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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일년 중 와인 구매가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시기는 명절 전이다. 그만큼 명절 선물로 와인을 고르는 이들이 많다. 개인이 구매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업들이 선물용으로 사가는 와인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들 대부분은 선물할 와인을 고를 때 한 가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어떤 와인을 사야 할지 모르거나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와인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수십, 수백 가지 와인 앞에서 자칫 멘붕에 빠질지도 모를 이들을 위해, 20년 경력의 정현주 매니저(
와인타임 압구정점)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명절 와인 선물 고르는 법>을 알려주었다.

 

 

Q. 개인 고객과 기업 고객이 선호하는 선물용 와인은 다른가요?


네, 달라요. 소수의 지인들에게 선물할 와인을 고르는 개인 고객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와인이나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긴)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단체 선물용 와인을 고르는 기업 고객의 대부분은 와인의 유명세나 화제성을 염두에 두죠.

 

Q.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와인이라면, 몬테스 같은 와인을 말하는 건가요?


몬테스(MONTES)가 대표적이죠.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언론이나 인터넷 상에서 빈번하게 언급되는 와인이니까요. 3만~10만원대 사이에서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장점이구요. 특히 상대방의 취향을 모를 때에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와인을 선물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안전합니다.

 

Q. “상대방의 취향을 모를 때 선물하기 좋은” 와인의 예를 더 들어주세요.


천재 미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고향 Vinci 마을에,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양조장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만드는 세 가지 와인-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누가 들어도 친숙한 이름이고, 각 와인의 레이블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대표작들이 그려져 있어 고급스러움이 묻어납니다. 4만~10만원의 가격대에서 자신의 예산에 맞는 와인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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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스 퍼플 앤젤(좌)과 다 빈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우)>

 

 

Q. 그렇군요. 그럼,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와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프랑스 남부에서 생산되는 마레농 가르다렘(Marrenon Gardarem)이라는 와인이 있어요. “가르다렘”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흥미로운데요. 프랑스 남부에 군사 기지를 확장하려는 정부 결정에 반대하여 농부들이 일으킨 저항 운동의 슬로건이 바로 “(우리 땅을) 지킨다”는 의미의 “Gardarem”입니다. 농민들의 이러한 저항정신은 향후 프랑스에서 일어난 세계화 반대 운동의 기반이 되었죠. 무언가를 수호하고 지킨다는 신성한 의미가 담긴 만큼, 소중한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와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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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와인의 사례를 더 듣고 싶어요.


출산과 관련된 일화를 담은 와인도 있어요. 일명 “아기 예수의 와인”이라 불리는 부샤 뻬레 피스 빈 드 랑팡 제쥐(Bouchard Pere & Fils Vigne de l'Enfant Jésus)가 그것인데요. 17세기 부르고뉴의 한 수도회가 당시 불임이었던 앤 여왕이 아이(루이 14세를 일컬음)를 가질 거라고 예언했어요. 이 예언은 적중했고, 이후로 수도회가 소유했던 포도밭은 l'Enfant Jésus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해요. 그리고 1791년에 이 포도밭 전체를 Bouchard 가문이 사들였죠. 이 와인은 행운, 기원, 염원의 의미를 담아 선물하기에 알맞은 것 같아요.

 

Q. 와인에 담긴 이야기거리가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와인들을 더 소개해주세요.


“교황의 와인”으로 알려진 샤또네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 와인은 너무나 유명하죠. 십자군 전쟁 실패, 권력쟁탈 등으로 14세기 초 로마 카톨릭 교회는 혼돈 그 자체였어요. 이 때 프랑스 국왕의 간섭 하에, 교황의 거처가 로마가 아닌 프랑스 남부의 아비뇽으로 옮겨진 사건이 “아비뇽 유수”인데요. 덕분에 이 지역의 와인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교회와 와인은 뗼 수 없는 관계에 있으니까요. 샤또네프 뒤 파프 와인 생산자 중에서도 샤또 라 네르뜨(Chateau La Nerthe)는 15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지녔고, 유럽 각지의 귀족과 왕실 가문 사이에서 쌓았던 명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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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샤 뻬레 피스 빈 드 랑팡 제쥐(좌), 샤또 라 네르뜨 샤또네프 뒤 파프(중앙 우)>

 

 

Q. 기업 고객의 경우에는 와인의 유명세나 화제성을 보고 와인을 고른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주세요.


기업 고객이 단체 선물을 고를 때 수십, 수백 명의 취향을 일일이 고려하는 것은 무리죠. 그래서 보통 유명 인사들이 마신 와인이나 굵직한 이벤트에 등장한 와인 등 대중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와인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 만찬에 등장한 덕혼(Duckhorn), 시진핑 주석 방한 때 공식 만찬 와인으로 쓰인 듀몰(DuMOL), 삼성 이건희 회장의 생일 때 등장한 케이머스(Caymus), 2005년 APEC시 만찬 와인으로 쓰인 몬테스 알파 엠(Montes Alpha M) 같은 와인들이 있습니다. 모두 10만~40만원대의 프리미엄 와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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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듀몰, 케이머스, 덕혼, 몬테스 알파 엠>

 

 

Q. 명절처럼 여러 명이 모이는 날, 누구나 맛있게 마실 만한 와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러 명이 함께 마실 와인은 무난하고 마시기 편한 와인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타닌의 양이 적고 입 안에서 가볍게 느껴지는 와인이 바로 그런 와인인데요. 1만원대로 가성비가 뛰어난 마레농 클래식 루즈(Marrenon Classic Rouge), 과일 풍미가 풍부한 부샤 뻬레 피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Bouchard Pere & Fils Bourgogne Pinot Noir)나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Kim Crawford Sauvignon Blanc), 음식에 곁들이기 좋은 퀘르체토 키안티(Querceto Chianti)를 추천합니다. 타닌이 많고 입 안에서 육중하게 느껴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와인은,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고 음식과 매칭하기도 까다롭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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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 부샤 뻬레 피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 마레농 클래식 루즈, 퀘르체토 키안티>

 

 

Q. 아쉽지만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와인과 함께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려요.


지금처럼 추운 날씨에는 치즈를 와인과 함께 선물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모 기업으로부터 와인과 (CEO가 추천하는) 책을 함께 포장해 달라고 의뢰 받은 적도 있는데,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와인잔의 경우, 직접 건넬 것이 아니라면 배송 중 깨질 위험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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