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앞으로 WineOK.com에서 다양한 내추럴 와인에 대한 칼럼을 쓰게 된 정구현입니다. 저는 10년 정도 국내 유수의 와인 수입사에서 일하고 중국주 수정방 브랜드 매니저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서울의 청담동에서 내추럴와인 전문샵 ‘내추럴보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글을 통해 내추럴 와인이란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다양한 타입의 내추럴 와인들 그리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내추럴 와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연재 첫 회인 이 글에서는 내추럴 와인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먼저 와인은 뭘까요? 와인은 포도로 만든 술입니다. 포도는 포도 껍질에 하얀 가루처럼 효모를 키우는 과일이기 때문에 포도즙을 짜서 보관하면 자연스레 발효를 거쳐 와인이 됩니다. 그래서 인류가 문명을 일으키고 문자를 만든 것보다도 훨씬 이전부터 우리는 와인을 마셔 왔지요. 오히려, 발효가 전혀 되지 않은 포도 주스는 포도즙을 짜서 살균하는 법을 미국의 잭 웰치 (웰치스의 바로 그 웰치 맞습니다)가 개발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음료입니다. 

 

모든 와인은 이렇게 포도의 즙을 짜고 포도 껍질의 자연 효모로 발효하여 마시는 음료였습니다. 그런데 두 번의 세계대전이 지나고 나서 1960~70년대에 포도 농사에 큰 변혁이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농약과 비료가 포도 농사에 도입된 것이죠. 농약과 비료 덕분에 노동력을 훨씬 줄이고도 많은 양의 포도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렴한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대규모의 와이너리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농약과 비료 덕분에 식량이 늘어나고 지구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와인에 있어서는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자연 효모를 쓰기 어려워진 것이죠. 효모는 흙 속에서 겨울을 나고, 봄과 여름에 나뭇가지와 나뭇잎에서 자라다가 가을이 되면 당분이 많은 포도의 껍질에 모여서 번성합니다. 그런데 비료로 흙이 산화되거나 농약으로 포도를 살충, 살균하면 이 효모들이 약해지거나 수가 줄어들게 되죠. 

 

농약과 비료를 쓰게 된 이후 포도를 자연 발효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발효가 멈추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었죠. 그래서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와인메이커들이 수확한 포도를 살균한 뒤 공장에서 배양한 효모를 사다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80~90년대에 대량 생산과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유명한 와인을 일년에 수십만~수백만병 혹은 수천만 병씩 생산하는 일도 가능해 졌습니다. 이와 함께, 대량 생산하는 와인의 품질을 균등하게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현대적 양조 기법들도 함께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추럴 와인은, 이러한 흐름에 의해 1980년대 이후 생겨난 진하고 묵직하며 개성이 줄어든 와인들을 거부하고 60년대 이전의 클래식한 와인 스타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에서 등장했습니다. 자연 발효를 위해서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고, 밭에서 건강한 효모들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고생스러운 농사일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 옛날부터 마시던 그 떼루아가 반영된 와인을 만들고 마시자는 운동이지요.

 

내추럴 와인이 아닌 대량생산된 와인을 '컨벤셔널 와인'이라고 합니다. 컨벤셔널 와인은 전혀 나쁜 와인이 아닙니다. 이런 기법들이 없었다면 어느새 78억 명으로 늘어난 세계 인구가 와인을 마실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라면이나 스팸 없이 살 수 없다고 해서 직접 꾹꾹 밟아 누룩 띄워 만든 막걸리나, 직접 집에서 담근 김치 없이 사는 것이 더 행복할 리는 없지 않을까요? 내추럴 와인은 와인의 다양성을 훨씬 늘려줍니다. 지금은 잊힌, 혹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옛 기법들을 보존하고 더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고 사라진 줄 알았던 고대 품종들을 복원하여 맛있는 와인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와인은 다양성의 술”이라고들 합니다.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이름이 어려워 팔기 어렵다고 외면 받던 지역 품종들을 되살리고 각 지역의 독자적인 와인 양조법을 복원합니다. 이들은 “우리 조상들이 바보가 아닌데, 이런 품종들은 이 땅에 가장 잘 어울리니까 길렀던 것이며 이 기법들은 이 떼루아를 잘 표현하니까 발전시켰던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저는 칼럼을 통해 다양한 생산지, 다양한 품종, 다양한 생산자들의 내추럴 와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다음 편에는 프랑스의 새로운 내추럴 와인 규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내추럴보이가 추천하는 5월의 내추럴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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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디콘 리볼라(2012 빈티지, 수입사_뱅베)
오렌지 와인의 교과서와도 같은 와인입니다. 내추럴 와인이 쿰쿰하고 결점이 많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완벽한 와인으로 오해를 풀 수 있죠. 놀라운 생명력 덕에 오픈 뒤 코르크로 막고 2~3주 뒤에 마셔도 오히려 더 향이 피어오르곤 합니다. 

 

2.    샴페인 라에르트 프레르 블랑 드 블랑(수입사_비노쿠스)
내추럴 화이트 와인을 양조한 뒤 샴페인 양조 방식으로 2차 발효한 샴페인입니다. 샤르도네의 돌연변이인 샤르도네 뮈스까 품종 100%로 양조한 덕에 화려한 향이 특징입니다. 익숙하지만 새롭고, 또 맛있는 샴페인을 원하신다면 정말 좋은 선택이죠.

 

3.    인텔레고 슈냉 블랑(수입사_셀러와이)
인텔레고는 남아공 스와틀란드의 내추럴 와인 혁명을 이끈 천재 와이너리입니다. 완벽하게 깨끗한 타입의 화이트 와인으로 Wine Spectator로부터 90점을 받으며 내추럴 와인을 싫어하는 분들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맛과 향을 보여준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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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_ 정구현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서울 내 대학교 최초의 와인 중앙 동아리인 '소믈리에' 초대 회장, 10년 간 다양한 와인 수입사 재직(까브드뱅, 레뱅드매일, 뱅베 등), 수정방 브랜드 매니저 재직. 현재, 청담동 내추럴보이 내추럴 와인 & 보이차 전문 샵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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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주 2020.05.20 10:34
    반갑습니다. 고대를 나와 와인사업을 하시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사실 저도 동문입니다. 얼마 전에 내추럴 와인을 처음 먹어 보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 와인이 쁘쇼네인줄 알았습니다. 와인샾에 물어 보았더니 차게 해서 마시라고해서 마시다 남은 반병을 그렇게 마셔볼까 합니다.. 많은 조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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