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눈여겨봐 온 유튜브 채널이 있다. ‘양갱’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경훈 대표의 유튜브 <와인디렉터 양갱>이 그것이다. 영상 한 편을 보고는 즉시 구독과 알림 버튼을 눌렀고, 최초의 영상부터 최근 것까지 정주행 했다. 뒤로가기나 정지 버튼을 누른 영상은 거의 없다. <와인디렉터 양갱>은 지금까지 봐왔던 대부분의 (재미없고 가르치는 듯한 방식의) 와인 유튜브와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짐작했던 대로 <와인디렉터 양갱> 채널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개설 5개월째인 지난 달에 구독자 1만 명 돌파 이벤트를 열더니,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구독자 수는 2만 명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영상 조회수도 꽤 높은 편이다. “코스트코 와인추천 TOP3 (1부)”의 경우, 조회수가 무려 16만을 넘어선다(아래 영상). 

 

 


 

4만~5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도 꽤 된다. “와인 마실 때 하지 말아야 할 10가지”의 경우 한 달 만에 조회수 7만5천을 기록했다(아래 영상).
 

 

 

 

<와인디렉터 양갱>의 어떤 매력이 이처럼 빠르게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걸까. 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면 이에 대한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와인 초보입니다.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와인을 이렇게 정감어린 음성으로 낯설지 않게 알려주셔서 쉽게 인지하게 되었어요.”


“소주만 마시다가 양갱님 덕분에 와인에 입문했습니다. 와인의 맛에 점점 눈이 뜨이네요.”


“와인에 대한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셔서 와알못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 같아요.”


와인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19년째, 와인샵 운영 경력은 10년차라는 양경훈 대표는 평소 ‘소비자들이 와인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유튜브를 떠올렸다고 한다. 와인을 독학으로 배운 그였기에 와인의 진입장벽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컨텐츠를 만들어 소통하기에 유튜브가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와인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와인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어렵고 정형화/공식화되어 있다는 거죠. 와인 정보를 읽어보면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와인을 마신 후 느끼고 표현하는 바는 사람마다 다 달라서 “이 와인은 이렇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들죠.”


이런 점을 고려해서 그는 영상을 만들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전문가들이나 쓰는 용어는 사용하지 말 것, 와인을 잘 모르는 이들로부터 컨텐츠에 대한 조언을 구할 것.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반드시 팩트 체크를 할 것 등이 그것이다. 컨텐츠는 수시로 PD와 논의해서 기획한다(PD 역시 와인 초보다). 이후 촬영부터 편집까지, 영상 한 편을 만드는 데에만 꼬박 24시간이 소요된다. 구독자가 늘면서 와인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카카오톡에 플러스친구를, 네이버에 카페를 추가로 개설,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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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훈 대표는 “지금까지 스마트한 와인 구매 방법이나 꿀팁 위주로 컨텐츠를 구성했다면, 앞으로는 쉽고 재밌는 방식으로 와인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한다.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와인의 습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기존의 편견이나 잘못된 관행을 극복하고 올바른 와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와인은 무조건 할인할 때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수많은 체리 피커를 양산하면서 한국의 와인문화를 해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공급사나 소비자 모두에게 좋을 것이 없는 이러한 고정관념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급사 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좋은 와인을 고르고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안목을 길러주는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양 대표가 소비자를 위한 와인 교육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저에게 특별한 재능이나 끼가 있진 않아요. 와인이라는 주제에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는 저의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통한 것 같습니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격식을 따지지 않고 즐겁게 와인을 마셨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 양경훈 대표는, 영상을 보고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댓글을 읽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올해 안에 구독자 수 5만 명을 달성하면 좋겠다며 은은하지만 자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지며 이 글을 마친다. 다음 영상은 언제 올라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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