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

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남부의 뿌리’란 뜻을 지닌  와인 축제가 있다. 이탈리아 원어로는 ‘라디치 델 수드Radici Del Sud’다. 여기서 남부라는 레이다에 걸려든 장소는  캄파니아, 몰리제, 아부르조주와 그 아래 세 개주를 아우르는  6개 주와  시칠리아, 사르데냐 섬을 이른다. 부츠로 상징되는 이탈리아에 대입하면 발목 밑 부분 즉, 코와 굽에 일치한다. 


하필 이름을 남부의 뿌리라 지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먼저, 기원전 8세기  남이탈리아는  마그나 그라이키아( 大 그리스)라  불렀다. 본국보다 모국인이 더 붐볐고 이들이 누린 문화 수준은 본토와 막상막하였다. 그리스인은 분신이나 다름없는 이곳의  엄청난  와인 가능성을 눈치채고  본토의 포도를 이곳에 옮겨왔다. 후에 식민지가 포도밭 지천으로 변하자 흡족해진 정복자들은 ‘ 와인의 땅’이란 뜻의 ‘에노트리아’별칭을 하사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음용하던 와인은 시공을 초월해  후손들도 마시고 있다. 이 정도면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근거가 충분하지 않을까.


6월 10일 개장했고  16일 막을 내린  축제의 주무대는 풀리아주 산니칸드로 디 바리Sannicandro di Bari였다. 행사의 화룡점정은 와인 경연대회가 찍었다. 참가자격이 남부 이탈리아 토착품종에만 한정되는 유일한 대회다. 두 가지 점에서 동류 행사와 차별된다. 우선,  품종별로 순위를 매긴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프리미티보 품종 부문 1등, 네그로 아마로  품종 부문 2등  식이다. 다음은 심사원 자격과 구분 방식이다. 심사원은 와인 저널리스트이며 국적별로 이탈리안 그룹과  해외 그룹으로 묶었다. 각 그룹은 다시 두 그룹으로  세분해 총 네 개 그룹이 심사를 한다. 그래서 우승 와인 명단을 보면 그룹 별로  열거되어 있다. 그룹별 선호 와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흥미롭고 이는 입 맛의 차이를 반증한다.  올해는 150군데 와이너리가 출품한 350개의 와인이 경연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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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경연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생산자들. 왼쪽부터  Tenuta Giustini와이너리  Vecchio Sogno 와인. Vigne Guadagno와이너리  Metodo Classico Brut스푸만테 .  Di Prisco 와이너리 Greco di Tufo 와인>

 


와인 경연대회와 병행해  풀리아 와이너리 방문, 맛집 탐방, 와인 산지에 인접한  시티투어 같은 부가 행사가 풍성했다. 비록 단기간이었으나 남부의 원 뿌리는 아니더라도 잔뿌리라도 더듬을 수 있는 기회였다. 

 

 


“네그로아마로의 본고장”
이오니아 해의 진주, 갈리폴리 Gallipoli

 


풀리아 최남단의 살렌토 반도는 이탈리아 반도의 굽에 해당한다. 굽 동쪽에는 아드리아해가 넘실대며 서쪽은 이오니아해와 접한다. 이오니아 해  해변에는  옛 시인이 ‘이오니아 해의 진주’로 빗댄 갈리폴리가 빛을 발한다. 그리스어로 ‘아름다운 도시’란 뜻의 칼리스 폴리스에서 어원이 유래할 만큼  바다와 빼어난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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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리폴리 해안의 항구와 코발트 빛 이오니아 해>

 


요즘은 갈리폴리에 가려면  16세기에 축성된 다리를 건너야 하지만 예전에는 지협이 대신했다.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바위 끝에 갈리폴리가 세워졌고 좁고 긴 땅이 살렌토 반도를 잇고 있었다. 중세 말, 해적이 자주 출몰하자 주민들은 도시 주위에 높은 성벽을 쌓고  외부세계와 단절했다. 덕분에  중세도시 형체는 보존할 수 있었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길은 유려한 장식을 차려입은 건물들로  빼곡하다. 장식은 피에트라 레체제(Pietra Leccese)라는  노란빛 도는 대리석을 깎아 만들었는데 해풍에 마모된 디테일이 빈티지 느낌을 준다.

 

 

그림3.jpg<갈리폴리 항구 근처 어시장의 생선가게 >

 


갈리폴리를 비롯한 살렌토 반도는 전기와 전구가 등장하기 전 유럽의 어둠을 밝히던 올리브유의 최대 공급지였다. 태울 때 그을음이 적고 오래 타서 등불용 기름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하지만 갈리폴리는 너무 더운 게 문제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지하 착유장(frantoio ipogeo)이다. 착유장은 지하 2~3 미터에  들였는데  항시 영상 20도를 유지해 올리브유가 변질될 염려가 없었다. 전성기 때는 도시 전체에  35개나 성업했었다고 한다. 내부는 연자방아를 중심으로 수확한 올리브를 저장하던 창고(레 샤게, le sciaghe), 당나귀 우리, 압착기, 압착한 올리브유를 담아두는 저수조가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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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유장Frantoio Ipogeo은  365일 24시간 가동했고 노동자는 숙식을 이 안에서 해결했다. 일이 많아서 바깥출입이 어려웠고  외부 공기를 마시고 싶을 때는 벽에 난 조그만 창을 통해서나 가능했다고 하니 얼마나 격무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이 표현을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품종에 빗대면  모든 네그로아마로는  살렌토로 통한다. 네그로아마로가 소량이라도 들어간 풀리아 와인이  20여 종인데  살렌토가  원산지인 와인이 11종을 차지한다. 풀리아에 이 품종이 최초로 출현한 시기 및 전달자와 관련해 2천 5백 년 전 그리스인이었다는 설이 유력했었다. 그러나 최근 발견된 고문서는 1300년 경 터키 출신 동방정교 수도사를 지목한다. 어원은 흑색을 뜻하는 라틴어 niuru와 그리스어 mavro에서 왔다는 주장이 신빙성 있다. 강한 햇빛과 건조한 날씨에 내성이 강한 네그로아마로는 살렌토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다. 아로마가 풍부한 반면 혀에 남는 쓴 맛이 옥의 티지만 말바시아 네라를 블랜딩하여  쓴맛을 없앤다.


 

네그로아마로, 한계에 도전하다

 


"5세기 된 포도밭의 전통 맛"
칸티나 코폴라 Cantina Coppola 1489  와이너리


와이너리 로고에 새겨진 1489는 와이너리 원년인 해이며 코폴라 가문과  쿠티 가문이 결혼으로 맺어진 해다. 신부가  지참금으로  가져온 8헥타르의 포도밭은 확장을 거듭해 18헥타르로 불었다. 2012년에는 밀라노 몬자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역사 깊은 기업 등록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al Companies)’에 등재됐다. 


지참금으로 가져온 포도밭은 신부 이름을 따  ‘리쿠티Li Cuti’로 지었다. 여기서 자란 네그로아마로로  코폴라 최상급 와인이 빚어진다. 4시간 우려낸 포도즙을 저온 발효한 리쿠티 로제 와인은 옅은 핑크빛을 내비치며  체리, 딸기 향이 싱그럽다. 다양한 스타일을 개발해 네그로아마로의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칭찬도 듣고 있다. 부드럽게  압착한  즙을 발효한 Roci 화이트 와인과  샴페인 방식으로 만든  Brut 스푸만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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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대인  니콜로와  그의 아들 까를로 안토니오는 근본적 개혁을 단행했다.  와인품질 상승은 물론  네그로 아마로 스타일 다변화에 힘썼다.  부자는  캠핑 빌리지 사업에도 투자했는데  이는 살렌토 내  최초의 와인 휴양지로 꼽힌다. 캠핑장 내부에 직영 레스토랑, 와인 양조와 숙성실, 테이스팅 룸을 들여  와인투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타고난 와인 덕후"

알레산드로 본세냐 Alessandro Bonsegna


1980년 알레산드로 본세냐는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낸다. 알레산드로는 소년 시절부터 와인 덕후 기질이 다분했는데  방과 후 양조장으로 곧장 달려가 가업을 도왔다. 소년의 가슴에  와인메이커의 꿈이 얼마나 깊게 새겨졌으면  의무교육을 마치자마자 가업에 뛰어들 정도였다. 어깨 너머로 배운 양조는 오너 와인메이커 자질을 쌓는데 크게 기여했다. 20헥타르에 연 15만 병의 생산실적을 보이는 유기농 와이너리다. 와인은 세 개 브랜드가 있는데  단제 델레 콘테사Danze della Contessa라인은  본세냐에 다수의 상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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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자 델레 콘테사 Danze della Contessa는 ‘백작부인의 춤’이란 뜻이며 로제 와인과  두 종류의 레드와인이 시판 중이다.  네그로아마로, 말바시아 네라의 블랜딩 와인. 슬로우 푸드 와인 평가지로부터 끼오촐라(달팽이) 마크를 얻었는데  관능 부분, 지역성, 환경기준에 적합한 와인에 수여한다>

 


 

풀리아주의 맛, 그 뿌리를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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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베끼아, 오레끼에테 거리>

 


바리는 풀리아주의 수도다. 바리를 단 시간 안에 보려면 바리 베끼아Bari Vecchia를 집중 공략하면 된다. 바리 베끼아는 바리 고지구란 뜻인데  비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예전에는 범죄의 온상지였지만 정화사업 이후 안전한 거리로 거듭났다. 한마디로  골목에 들어서면 주인 허락 없이 타인 집에 불쑥 들어간 기분이 든다. 골목길은  복도 역할을 하고,  좌우로 앞뒷집 정문이 마주 보고 있다. 반대쪽  베란다와 연결한 줄에 걸린 빨래가 펄렁거리며 개방된 문안 쪽에는 파스타가 가스렌지 위에서  끓고 있다. 가장 붐비는 길은 오레끼에테 거리다. 오레끼에테는 귓불 모양의 전통 파스타다. 집 앞에 가판을 차려놓고 부녀, 고부, 이모 지간에 수다를 떨면서 오페끼에테를 빚는다. 판매도 하는데  1kg 단위로 팔며  5유로 정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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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냄새가 자욱한 골목을 걷다보면  수시로 코를 킁킁거리게 된다. 후각세포를  자극하는 범인은 바로 포카차 바레제다. 피자와 닮았으나 직경은 좁고 두께는 도톰하다. 도톰한 빵에 얹혀있는 토마토, 올리브, 오리가노를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침이 고인다. 포카차 바레제가 최고의 맛을 발휘할 때는 오븐에서 막 꺼낸 순간이다. 토마토는 용암처럼 끓지만 입안에  터지는 달콤 시큼함에 혀가 데이는 줄도 모른다. 맛의 성패는  올리브 유, 토마토, 밀가루가 풀리아산인지 여부에 달려있다. 토마토는 칼로 자르면 안 된다는 철칙이 있다.  손으로  깨트린 토마토를 듬성듬성 잘라야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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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차 바레제 focaccia barese>

 

 


조이아 델 콜레 프리미티보의 비밀, 바위산

 


바리에서 서쪽으로 즉, 아드리아해와 등을 지면 구릉지대와 마주한다. 풀리아 내륙지방을 사이에 두고 아드리아해와  산이 평행으로 달린다. 일련의 능선을 알타 무르자  Alta Murgia라 하며,  해발 평균이 4~ 5백 미터 정도에,  최고봉은 674미터다. 겨울에 눈이 내리고  기후에 맞추어 와인 생태계, 음식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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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차 칼카레 roccia calcare >

 

 


조이아 델 콜레 프리미티보 산지는 알타 무르자 산 속에서 자리 잡고 있다. 부츠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에서 굽이 시작되는 곳이다. 땅 속은 로차 칼카레라는 석회석이 굳어서 형성된 돌산이 채우고 있다. 광물이 풍부한 돌산은 와인의 산도를 높여주고 프리미티보에게는 더없는 영양의 보고다. 그래서 바위를  잘게 분쇄해서  뿌리가 깊이 침투할 수 있게 한다. 피에트라 벤토소 와이너리에 갔을 때 마침 포크레인이 단단한 바위를 부수고 있었는데, 마치 바위의 완강함과 인간의 치열함이 결투를 벌이는 듯 했다. 바위의 은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포도 결실률은 1그루당 400~600g으로 급감하는데, 결과적으로 열매는 모든 에너지를 아로마를 농축하는데 집중한다. 거기다 잘게 부순 돌멩이를  밭에 뿌리면  흙이 닿는 곳은 그늘이 지고  습기 증발을 막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진다.

 


돌과 바람의 프리미티보

 


피에트라 벤토소 Azienda Pietroventoso는  라파엘레와 그의 아내가 가꾸어가는 와이너리다. 와이너리 이름인 피에트라벤토사는 ‘돌과  바람’을 뜻한다. 이곳 환경에 딱 들어맞는 절묘한 작명이다. 9월 초에 거둔 프리미티보와  30일 뒤 수확한 알리아니코를 블랜딩한 에스트로자 Est Rosa 로제는 산호빛을 발하며 라즈베리, 딸기, 체리향이 감미롭다. 청량한 산미가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음유’라는 뜻의 알레고리아 프리미티보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9개월 머문 뒤 곧바로 출시했다. 커피, 블랙베리 ,흑 자두, 부싯돌 향의 매력이 코를 휘감는다. 리제르바는 품종은 같으나 오크 숙성을 24개월 한 뒤 병 숙성을  18개월  추가했다. 오렌지, 자두, 블랙베리, 타바코, 가죽 향이 다채롭다. 떫은맛이 적당하며 매끄러운 질감이 혀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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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에 탄생했으나  단기간에  감베로 로쏘, 데칸터,베로넬리 가이드, 슬로우 와인, 와인 엔수지애스트 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풀리아 토착품종의 입지전적 인물, 안토니오 콥피

 


안토니오 콥피는 카르피네토 등 다수의 와이너리를 두루 거치면서 양조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친분이 깊었던 대선배로부터 자신의 와이너리를 맡을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는다. 항시 독립할 기회를 엿보던  안토니오는 “이때다” 싶어  선배의 양조장을 인수했고  가족 포도밭과  결합해 1992년 콥피 카사 비니콜라를 출범시킨다. 현재 밭 규모는 2백 헥타르로 늘었고 프리미티보, 말바시아 네라, 네그로 아마로, 알레아티코, 팔랑기나 등 풀리아 토착품종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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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토레 Senatore  프리미티보는  전 상원의원을 지내기도 했던 오너, 안토니오 콥피에게 헌정하는 와인이다. 수령 30년인 프리미티보 품종의 놀라운 힘이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후추, 자두, 체리, 정향, 가죽, 민트향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타닌이  입안에 저절로 구르는 듯한  매끈함에 빠져든다.

 


또 다른  남부의 뿌리, 봄비노 비앙코와  네로 디  트로야

 


바리 북쪽, 카스텔 델 몬테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체치 가족은 네로 디 트로이야 와인을 2세기 넘게 양조해 온 유서 깊은 와이너리다. 8세대인 카를로 체치가 경영을 맡은 후  유기농을 거쳐 비오 다이내믹 와이너리로 거듭났다.  2011년도에 Demeter인증서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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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Panascio  Castel del Monte DOC  순수한 봄비노 비앙코 품종와인.  풀리아주 밖에서는 트레비아노 아부르쪼, 파가 데비트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덥더라도 산도와  알코올 도수는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효모 앙금과 와인을 자주 섞으면서 숙성했다. 레몬, 마가렛꽃, 이스트, 견과류 향이 난다.  (우)Castel del Monte DOC  Parco Marano. 네로 디 트로이아 품종 100%. 그리스 신화 영웅인 디오메데스가  풀리아에 들여왔다고  전해진다.카를로 체치의  네로 디 트로이아 와인은  타닌이 매끄럽고 산미와  밸런스가 좋고 구조가 치밀하다.>

 


기후에 예민한 것이 음식만 한 것이 또 있을까. 그렇다면 풀리아 음식은 온도 센서에 비교하는 게 맞다. 바리와 갈리폴리에서 생선이나 파스타를 먹고 있을 때 무르자 산골 식탁에는 살라메, 숙성치즈, 육식이 올라온다. 한 번은 바리의 유명한 맛집에 간 적이 있다. 계절 특선요리를 시켰더니 생선회 모둠이 나오는 게 아닌가. 레몬 조각 주위로  홍합, 칼라마리, 새우가 신선도를 뽐내고 있었다. 생선회가 아시아 전통인 줄로만  알고 있던 내 두뇌는 순간 일격을 맞았다. 생선회의 단짝은 와사비가 아닌가. 와사비가 없으면 핫소스라도  달라고 주인장에게 부탁했다. 그의 표정애는 ‘핫소스라니, 당치도  않아’가 역력했다. 주방을 향한 그의 뒷태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난 그의 손에는 고추가 유영하는 올리브유 병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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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아식 생선부에야스에  익힌  투베티니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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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엘라 바레제 리조토 tiella barese risotto. 홍합, 감자, 쌀을 홍합 국물에 자작하게 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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