71군데로 세분화 했는데  이를  UGA (추가 지리 단위)로  지정해 놨다. UGA는 세분화된 밭을 말하며 특정 밭에서 나온  포도로만 만들었을 경우 라벨 표시를  권고하고 있다.

 

와인 타입은  아로마를 솔직 대담하게  표현한  돌리아니 (기본 타입)타입과  복합미와 밸런스를 겸비한 돌리아니 수페리어 타입이 있다. 기본 타입과 수페리어 타입의 차이는 시판일인데 전자는 수확 시점에서 이듬해 초반부터  시판 가능하며 후자는  숙성기간을  최소 12개월로 정해놨다.  대형 오크나  시멘트에 숙성한 수페리어 타입은 숙성 잠재력이 5~6년 늘어나며 네비올로의 매력인 제비꽃, 장미꽃 향을 피운다.

 

 


바르베라 와인의 정답- 바르베라 다스티와 바르베라 달바

 


20개 주 연합으로 이루어진  이탈리아에서 바르베라 와인은  12개 주에서 나온다. 생산량만 따지면  4번째 순위에 오를 만큼 이탈리아 국민 포도다. 바르베라 생산지가 이탈리아 곳곳에 뻗어 있다는 것은  지방 성향이  다분히 담긴 바르베라를 만날 확률이 높다는  말과 같다.  로제 와인, 람브루스코 같은 약발포성 타입, 약초 뿌리에 우려낸 디저트 와인 등 무궁무진하다. 본산지인 피에몬테주는 제품 라인에 바르베라가 없는 와이너리를  찾는 게 더 쉬울 만큼  모세혈관  생산망을 자랑한다. 바르베라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은  웬만한 바르베라는 다 맛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식당이 몰린 곳에  음식이 더 맛있다는  한국 상식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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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Tojo 와이너리. 파보리타, 모스카토 다스티, 바르베라 다스티가 주력와인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친숙한 바르베라 와인은  바르베라 달바와 바르베라 다스티를 들 수 있다. 이 와인들은 포도 재배지가 다르다는  차이 외에도 다음과  같이 차별되는 세부 특징이 있다. 


바르베라 달바 원산지인  랑게의  기반암은 해저를 이루던 석회암이  1천2백만 년~7백만 년 전에 융기한 거다. 바르베라 밭은  언덕 중간과 하부에 포진해 있으며 기온이 대체로 서늘하다.  반면, 바르베라 다스티는 토양성분은 동일하나  랑게 보다 훨씬 뒤인   2백만 년 전에 솟아올랐다. 밭 위치는 사방이 다 보이일 정도로 높고  정남을 향하고 있다. 즉 랑게에서 최고의  밭은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 원료인 네비올로가 차지하 듯 몬페라토나 아스티 지역은 바르베라 다스티에 쓰이는  바르베라가 재배된다.


바르베라 달바는  기본 와인인 바르베라 달바와 오크 숙성한 바르베라 달바 수페리오레의 두 타입이 나오며   바르베라 함량을 최소 75% 로 정해놨다. 바르베라 다스티는 수확한 뒤  몇 개월 후면 시판하는  바르베라 다스티와  숙성기간이 12개월인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 오크 숙성기간을  24개월 의무로 하는 니짜 등  와인 선택폭이 넓다.

 


네비올로의 무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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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나 아벨로니오 로베르토 Cascina Piccaluga di Abellonio Roberto 와이너리.  알바에 소재하며 바르바레스코와  바르베라 달바 생산에 올인하고 있다>

 


종종 네비올로의 어원을 ‘안개’에서 찾지만, ‘귀족답다’는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  노빌레(nobile)와  발음이 비슷한  이유로 귀족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까다로운  네비올로를 귀족의 입맛에 맞게 만들려고 애썼을 포도농가의  땀이 보인다. 


네비올로가 바롤로 와인으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사보이 왕실과 귀족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바롤로 마을에 거대한 네비올로 밭을 소유한  탄크레디 팔레티 후작은  프랑스 귀족 출신 줄리에타 콜베르와  결혼했다. 보르도 와인에 소양이 깊었던 후작 부인은  스위트한 맛을 내던 네비올로 와인에서  당시 품질 와인의 기준인 보르도 와인의 묵직함과 숙성 가능성을 꿰뚫어 보았다. 곧 부부는 바롤로 성 지하를  양조시설로 채우고  다양한 실험을 반복한 뒤 드라이한 와인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당시 기준으로는 파격적이었던 새로운 네비올로는 탄생한 지명을  따 바롤로라 불렀다. 


같은 시대 서남쪽에 있던 카밀로 벤소 카브루 백작의 영지, 그린자네 카브루 성에서도 다른 시도가 있었다. 바롤로 와인의 맛에 반한 까를로 알베르토 왕은 양조학적으로 완벽한 네비올로를 원했다. 바롤로 와인의 성패는 잔당을 남기지 않는 완벽한 알코올 발효와 거친 타닌 맛 개선에 달려있었다. 이러한 고난도의 기술적인 부분은  양조 전문가인  F. 스타리에노와 루이 오다가 전담했다. 


일부 보드로 샤토만 사용하던 Gervais발효조를  수입해서 사용했는데  알코올 발효 온도 조절이 가능했고 내부가 금속소재로 만들어져 산화의 원인인 산소 투과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또한 펀칭 (알코올 발효 중  떠오르는 부유물과 와인을 섞어 침용을 촉진)을 시도했고 청징, 산화방지와 멸균성을 높이기 위해 아황산을 첨가하는 등 현대 바롤로 양조 매뉴얼이 완성되었다.  그 당시 첨단 양조기술과  두뇌가 만나 안정성을 얻게 된 바롤로를 사보이 왕실이 가까이했고 왕실 소유 와이너리를 설립하는 등 바롤로는 왕의 와인으로  격상되는 계기를 맞이한다. 


네비올로 산지는  랑게에 집중되어 있다. 랑게의 젖줄로 불리는 타나로 강이 알바 시를 관통하는 지점은 세계 유일한  네비올로  재배환경을 제공한다. 타나로 강 남부는 석회석 토양의  장기 숙성력과 우아함을 지닌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산지다. 강 북쪽은 모래 비율이 높은 토양의 특징인  조기 숙성력과 아로마의 신속한 발현력을 앞세운 로에로 지역이다.  


네비올로는 고가의 장기 숙성 스타일과 병행해서  적당한 가격에  편안함을  선사하는 캐주얼 스타일을 추구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랑게 네비올로와 네비올로 달바로   20년간 꾸준히 DOC 자리를 지켜오면서 스타일의 차별성과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혀 왔다.


랑게 네비올로: 생산지역이 타나로 강 남북 유역을 아우르는 광활한 지역이다. 네비올로 밭을 따로 지정하지 않아  포도밭 제한에서 자유롭고 숙성기간이나 용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다른 레드 품종의 블렌딩 비율을 최대 15%까지 허용해  와인메이커의 개성 표현이 자유롭다. 


네비올로 달바: 로에로와 일부 바롤로 동부와 맞닿은 마을로 제한하고 있어 재배면적이  좁다. 생산규정은  네비올로 품종만 허용하고  숙성기간과 용기도 엄격하게 정해놨다. 숙성기간에  따라 네비올로 달바(12개월)와  네비올로 달바 수페리오레가 있다(18개월 중 6개월은 오크 숙성). 포도는 DOC등급에 지정된 밭에서만 나온 것으로 정해놨다. 경제사정상 DOCG  밭 소유가 쉽지 않은 와이너리들이  이 와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수준  높은 와인이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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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토 Vietto 와이너리. 바롤로지역에 소재하며 주력와인은  바롤로와 랑게 나스체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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