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누적 판매량을 기록한 와인은 무엇일까? 단일 브랜드로는 ‘몬테스 Monte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98년 수입사 나라셀라를 통해 국내에 선보인 몬테스는, 지난 4월 누적 판매 1천만 병을 돌파하며 ‘국민와인’으로서의 아성을 다시 한번 자랑했다.
최근 몬테스의 창업자,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이 먼 땅 칠레에서 한국을 찾았다. 그의 두 손에는 몬테스의 아이콘 와인 중 하나인 ‘몬테스 퍼플 앤젤 Montes Purple Angel’이 들려 있었다. 그것도 15년이나 숙성된 2004 빈티지 퍼플 앤젤이었다. 퍼플 앤젤은 2011년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칠레를 방문했을 때 정상 만찬에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와인이기도 하다. 퍼플 앤젤은 칠레의 대표 품종인 카르메네르 Carmenere로 만들며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오랜 숙성을 거친 후 출시된다. 국내에는 총 27종의 다양한 와인이 몬테스 이름 아래 수입되고 있는데, 퍼플 앤젤은 ‘몬테스 타이타’와 ‘몬테스 알파 엠’, ‘몬테스 폴리 시라’와 함께 최상위 아이콘 와인에 속한다.
칠레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포함한 보르도 품종이 광범위하게 재배된다. 프랑스 보르도에서는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추었지만 오늘날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알려진 카르메네르도 그 중 하나다. 카르메네르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칠레로 전해졌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칠레 사람들이 이 품종을 오랫동안 메를로 Merlot 품종으로 착각해 왔다는 것이다(실제로 카르메네르는 과일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이 메를로와 흡사하다). 그들은 1990년대에 들어서야 그들이 마시던 메를로 와인이 카르메네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르메네르는 과일 맛이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더 많다. 메를로만큼 부드럽고 마시기 쉽지만, 과도하게 잼 같거나 시럽 같은 특징은 아니다. 카르메네르로 만든 와인은 원숙하고 부드러우며 복합미가 뛰어나고 짙은 색 과일의 향과 풍미를 드러낸다. 또한 여운이 깔끔하고 드라이하다. 다만 타닌과 산도의 강도는 높지 않은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몬테스 퍼플 앤젤의 경우 소량의 프티 베르도 품종을 블렌딩한다.
Purple Angel 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카르메네르를 수확해서 즙을 짰을 때 띠는 짙은 보라색, 또 하나는 몬테스의 공동 창업자 故 더글라스 머레이 씨가 생전에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이것이 수호 천사의 가호였다는 믿음이다. 퍼플 앤젤은 몬테스의 여느 와인과 마찬가지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고요한 셀러에서 숙성을 거친다. 셀러의 분위기가 어찌나 평온하고 경건한지, 몬테스 양조장을 방문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이곳에서 즉석으로 연주를 했을 정도다.
이러한 태생 때문일까. 2004 빈티지의 퍼플 앤젤은 마치 외유내강의 여인을 마주한 것 같다. 잔에 담긴 퍼플 앤젤은 우아하고 감미로운 풍미와 매끄럽고 유연한 질감을 지닌 유순한 와인이다. 하지만 병 속에서 십여 년의 세월을 견뎌냈을 만큼 그 본성은 강건하고 단단하다. 함께 시음한 2011과 2016 빈티지의 퍼플 앤젤에서는 그 단단한 본성이 더 잘 드러난다. 그리고 한창 숙성 중인 이 두 와인은 2004 빈티지의 퍼플 앤젤에 비해 좀더 생기롭고 과일 풍미가 도드라진다. 운이 좋다면 여러분도 시중에 유통 중인 2016 빈티지 퍼플 앤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 아직 출시되진 않았지만, 수확량이 적은 대신 고도로 농축된 풍미를 지닌 2017 빈티지의 퍼플 앤젤도 기대해 볼만 하다.
문의 _ 나라셀라 (02. 405. 4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