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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바다의 산조베제 -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Morellino di Scansano”

 

 

 

<이 글은 "2021 안테프리마에 데뷔한 TOP 8 와인의 동향 (3부)"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토스카나 와인루트는 크게 두 군데로 나뉜다. 남 피렌체에서 출발해서 시에나를 지나  발도르차 유네스코 공원 쪽으로 방향을 틀어 몬탈치노와 몬테풀차노를 훑는 내륙 루트가 그 중 하나다. 이 루트는  토스카나의 전통 산조베제 산지를 둘러보기에 적당하다. 와인루트를 따라 도로 양옆에 빽빽이 들어선 사이프러스 가로수길과  포도밭, 올리브 농장의  목가적인 경치가 볼만하다.   


다른 하나는 수퍼 투스칸의 발생지 볼게리를 지나 티레노 해안 도로를 타고 내려오면서  마렘마 지역을 도는 해안 루트다. 이 루트는 수퍼 투스칸 발 국제 품종 와인의  엄청난 파급력이 곳곳에 스며있는 신토스카나 와인의 역동성 그 자체다. 넘실대는 바다, 바다가 반사한 햇빛을 받아 농염하게 익어가는 포도와 해송이 드리우는 시원한 그늘이  지중해 정취를 풍긴다.


해안 루트 종점인  토스카나 최남단에서 만날 수 있는  와인들은  마렘마 와인으로 통칭된다. 종류를 들자면 수베레토(Suvereto DOCG), 몬테쿠꼬(Montecucco DOCG),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Morellino di Scansano DOCG), 토스카나 (Toscana IGT)를 들 수 있다. 마렘마(Maremma)의 어원은 라틴어  마리띠마(Marittima)에서 왔으며 바다나  바다에 인접한 지역을 뜻한다. 이런 연유로 ‘바다의 와인’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익숙한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Morellino di Scansano)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주된 품종이 산조베제( 85% 이상)인  레드 와인으로, 지명인 스칸사노(Scansano)와  모렐리(Morelli) 토종말의 결합어다. 


와인 이름을 토종말에서 빌린 이유는 뭘까? 스칸사노가 속한 마렘마 지역은  최근까지도  습지와 말라리아로  악명이 높았다. 로마제국 시절에는 개간 정책과 이주민 장려책에 힘입어 비옥한 농토와 소 방목이 번창했다. 이곳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로마제국 속국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로마제국이 쇠퇴하면서 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농토는 버려진다. 황폐해진 땅에 하천이 범람했고 숲이 점령하면서 말리리아의 온상이 된다. 습지의 참담한 상태는  1829년 간척사업을 지휘하러 이곳에 왔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페르디난도 3세 토스카나 대공의  참사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인이 추진한 마렘마 간척사업은 1세기 후  베니토 무솔리니가 완성한다. 


한편,  마렘마를 관할하는  그로세토 지방의 귀족이나 관리들은 습한 기후와 말라리아를 피해 스칸사노 마을에서 피서를 즐기는 전통이 있었다. 보통 6월에 시작해서  10월에 끝나는 이 긴 바캉스를 에스타타투라(Estatatura)라 하는데  귀족 입장에서 보면 생존을  위한  도피라 할 수 있다. 바캉스 행렬은  대규모 이사를 방불케 했는데 이때 모렐리 토종말이 끄는 수레가 짐과 사람을 실어 날랐다. 에스타타투라 철에 스칸사노는 마렘마 지역의  반짝 수도로 번성했고 귀족들의  식탁에 오를  와인의 수요도 급증했다. 스칸사노 인근의 와인 경제는  반짝 경기를  부양하는 식으로 연명했다.


모렐리 토종말은 힘이 좋았고 짙은 피부색을 지녔다. 스칸사노 와인을 마셔 본 사람들은  믿음직한 모렐리의  피부색과 힘이 전신에 퍼짐을 느꼈다. 그래서 작고 귀여운 동물을 뜻하는 접미사 ‘노 no’ 를 붙여  모렐리노라 했다. 모렐리노는 후에  와인 이름 뿐만 아니라 산조베제  품종 자체를  지칭하는 단어로 정착한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마을

 


행정구역상 그로세토 지방(Grosseto Province)에 속하며  7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포도밭 면적은 1천 5백 헥타르 정도이며  중앙에  스칸사노 마을이 위치하며 주변을  6개 마을이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다.  스칸사노를 축으로  서쪽에는 그로세토( Grosseto),  말리아노(Magliano) 마을이,  동쪽에는 로깔베냐(Roccalbegna), 셈프로니아노(Semproniano), 만차노(Manciano), 캄파냐티코(Campagnatico)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규정은  스칸사노 마을 전체를  생산 허용지역으로 정했고  6개 마을은 일부 지역만 허용하고 있다.

 


그림1-1.jpg <모렐리노 와인 지역. 붉은 색 테두리 안. 이미지  Morellino di Scansano 와인 컨소시엄)>

 


자연환경

 


서쪽에는 티레노 해안, 동쪽으로  갈수록 구릉지대로  변하는  서저 동고 지형이다. 토양층은 깊지 않으며 땅 표면에 바위가 솟아나 있다. 구릉지는 동편에 아미아타 산(Monte Amiata)이 버티고 있는데 차가운 동풍을 막아준다. 여름에 불어오는 티레노 해풍은  달궈진 포도의 체온을 낮춘다.  여름과 가을철에는 일교차가 심하게 벌어져  포도의 완숙을 촉진하고 포도 아로마를  농축시킨다.


서해안과 가까운 곳은  마치뇨(macigno)라 알려진 사암 토양로  미사와 모래가 균일하게 섞여있다. 토양의  pH는 약산성과 알칼리 토양이 혼재한다. 아미아타 산과 인접한 언덕 지역(스칸사노 동쪽)은 석회와 점토 혼합 토양에 알칼리성이다. 

 


품종과 타입

 


1988년에 DOC등급에 지정되었고  2007년 빈티지부터  DOCG로 승격했다. 1헥타르당 포도 수확 허용량은  9천 kg으로 정해져 있으나 고품질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  생산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모렐리노(산조베제)는  최소 85% ,  보조 품종은 다음의 레드 품종을  최대 15%까지 블렌딩 할 수 있다: 카나이올로, 칠리에졸로, 말바시아, 콜로리노, 아리칸테, 메를로, 카베르베 소비뇽, 시라.


매년 나오는 안나타 타입과 리제르바 타입이 있다. 안나타는 수확 이듬해 봄부터 시판할 수 있으며 최소 알코올 도수는 12도, 숙성기간이나 숙성용기의  재질은 생산자 재량에 맡긴다. 리제르바는 숙성기간이 24개월이며 적어도 12개월은 오크 숙성을 해야 한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와인의 전체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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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5일, 모렐리노 디 스칸사나 와인 컨소시엄이 주관하는 시음회가 열렸다. 새 빈티지 출시를 알리는 행사였는데 2020 빈티지 안나타와  2018 빈티지 리제르바가 선보였다. 이외에도 다양한 빈티지를 곁들여 빈티지별  변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시음 와인은  70여 개로 필자의 시음 소감은 아래와  같다.


끼안티 와인과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중간 느낌이라 할까!  잘 만든 산조베제의 활달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모렐리노 와인은  복합적인 토스카나  레드 와인의  강나루로 데려다 주는 사공을  자처한다.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의  높은 장벽도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산조베제 특유의 아로마가 잘 구현되며 느낌이 시종일관 캐주얼하다. 어린 빈티지는  산미가 또렷하며 산도가 아로마의  생기를 돌게 한다. 바디는 무겁지 않으며 타닌도 바디에 잘 녹아들어 원만한 느낌을 준다. 리제르바급은 좀더 복합적인 아로마와  고급스런 분위기를 낸다. 중간보다 약간 무거운 보디를 지니며  깊은 맛을 내면서도 발랄함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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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llino di Scansano DOCG 2020
생산자: 파토리아 디 말리아노(Fattoria di Magliano) 
 

라즈베리, 체리, 제라늄 향이 화사하며 바다 내음도 살짝 내비친다. 산미와 타닌, 짭짤함이 밸런스를 잡아주며 다채로운  맛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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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llino di Scansano DOCG 2020
생산자: 메리니( Melini) 


짙은 루비색. 라즈베리, 딸기,  허브의 아로마가 잔 주변에 퍼진다. 마신 뒤에 타닌의 매끄러움이 혀를 감싸며  딸기와 라즈베리 내음이 입안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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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llino di Scansano DOCG 2019
생산자: 발 디 토로(Val di Toro) 


딸기, 제비꽃과 감초 향이 잘 어우러져 있다. 산미와  떫은맛이 다소 두드러져 어린 빈티지의 싱그러움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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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llino di Scansano  DOCG 2018
생산자: 테누타  피에트라모라(Tenuta Pietramora )
 

버섯, 젖은 흙, 낙엽, 제비꽃 향이 은은하다. 산미가 싱그럽고 응집된  맛이  느껴진다.  혀를 타고 입안 전체에 서서히 번지는 타닌의 힘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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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llino di Scansano 2018
생산자:부르니 리제르바( Bruni Riserva)

 
부싯돌, 가죽, 체리, 딸기, 바이올렛 향기가 잘 어우러져 있다.  타닌이 적당하며 목 넘길 때 매끄러운 질감이 입안을 감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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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llino di Scansano Riserva 2018 
생산자: 콜 디 바께(Col di Bacche) 

 
타르와 가죽의 임팩트가 놀라우며 부싯돌, 오렌지 향이 달콤한 여운을 남긴다. 촘촘한 타닌 결과 농축미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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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llino di Scansano DoOCG Riserva 2015

생산자:  포조 니비아레(Poggio Nibiale) 
 

감초, 대추, 체리 등의 달콤한 향기가 짙게 올라오며 향기만 맡으면  스위트 와인인 줄 착각할 정도다. 혀 밑에서 올라오는 묵직한 느낌과 천천히 조여오는 긴장감이 잘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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