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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한국시장 전용으로 출시되었던 다나 에스테이트Dana Estate의 ‘바소Vaso’는 2010 G20 정상회의, 2012 핵안보정상회의 등 국내에서 열린 여러 국제행사에서 만찬주로 선정되며 인기를 누렸다. 올 11월에 선보인 바소 2014는 과거의 바소를 모두 잊어버릴 정도로 달라졌다. 지난 12일에 열린 나라셀라의 바소 리뉴얼 런칭 행사에서 만난 다나 에스테이트의 마케팅 담당 킷 길버트Kit Gilbert는 이름만 빼고 모두 바뀌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나파밸리에 뿌리내린 한국의 정서


잘 알려졌듯이 다나 에스테이트는 2005년에 국내 최초로 한국 기업인 이희상 회장이 설립했다. 러더포드 벤치Rutherford Bench의 북쪽, 세인트헬레나 가까이에 위치한 다나 에스테이트의 전신은 리빙스턴 모펫Livingston Moffett 와이너리로 1883년에 독일 출신 포도재배업자 헬름스Helms가 조성한 포도밭을 1976년에 인수해 운영해 왔다. 2004년에 매물로 나온 헬름스 빈야드의 매력과 잠재력을 한눈에 알아본 이회장이 바로 와이너리 인수를 결정했다. 

 

다나 에스테이트의 첫 와인은 헬름스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2005였고 이후 세 개의 포도밭을 소유하게 된다. 설립 2년 만에 로터스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2007이 로버트 파커 100점을 받으면서 일약 “나파밸리의 슈퍼 스타 중 하나(파커의 평)”로 등극하게 되었다. 현재 다나 에스테이트는 단일 포도밭 와인과 여러 포도밭의 포도를 블렌딩하는 ‘온다Onda’, 바소 등 단아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와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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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하면서도 자연과 잘 어울리는 와이너리 전경>

 

 

포도밭에서 시작되는 와인메이킹


다나 에스테이트는 무엇보다 포도밭의 특징을 온전하게 와인에 담기 위해 노력한다. 단일 포도밭 와인의 경우, 세계 상위 1% 수준의 선별작업을 통해 해당 포도밭의 포도 15%만을 사용한다. 극도의 완벽주의가 반영된 결과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와인메이커 크리스 쿠니Chris Cooney는 “시간과 노력의 95%를 포도밭에 쏟고 있다.”고 할 정도로 철두철미하고 진지한 태도를 보여준다.

 

포도를 재배할 때 보통 포도밭 단위로 하거나 더 세심하게 한다면 특정 구획 별로 나눠서 관리한다. 그러나 다나 에스테이트는 포도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수액의 흐름을 측정하는 센서를 달아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vine to vine 재배를 실시하고 있다. 품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사실 시간과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 수밖에 없다. 이 또한 고품질 와인에 대한 열정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완벽주의로 귀결된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유기농으로 인증 받았다. 2011년에 일부 포도밭은 관개를 최소화하는 드라이 파밍으로 전환해서 포도나무들이 가뭄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했다.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는 네 개의 포도밭은 다음과 같다. 

 

 

헬름스 빈야드 Helms Vineyard


다나 에스테이트의 첫 포도밭으로 러더포드 벤치에 위치하고 있다. 나파 서부에 위치한 마야카마스 산맥과 평원이 만나는 곳이다. 자갈이 많은 양토로 배수가 뛰어나다. 순수한 검붉은 과일 풍미와 러더포드 더스트Rutherford Dust라 불리는 흙먼지와 같은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로터스 빈야드 Lotus Vineyard


나파밸리 동부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포도밭이다. 서쪽을 향하고 있어 오후의 햇살을 충분히 받아 일조량이 풍부하다. 그 결과 포도알은 매우 작고 껍질이 두꺼워져 응집력과 단단한 구조를 가진 파워풀한 와인이 된다. 

 

크리스탈 스프링 빈야드 Crystal Spring Vineyard


로터스 빈야드에서 100미터 가량 아래에 위치한다. 다나 에스테이트의 포도밭들 중 가장 따뜻하여 먼저 수확한다. 로터스와 같은 서향 포도밭으로 검은 과일의 느낌과 함께 신선함과 풍부함을 가진다. 단일 포도밭 와인으론 만들지 않고 온다의 블렌딩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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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 빈야드 Hershey Vineyard (위 사진)


다나 에스테이트가 마지막에 취득한 포도밭으로 가장 넓다. 해발고도 550미터의 하웰 마운틴 정상에 위치하며 커다란 스프 그릇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햇빛을 사방으로 받을 수 있어 일조량이 풍부하지만 높은 고도 덕분에 서늘해서 가장 늦게 수확을 한다. 화산토양을 비롯해 7종의 다양한 토양들로 이루어져 있다. 바소와 온다의 블렌딩에 가장 많이 쓰이며 검붉은 과일 풍미와 꽃, 산도, 미네랄리티를 가진다. 

 


포도밭의 특성과 발효조의 관계 


다나 에스테이트는 나파밸리에선 유일하게 포도밭에 맞춰 설계된 발효룸을 가지고 있다. 포도밭에서 그토록 지켰던 테루아를 순수하게 표현하고자 서로 다른 발효조를 사용한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헬름스 빈야드에서 수확한 포도는 오크와 잘 맞기 때문에 오크 탱크에서 발효한다. 로터스와 크리스탈 빈야드의 경우 파워풀하고 농축미를 갖고 있어 시멘트 발효 탱크(아래 사진)에서 낮은 온도로 오랫동안 발효하게 되면 여운이 길고 정교함이 뛰어난 와인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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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 빈야드는 가장 넓고 늦게 익기 때문에 매일매일 조금씩 수확해서 작은 배럴에 넣고 발효한다. 킷 길버트는 “포도를 직접 으깨지 않고 그대로 발효하는 것은 포도를 매우 부드럽게 다룬다는 의미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테루아를 잘 표현하기 위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오크 숙성 단계에서도 와인의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크통을 1단으로만 쌓는데, 이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새 출발의 주인공, 바소 2014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예전 빈티지와 비교하면 바소 2014는 겉과 속 모두 달라졌다. 이전에는 약 20% 정도의 포도를 매입했지만 이제 자가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 100%로 만든다. 포도나무의 수령이 적정수준에 이르러 품질과 안정된 생산량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와인들처럼 바소도 진정한 에스테이트 와인이 된 것이다. 둘째 산악 포도밭의 비율을 60%에서 70%로 상향 조정했다. “바소는 네 개의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로 만드는데, 그 중 허쉬 빈야드의 비중이 70%나 된다. 산 정상에 있는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의 영향으로 신선하고 에너지가 풍부”하다고 킷 길버트가 소개했다. 

 

셋째 바소와 바소 리저브 두 가지 와인이 나왔지만 리저브급으로 단일화했다. 넷째 바소는 한국시장 전용이 아닌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다. 홈 그라운드의 장점을 가지고 성공했던 과거와 달리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세계 시장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낸 것이다. 미국에선 한발 앞서 2013 빈티지부터 선보였는데, “높은 수준의 컬트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 와인을 현실적인 가격대에서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잘 전달되어 일단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킷 길버트는 부연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다분히 한국 정서를 고려한 듯한 달 항아리 레이블에서 다나 에스테이트의 기존 와인들과 연결되는 연꽃 레이블로 바꿨다. 다나 에스테이트를 맡고 있는 오지선 브랜드매니저는 “다나 에서 만든 와인들은 모두 연꽃 레이블을 사용하지만 기존 바소의 경우 한국시장 전용이었기 때문에 레이블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배경에 대해 말했다. 앞서 언급했던 목표 시장의 변화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편적이고 통일적인 이미지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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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소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2014 


카베르네 소비뇽 96%, 프티 베르도 3%, 말벡 1%의 다른 와인에 비해 보르도 블렌딩에 가깝다. 100% 프랑스산 오크(새 오크 비율 20%)에서 20개월 동안 숙성했다. 검은 과일과 카시스, 자두의 맛이 응집되어 있고 향신료와 시가박스, 삼나무, 다크 초콜릿, 꽃과 과일을 블렌딩한 블랙티의 맛이 풍부하게 입 안에 퍼진다. 단단한 구조감 뒤에 벨벳 같이 부드러운 타닌은 안온하고 단정한 느낌을 준다. 기존의 바소에서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하기 보단 다른 와인으로 봐야 한다. 깊이감, 신선함, 과실의 농축미 그리고 집중시키는 힘 모두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고 조화롭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마시기에도 좋지만 앞으로 5~10년 이후 더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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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2014


2010년 온다도로Onda d’Oro에서 온다Onda로 간결하게 바뀐 와인으로 100%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다. 4개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블렌딩해서 만드는데, 크리스탈 스프링 빈야드를 주축으로 한다. 크리스탈 빈야드는 허쉬 빈야드에 비해 다양성이 적은 균질한 포도밭이다. 짙은 색상부터 바소와 다른 스타일임을 짐작할 수 있다. 검붉은 과일, 달콤한 향신료의 향이 풍성하다. 입에서는 잘 익은 과일 풍미와 타닌이 목 안으로 넘어갈 땐 따뜻하고 너무나 부드럽다. 마치 최고급 캐시미어 니트를 입을 때의 촉감이 연상된다. 파워풀하면서도 산도와 균형이 잘 잡혀있으며 여운 또한 오래 지속되며 넛맥의 향이 이어진다. 숙성 잠재력은 앞으로 20~25년으로 볼 수 있다. 

 

2012년에 마스터 소믈리에가 된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 베누Benu(샌프란시코 소재)의 윤하 소믈리에는 바소 2013을 테이스팅한 후 다음과 같이 평했다. “단일 포도밭 와인처럼 위대한 순수함과 깊이감을 보여준다. 매우 세심한 양조를 거친 100% 에스테이트 와인을 어떻게 이 가격대에 제공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여기에 중요한 힌트가 있다. 바소 2014는 다나 에스테이트란 컬트 와이너리가 최고의 단일 포도밭 와인과 똑같이 만들었지만 접근 가능한 가격의 와인이란 점이다. 와인 애호가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출발선에 서 있는 뉴 바소가 과거 바소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지 기대해본다. 

 

 

수입 _ 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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