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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수퍼 스타, 람브루스코


1970-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가 서서히 잊혀진 와인이 있다. 이탈리아 북동부의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에서 나오는 람브루스코Lambrusco가 그것이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프로세코(Prosecco, 베네토와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 지방에서 나오는 스파클링 와인)가 전세계 스파클링 와인 소비를 주도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탈리아산 스파클링 와인” 하면 람브루스코를 떠올릴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영국에서는 수백만 병의 람브루스코가 팔렸고 독일인과 미국인들도 이 와인에 열광했다.

 

당시 인기 있었던 람브루스코는 화이트 스파클링 또는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 대부분이었고 풍선껌에 비유될 정도로 단맛과 과일맛이 많았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했다. 하지만 이렇게 저렴하고 단맛을 지닌 람브루스코는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드라이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의 람브루스코 와인도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그로 인해 이 지역 와인은 사람들로부터 점차 외면 받으며 그 인기도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수퍼 스타의 부활

 

지난 30여 년간 람브루스코 와인생산자들은 과거의 왜곡된 이름표를 떼어버리고 ‘진짜 람브루스코’가 어떤 와인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람브루스코는 이탈리아의 유명 셰프들과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앞장서서 추천하는 와인 중 하나가 되었다. 좋은 예로, 이탈리아 출신의 유명 셰프 Antonio Carluccio는 The Telegraph와의 인터뷰에서 람브루스코를 이렇게 예찬한다.

 

 

“사람들은 그동안 잘못된 버전의 람브루스코를 마셔왔다. 지나치게 달고 기포가 많은, 내가 ‘코카콜라 람브루스코’라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반면, 드라이한 람브루스코는 짙고 풀바디하며 파르마 햄, 소금에 절인 육류, 양념 조리한 생선과 어울리는 환상적인 와인이다. 한마디로, 이보다 더 좋은 와인은 없다.”

 

 

유명 소믈리에들 사이에서도 람브루스코는 핫한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다. 22세의 나이로 ‘최연소 마스터 소믈리에’ 타이틀을 획득한 뱅상 가스니에는 그의 저서 <와인 테이스팅 노트 따라하기>에서 품질 좋고 드라이한 람브루스코 와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진정한 람브루스코는 정말 경이롭다. 이탈리아 북동부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이 원산지로, 강렬한 붉은 빛깔과 가볍고 신선한 특징이 진한 소스나 고기 요리와 무척 잘 어울린다.

람브루스코를 고를 때에는 가장 최근 빈티지를 고르고 구입하면 바로 마시는 것이 좋다. (아주 저렴한 것은 피하도록 하라). 그리고 마시기 전에 냉장고에 30분 정도 넣어두었다가 약간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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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테 메디치 ‘콘체르토’  (하이트진로 수입)>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소식을 하나 덧붙이면, 우리나라에서도 마침내 '진짜 람브루스코'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상급 람브루스코 와인생산자로 평가 받는 에르메테 메디치Ermete Medici의 와인이 그것이며 하이트진로를 통해 수입, 유통되고 있다(위 사진). 

 

'요리책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The IACP Cookbook Awards를 수상한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원제: Vino Italiano)에서, 저자인 조 바스티아니치는 에르메테 메디치의 와인을 이렇게 평가한다.

 

“에르메테 메디치의 ‘콘체르토 Concerto’ 람브루스코는 드라이하고 품질 좋은 람브루스코 와인이 얼마나 상쾌하고 향이 좋은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말린 체리 향과 상쾌한 신맛 그리고 약간의 발포성이 입맛을 자극하여 치즈 한 입이나 햄 한 조각 또는 포크에 둘둘 감은 파스타를 먹고 싶게 만든다. 방금 구운 빵에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떨어뜨리고 람브루스코와 함께 즐겨보는 상상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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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법으로 관리되는 에르메테 메디치의 포도밭>

 

 

참고로, 람브루스코 와인의 기포를 생성시키는 방법은 a) 발효조 내에 압력을 가하는 Charmat method, b) 알코올 발효를 마친 와인이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일으키는 Traditional method, c) 알코올 발효를 완전히 끝내지 않은 와인이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일으키는 Ancestrale method의 세 가지로 나뉜다. 품질이 좋은 람브루스코는 보통 b와 c 방법으로 만든다.  이 때 Ancestrale method로 만든 람브루스코의 특징은, 병 속에서 발효를 마치고 가라앉은 효모의 앙금을 걸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르메테 메디치의 ‘페르멘토 Phermento’ 와인도 이 방법을 사용해서 만든다(아래 사진, 수입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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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음에 소개할 와인들은 지난 9월에 열린 <Matilde di Canossa Wine Competition>에서 각 원산지를 대표하는 최고의 람브루스코로 선정된 와인들이다. 올해로 9회를 맞는 이 대회에는 59개 와인생산자의 248개 와인이 출품되어 자웅을 겨루었고 여덟 개의 와인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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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ㅣ와인 이름ㅣ 빈티지 l (원산지)
 

Cantine Due Torri, Grasparossa, 2017 (Colli di Scandiano e di Canossa DOP)
Cleto Chiari, Sassomoro, 2017 (Modena DOP)
Cantina Sociale di San Martino, Linea 1907 Riò, 2017(Lambrusco di Sorbara DOP)
Chiarli 1860, Nivola, 2017 (Lambrusco Grasparossa di Castelvetro D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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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ㅣ와인 이름ㅣ 빈티지 l (원산지)


Cantine Virgili, Rays-Capsula nera, 2017, Lambrusco Mantovano DOP)
Medici Ermete, I Quercioli, 2017 (Reggiano DOP)
Ariola, Marcello-Millesimat, 2017 (Emilia IGP Lambrusco)
Cantine Lebovitz, Al Scagarün, 2017, (Provincia di Mantova IGP Lambrusco)

 

 

 


※ 참고자료


“Retro sparkling wine lambrusco returns to favour”
“Lambrusco makes a comeback and even outsells Prosecco”
<Matilde di Canossa Wine Competition> Award winning wines 2018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 (조 바스티아니치 외 공저, 바롬웍스 출판 )
<와인 테이스팅 노트 따라하기> (뱅상 가스니에 저, 바롬웍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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