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좋아하는 지인 중 대부분은 그들이 ‘와인 덕후’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를 기억한다. 안타까운 건 나는 어떻게 이 길로 빠졌는지, 무엇에 매력을 느껴 첫 시작을 하게 됐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거다. 잃어버린 첫사랑이랄까.

 

다행인 건 와인을 처음 접하고 배우는 20대 초반의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이들의 첫사랑을 목격하는 재미를 누린다. 한 반에 과반수는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에 열렬한 반응을 보인다. 예쁜 아이돌 같달까. 모스카토 사랑은 학생들뿐 아니라 시큼털털 보다는 달달하고 꽃향기가 가득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전 연령층에서 나타난다. 우리 가족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앞에서 무엇을 마셨건, 혹은 우리가 무엇을 마시고 있건 모스카토 한 병 꺼내면 “와! 맛있는 와인이다!”로 귀결될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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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꼴레 모스카토 다스티

Belcolle Moscato d'Asti

(홈플러스, 19,900원)

 

 

모스카토는 포도 품종 이름이다. 복숭아, 살구 등의 과실 아로마를 지니고 있으며 신선한 산도감과 달콤한 맛이 매력적인 와인을 만든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모스카토는 모스카토 다스티인데 이는 ‘아스티 지역에서 만든 모스카토’란 뜻으로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DOCG 등급에 속해 있다. 약 5.5%의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는 약발포성의 와인으로 양조 중 발효를 의도적으로 중단해 알코올 도수가 낮다. 덕분에 한낮에도 음료수처럼 가볍게 마시기에 부담이 없다.


인기가 워낙 많아 국내에 소개된 모스카토 다스티만 해도 그 종류가 엄청나지만, 그 중에서도 가격에 비해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벨꼴레(Belcolle)를 추천한다(홈플러스, 19,900원). 벨꼴레는 피에몬테(Piemonte)에서 바롤로(Barolo),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와 함께 모스카토 다스티를 생산하는 명가다. 1970년대 후반에 설립되어 진정성 있는 와인 양조기술로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펠라베르가(Pelaverga)가 남아있는 와이너리로도 유명한데, 이 품종은 17세기 피에몬테 지방에서 널리 재배되었지만 20세기 초 전유럽을 초토화했던 필록세라(Phylloxera)균에 의해 지금은 매우 희귀하다. 하지만 청정 환경을 유지한 벨콜레에는 여전히 이 품종을 발견할 수 있다.


벨꼴레 모스카토는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 등의 빼어난 과실향과 오렌지 꽃의 화려한 아로마를 뽐낸다. 세미 스위트 와인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고 탄탄한 산도가 있어 와인만 마셔도 그 자체로 훌륭하다.

 


모스카토 마실 땐 '단짠'을 기억하자


달콤한 모스카토는 보통 디저트 와인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파티 음식과 잘 어우러진다. 식사 음식과 모스카토 와인을 페어링 하는 원리는 단순하다. 마성의 끌어당김인 “단짠”을 유도하면 되는 것. 먹음직한 후라이드 닭가슴살을 올린 샐러드, 짭짤한 페페로니가 가득 얹어진 피자, 오븐에 살짝 녹인 브리 치즈에 사과를 곁들인 것 모두 모스카토의 좋은 안주가 된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조합은 매콤한 해산물 볶음이나 떡볶이 등에 모스카토를 반주로 마시는 거다. 아주 달지 않은 약발포성 와인이라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 준다.


이탈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나 새해에 파네토네(Panettone)라고 부르는 빵을 먹는다. 밀라노에서 유래되었는데 밀가루 반죽에 버터, 달걀, 설탕, 건포도와 당절임한 과일 등을 넣어 만들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워 차나 커피에 곁들여 먹기도 하지만, 정말 파네토네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모스카토 다스티처럼 달콤한 와인을 곁들여 먹는 거다. 파네토네를 만들 때 딱딱하게 굳은 건과일을 불리는 작업을 하는데 이때 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든 술에 과일을 불려 풍미를 더 하는 경우도 많아 어우러짐이 더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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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양진원 < 와인칼럼니스트·프리랜서 와인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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