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파니아 와인의 양대 지존. 이르피니아와 산니오

캄파니아 와인만큼 스토리 텔링이 되는 와인도 없다. 교만 죄로 천국 추방형을 당한 루시퍼가 안쓰러웠던 예수는 눈물을 떨군다. 눈물로 젖은 베수비오 산은 포도 열매를 맺고 라크리마 크리스티 와인을 잉태한다. 프레스코화 의미가 비밀로 쌓인 폼페이 신비의 빌라. 마스트로 베라르디노 와인 패밀리는 빌라 주변의 포도밭 복원을 자청해 소문만 무성했던 신비의 빌라 와인맛을 재현한다. 그 흔한 그레꼬 와인은 사랑병을 앓는 어떤 이에게 시가 된다. 냉담한 애인의 태도에 상처 받은 폼페이 청년은 집 벽에 이런 낙서를 남긴다. ‘그대여, 당신의 차가운 마음은 그레꼬 와인도 덥힐 수 없어요’.

품종 이름에서도 위트가 넘친다. 포도송이 자태를 흘려 보지 않고 특징을 끌어내어 생물과 엮은 탓이다. 새의 발처럼 포도 자루가 세 갈래인 피에디 로쏘, 여우꼬리를 닮은 코다디 볼페, 염소 수염을 닮은 카프레 토네, 포도알 크기가 후추 알 만한 페펠라가 그렇다.

우리 주변은 품질의 지존을 찍는 와인으로 가득 차 있다. 허나, 캄파니아 와인만큼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와인은 적다. 캄파니아 와인이 신화 세계와 닿아 있고 여기에 다혈질적인 남부 기질이 녹아 들어 흡인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와알못의 무거운 입을 열어 줄 와인으로 캄파니아 와인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캄파니아의 시그니처 와인

캄파니아 와인의 양대 산맥은 이르피니아IRPINA와 산니오SANNIO 와인이다. 나폴리- 풀리아 지방도로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리다 보면 캄파노 아펜니노 산맥 산자락에 이른다. 여기서 도로는 두 갈래로 나뉘는데 동북 방향 도로는 베네벤토 군을 연결하고 동남향 도로는 아벨리노 군으로 이끈다. 캄파노 아펜니노는 최고봉은 1800미터, 주변의 낮은 산들도 1천 미터가 넘는 첩첩산중이다.

<보라색 : 베네벤토 군 산니오 와인 산지. 검은색: 아벨리노군 이르피니아 와인 산지>

대륙성 기후가 명징하고 여름에 기온차가 15도로 벌어지는 도시들도 여럿 있다. 겨울에는 눈이 자주 내려 스키 리조트로도 각광받는다. 사바토 강과 카로레 강이 두 군을 관통하고 있으며 강 주변은 기후가 온화해 포도재배에 적합한 미세기후를 이룬다.

이르피니아는 이곳을 영구 점령한 부족명이며 후에 지역명으로 굳었다. 행정구역상 아벨리노 군이나, 좀더 애착이 가는 물건은 토속어를 붙이는 이곳 관습에 따라 이르피니아 와인이라 부른다. 이르피니아 와인에는 DOCG에 등재된 타우라시, 그레꼬 디 투포, 피아노 디 아벨리노와 DOC급 이르피니아 와인이 있다.

산니오도 이르피니아와 마찬가지로 고대 부족의 이름에서 왔다. 행정구역 명칭은 베네벤토 군이며 DOCG급 와인은 알리아니코 델 타부르노, DOC급 산니오, 팔랑기나 델 산니오, IGT 베네벤타노 등이다.

원래는 하나

지금은 행정구역 체계에 맞추느라 군 경계가 나뉘었지만 2천5년 전에는 산니움 부족 연맹의 일원이었다. 삼니움 부족은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기 전에 남부 아펜니노 산악지역을 지배하던 산악 부족이었다. 삼니움 부족의 팽창주의와 이를 견제하는 로마의 이해가 충돌해서 발생한 3차에 걸친 삼니움 전쟁을 치르고서야 로마에 귀속되었다.

이르피니아 부족은 1차 전쟁에서 패한 후 일찌감치 로마에 항복했다. 산니오 지역은 비록 로마화 했지만 삼니움 후손임을 결코 잊지 않았다. 비록 좌절됐지만 19세기 중반에는 삼니움 자치주를 세우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베네벤토 군의 수도인 베네벤토 도심에 세워진 트라야누스 개선문과 부조상 디테일. A.D 114~117에 축성되었으며 트라야누스 황제 업적을 기린다>

삼니움인들은 평야의 그리스 식민지들로부터 그리스 품종과 재배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로마사를 저술한 티투스 리비우스는 타우라시 마을에서 나는 알리아니코 와인을 극찬했고, 로마 황제의 만찬을 풍요롭게 해 캄파니아 펠릭스(캄파니아의 행복)란 최고의 찬사를 얻었다.

산니오 와인은 유럽 최고의 와인이 유통되던 폼페이 와인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다. 플리니우스는 박물지 Naturalis Historia에서 카프니오스kapnios와인은 나무 구운 향이 난다고 기록했다. 이어서 포도를 말렸거나 훈제 아니면 품종의 특징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산니오 지역 가마에서 제작된 암포라가 영국, 북아프리카에서 발견되어 산니오 와인의 수요층이 넓었음을 알 수 있다.

양 지역의 와인은 피아노, 알리아니코, 팔랑기나, 그레꼬 품종에 주력하고 있다. 그 뒤를 피에디 로쏘, 샤시노소, 산 바르바토, 코다디 볼페 등의 품종이 따라오며 소량 블랜딩해 주품종의 풍미를 완성한다. 품질이 매년 상승하는 추세이며 저명한 국제 와인 평가지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 이탈리아 프리미엄 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캄파니아 토양은 중신세와 플리오세에 형성되었으며 이 시기에 해저가 융기해서 육지로 변했다. 고대 해저를 이루던 석회석과 점토 토양이 솟아오른 뒤 바람과 강이 운반해 온 모래토가 쌓였다. 후에 베수비오나 캄피 플레그레이 화산이 분출할 때 날아온 화산재와 현무암 파편이 유입된다.

이르피니아(Irpina) 테루아와 주요 와인

<아벨리노 군은 피아디노 디 아벨리노, 그레꼬 디 투포, 타우라시 와인으로 프레미엄 와인 산지로 급부상했다>

이르피니아 와인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두 번의 기회를 잘 포착한 데 있다. 첫 번째 기회는 19세기 초반 투포 지역의 유황 광맥 발견과 연관 있다. 유황 채굴 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인근 와인산업도 덩달아 호기를 맞는다. 유황이 살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포도 해충을 방지하는데 유황을 도포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전성기는 아벨리노 지역의 철도 개통 시기다. 일명 ‘와인 철도’ 라 불리는 이 철도는 매년 수백만 헥토리터의 와인을 유럽과 북이탈리아로 날랐다. 기차는 지금도 운행 중이며 과거의 향수를 실어 나르고 있다.

피아노 디 아벨리노

(Fiano di Avellino DOCG , 피아노 품종 최소 85%, 의무 숙성기간 따로 없음)

아벨리노군 극동에 자리 잡고 있으며 양쪽으로 카로레 강과 사바토 강이 흐른다. 피아노는 대부분 300~650 m 구간의 포도밭에서 재배된다. 점토와 석회석토가 넓게 퍼져 있으나 간간이 화산토가 섞여 있다. 토양 밀도가 헐겁거나 단단하며 밭의 고도 차이가 심해서 와인 풍미가 다채롭다.

I Favati Fiano Di Avellino 2019 복숭아, 헤이즐넛, 재스민 , 금작화(genista) 향이 감미롭다. 매콤한 향이 곁들여져 신선함을 더한다. 산미가 경쾌하며 쌉쌀함이 어우러져 입안이 풍성하다.

Villa Diamante Fiano di Avellino 2018 갓 딴 청포도의 즙처럼 신선함이 와 닿는다. 헤이즐넛, 청사과, 송진 향이 깔끔하며 사루비아, 타임 등의 지중해 허브를 만끽할 수 있다.

그레꼬 디 투포
(Greco di Tufo Docg 그레꼬 품종 최소80%, 코다 디 볼페15% . 의무 숙성기간 따로 없음)

와인 명칭 의미는 투포(di Tufo)산 그레꼬 (Greco)다. 그레꼬는 이탈리아어로 그리스를 뜻하며 말 그대로 그리스가 원산지다. 남이탈리아 지방마다 고유의 그레꼬 와인이 나지만 투포와 인근 8군데 마을은 독보적인 풍미와 풍토로 인해 DOCG등급에 채택되었다.

포도밭 면적은 총 7백 헥타르, 연 생산량이 5백만 병이다. 유효 포도밭 면적 대비 소유주가 많아 싱글빈야드 와인이 희소하다. 사바토 강과 카로레 강이 인접해서 포도밭 기후와 토양은 균일한 편이다. 화산토 비중이 높으며 주변에 유황광산이 있어 화산토에 유황 가루가 섞여 나온다.

와인은 노란색이 두드러지며 페트롤, 부싯돌 등 미네랄 뉘앙스가 뚜렷하다. 숙성이 빠르며 빈티지 마다 변화가 뚜렷하다. 아로마와 풍부한 광물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잠시 안정기를 거친 후 병입된다.

Di Marzo Greco di Tufo 2019 지중해 허브 향, 견과류, 달콤한 사프란 향이 우아하다. 상큼한 산미, 아몬드의 쌉쌀함이 감칠맛을 낸다.

Bambinuto Geco di Tufo Picoli 2018 살구, 복숭아, 꿀, 견과류 향이 기품 있고 페트롤 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산도와 짭짤한 맛의 조화가 뛰어나며 풍미가 다채롭다.

Feudi di San Gregorio Greco di Tufo 2017 페트롤 향이 선명하며 감미로운 로즈마린, 금작화, 사프론 향이 퍼진다. 기분 좋은 산도와 탄탄한 보디감이 돋보인다.

타우라시

(Taurasi 알리아니코 최소 85%, 의무 숙성기간 3년 중 오크 숙성 기간은 최소 1년, 리제르바는 4년 오크 숙성 기간은 18개월)

알리아니코 품종은 한마디로 까다롭다. 포도 품종학에서 만생종으로 분류하지만 해마다 편차가 심하다.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완숙에 이르지만 여름이 서늘한 해는 11월 말까지 연장된다. 특히 알리아니코 수확일은 타닌이 완숙을 찍는 시점과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한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천천히 익은 타닌은 뛰어난 숙성 잠재력을 발휘한다.

알리아니코는 네비올로 와인처럼 타닌과 산미가 부드럽고 완만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생산자의 알리아니코 수확 빈도와 양조 경험에 따라 평범하거나 비범한 와인으로 갈린다. 알리아니코 3대 프리미엄 와인(타우라시, 알리아니코 델 타부르노, 알리아니코 델 불트레)은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 남부 이탈리아의 바롤로란 칭송을 얻고 있다.

Barbot Stefania Taurasi Fren 2017 타바코, 라즈베리, 자두, 산딸기, 제비꽃 향이 화사하다. 감초 향이 곁들여져 원숙미를 더한다. 타닌이 어려 생동감이 전해지며 적당한 산미와 어우러져 밸런스가 뛰어나다.

Antico Castello Taurasi 2014 마른 장미, 붉은 자두향, 블랙베리 등의 농익은 과일향에 이어 기품있는 타바코, 감초, 향신료 풍미를 발산한다. 타닌의 결이 유려하며 입안에서 묵직함과 강건함이 전달된다. 자칫 보디감이 무거울 수 있으나 경쾌한 산미가 경감시켜 준다.

I Capitani Taurasi Bosco Faiano 2014 젖은 숲, 버섯, 정향, 향신료 등 원숙함이 돋보인다. 매끄러운 타닌 감촉, 산미와 어우러져 타닌의 강인함이 드러난다.

베네벤토(Benevento) 테루아와 주요 와인

<삼니움 부족의 땅이란 뜻에서 온 산니오 지역. 팔랑기나 와인은 이탈리아의 심한 지역 편향성의 장벽을 초월해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산니오로 대표되는 베네벤토 와인은 한국 와인 팬에게는 낯설다. 앞서 말했듯이 고대 캄파니아 와인 명성을 구축하는데 일조했고 현재도 캄파니아주 와인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캄파니아주 2만 6천 헥타르의 포도밭 중 41%인 1만 6백 헥타르가 베네벤토에 몰려 있다. 포도재배 농가 7천9백 군데, 사업신고 및 등록된 와이너리가 1백 여 군데나 된다. 2018년 기준 캄파니아주 와인 생산량은 1백 37만 헥터 리터인데 그중 50%가 베네벤토산이다. 와인은 모두 원산지 등급 보호를 받고 있으며 Aglianico del Taburno DOCG, Falagnina del Sannio DOC, Sannio DOC, Beneventano IGT 가 있다.

베네벤토 지역은 티레노해와 아드리아해를 양쪽에 둔 산악지역이나 해양성 기후와는 거리가 멀다. 서늘하고 일교차가 심한 대륙성 기후권이며 솔로파카 마을은 일교차가 15도까지 벌어진다. 캄파노 아펜니노 산맥의 지류인 마테세산, 타부르노- 캄포사우로 산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형 지역이다. 기본 토양은 점토와 석회석 토로 간간이 사암과 규석층이 섞여 있다. 평지는 비에 휩쓸려온 흙과 모래가 퇴적된 충적토, 산과 구릉지는 바위, 자갈, 석회석, 응회암이 혼재한다.

베네벤토 생산구조는 영농 조합식 와이너리와 중소형 와이너리로 이루어진다. 4군데의 영농조합이 피라미드의 상층부를 차지하며 생산량의 40%를 담당한다. 중소형 와이너리도 원래는 전 영농조합 포도 납품 회원이었다가 독립했다. 영농조합과 독립 와이너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영농조합 와이너리에 대한 선입견이 심한 이탈리아 와인업계에서 베네벤토 생산자 피라미드는 성공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포도밭 대비 품종 식재율은 알리아니코(28%), 팔링기나(12%) 순이며 그 뒤로 피에디로쏘, 샤시노소, 산 바르바토, 피아노, 그레꼬, 코다디 볼페가 뒤따른다.

팔랑기나 델 산니오
(Falanghina del Sannio Doc 팔랑기나 최소 85%, 의무숙성기간은 없음)

당신이 팔랑기나 와인을 마신 적이 있다면 원산지가 베네벤토일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팔랑기나 와인의 95%가 캄파니아산이며 80%는 베네벤토산이다. 캄파니아 토착품종들이 그렇듯 팔랑기나도 그리스 품종이다. 팔랑기나의 어원은 phalanginum로 막대기란 뜻인데 이 단어가 품종명으로 굳은 이유는 이렇다. 그리스 농부들은 팔랑기나 덩굴을 땅 위로 뻗어나가게 놔두었다. 이 방식이 곰팡이 번식을 수월하게 했고 이를 알게 된 캄파니아 농부들은 나무 기둥을 세우고 가지를 감아 올려 곰팡이 피해를 줄였다고 한다.

팔랑기나 품종은 베네벤타노와 플레그레이 생태종(biotype)으로 나뉜다. 둘 다 지명에서 따 온 이름이다. 수세가 좋고 생산성이 일정하다. 9월 중순이 수확기이나 덥고 건조한 해는 9월 초, 고도가 높거나 향미와 당을 끌어올리는 늦따기 재배인 경우 10월 중순에도 거둔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고 잠시 안정화한 후 바로 시판된다. 양조의 편리함은 가볍고 단순한 와인이란 선입견을 낳게 했다. 1970년대 무스틸리 와이너리 경영자인 레오나르도 무스틸리가 재배법 개선과 고품질 양조기술을 팔랑기나에도 도입한다. 복합적인 향기와 구조감을 겸비하게 된 팔랑기나는 단번에 이탈리아 최애 화이트 와인으로 떠오른다. 이탈리아 요식업계는 지역 편향성이 강하지만 팔랑기나는 그 벽을 허물고 와인 리스트에 자주 오른다.

베네벤토 지역은 팔랑기나의 실험실을 자처하며 팔랑기나의 양조 가능성을 넓혔다. 샤마나 전통방식 스푸만테, 껍질과 포도즙의 접촉시간을 늘린 내추럴 스타일, 복합미를 증진시키는 수르 리에 숙성, 수확기를 늦춘 늦따기 재배기술 , 태양 건조(아파시멘토) 기술 등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싱글빈야드 팔랑기나를 선보여 팔랑기나의 프리미엄 시대를 열었다.

Terre Stregate Falanghina del Sannio 2019 옅은 노란빛이 비친다. 사과 잼, 복숭아 잼, 서양배, 잔디 향이 화사하게 피어 오른다. 산미가 산뜻하고 아몬드의 여운과 쌉쌀한 맛이 지중해 로망을 떠올리게 한다.

Mustilli Falanghina del Sannio 2018 멜론, 사프란, 향신료, 골든 사과 , 아몬드 향이 은은하다. 산미, 짠맛, 허브의 잔향이 잘 어우러져 입안 가득 긴 여운을 남긴다.

Le Guardiense Falanghina del Sannio 2016 재스민, 송진, 사프란, 아몬드, 노란 꽃 향이 기분 좋게 퍼진다. 산도가 높지만 원만해서 시음감이 좋고 쌉쌀한 풍미와 어우러져 밸런스도 뛰어나다 .

Le Guardiense Metodo Classico 2015 Milesimato 48개월 병 숙성. 구운 빵, 호두, 감귤류, 페트롤 향을 은은하게 피운다. 산도가 놀랍도록 상큼하며 다채로운 맛이 살아난다.

알리아니코 델 타부르노

(Aglianico del Taburno Docg , 알리아니코 최소 85% , 숙성기간 최소 2년, 리제르바 3년)

타부르노- 캄포사우로 산등성이에 자리 잡은 13군데 마을만이 원산지 마크를 부착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발레 테레시나 계곡을 바라보는 경사면은 해발 300~450미터 구간에 밭이 몰려 있고 점토와 석회토 비중이 높다. 카우디나 계곡을 바라보는 밭 경사면은 해발 5~6백 미터 구간에 모여 있고 토양이 척박하고 석회토 층이 깊고 넓게 퍼져 있다.

이곳은 알리아니코 아마로( aglianico amaro)란 희귀한 생태종(biotype)이 자란다. 다른 알리아니코 종에 비해 타닌이 엄격, 강인하고 조직이 치밀하다. 숨겨진 풍미와 우아함이 발현되려면 오랜 숙성기간이 필수다. 서늘한 기후대 와인은 검붉은 과일과 봉오리 색이 붉은 꽃 향을 거침없이 표출한다.

Fattoria La Rivolta Aglianico del Taburno 2017 체리, 라즈베리, 자두 향이 향긋하며 제비, 장미향이 매혹적이다. 타닌의 힘과 상쾌한 산미의 밸런스가 도드라진다. 과일 풍미가 입안 가득하며 여운이 길다 .

Fontanavecchia Agliancio del Taburno 2015 잔 중심은 루비색, 가장자리는 붉은빛이 돈다. 싱그러운 체리, 라벤더향과 타바코, 젖은 흙, 페트롤 향이 그윽하다. 와인 결이 매끄럽고 여러 맛이 균형이 잘 잡혀 있어 구조감이 뛰어나다.

Fontanavecchia Aglianico del Taburno Riserva 2008 삼나무, 후추, 정향, 버섯, 가죽, 타바코 등의 원숙한 향을 피운다. 타닌 결이 매끄럽고 묵직함이 느껴지며 흐트러짐 없는 밸런스가 돋보인다.

산 바르바토

(San Barbato)

원래 이름보다는 바르베라로 더 알려져 있다. 피에몬테 토착품종과는 전혀 공통점이 없으며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 사연은 이렇다.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1930년대 미국에 이민 갔다가 귀국한 현지인의 오류다. 산 바르바토 와인 맛이 미국에서 맛보았던 바르베라와 똑같아 바르베라로 착각한 것이다. 또 다른 설은 바르베라 와인이 대유행했던 시절에 생산자들이 여기에 편승하려고 바르베라 이름을 도용했다고 한다. 라즈베리, 장미꽃 향기는 바르베라와 닮았지만 타닌 느낌이 더 강하며 산도가 원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