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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ardless of the vintage, Insignia is Insignia”

 


"빈티지가 무엇이든 간에 인시그니아는 인시그니아다."  한때 세계 와인 산업을 쥐락펴락했던 유명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경외심이 담긴 이 말은 인시그니아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지난 1일, 수입사 나라셀라 주최로 열린 인시그니아의 주요 빈티지 와인 비교 테이스팅에서 기자는 이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16년에 40번째 빈티지를 선보이며 인시그니아는 어느새 불혹에 들어섰다.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의 오퍼스 원Opus 1과 더불어 나파 밸리의 와인 전통을 잇는 최고급 와인이란 명성 뒤엔 조셉 펠프스 빈야드Joseph Phelps Vineyard의 창업자, 조 펠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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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건축업자, 조 펠프스는 수버랭 와이너리Souverain Winery(현재 러더포드 힐Rutherford Hill)의 건축에 참여하면서 나파 밸리와 이곳의 라이프 스타일이 지닌 매력에 빠져 1973년에 자신의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이후 1978년에 조셉 펠프스는 미국 최초의 메리티지Meritage(Merit+Heritage의 합성어, 보르도 블렌딩을 의미) 와인, 인시그니아 첫 빈티지 1974를 출시한다. ‘인시그니아’는 ‘힘, 권력, 지휘, 서열을 나타내는 상징 혹은 징표’를 의미하는데, 조 펠프스가 면도를 하다가 우연히 떠올린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 따라서 와인의 운명이 결정되기라도 한 것처럼, 이후 인시그니아는 미국 고급 와인의 아이콘이 되었다. 또한 보르도 블렌딩에서 출발했으나 빈티지를 거듭하면서 나파 밸리의 독창적 블렌딩을 완성하여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인시그니아에 대해 로버트 몬다비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당시 우리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피노 누아를 만들고 있었다. 그(조 펠프스)의 인시그니아를 보고 나는 그가 선구자임을 알았다.”

 

인시그니아의 성공은 나파 밸리의 와인 생산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오퍼스 원, 도미누스, 로코야 등 나파의 수많은 명품 와인이 등장하는데 영감을 제공했다.


인시그니아의 블렌딩 비율은 빈티지에 따라 다르지만,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메를로, 프티 베르도, 카베르네 프랑, 말벡을 소량 블렌딩한다. 인시그니아는 매 빈티지마다 놀라운 품질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1990년부터 현재 2013 빈티지까지 와인 스펙테이터와 로버트 파커의 점수는 90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로버트 파커는 인시그니아가 추구하는 완벽한 품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위대한 와인의 특징은 밭에 대한 존경, 겸손함, 품질의 지속성이다. 힘든 빈티지(1998, 2000)를 맛보면 이는 더욱 확실해진다.”


인시그니아 1991, 1997, 2012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으며 화제가 되었다. 미국의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 또한 2002 빈티지를 '2005년 올해의 톱 100 와인' 중 1위로 선정한 바 있다.


조셉 펠프스 빈야드는 나파 밸리의 유명 와이너리 중 직접 소유한 포도밭이 가장 많고 이들 대부분은 스택스 립, 오크빌, 러더포드, 세인트 헬레나 등 핵심 지역에 위치한다. 포도밭을 소유하면 직접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포도의 품질을 관리하는데 유리하다. 인시그니아의 경우 2004 빈티지부터 직접 재배한 포도만 사용해 왔다.


인시그니아의 연간 생산량은 약 12만병이며 한국시장에서 대략 1500병을 소비한다. 이는 아시아 1위, 세계 2위에 해당한다. 국내 유통 중인 인시그니아는 2013 빈티지이며 내년에 새로운 2014 빈티지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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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팅은 조셉 펠프스 프리스톤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에서 시작하여 인시그니아 2000 빈티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 프리스톤 빈야드Freestone Vineyard

1999년 조셉 펠프스 빈야드는 태평양의 영향으로 기후가 서늘한 소노마 코스트에 100 헥타르 면적의 포도밭을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 프리스톤 샤르도네 2015 Freestone Chardonnay 

부르고뉴 전통 기법인 전송이 압착(whole clusters)를 도입했다. 젖산 발효와 배럴 휘젓기(lee stir)를 거쳐 오크에서 13개월 숙성한다(새 오크 35%, 중고 오크 65%). 윤기가 도는 노란색을 띠고 청사과, 레몬, 파인애플의 향이 은은하고 브리오슈, 구운 빵의 향이 더해져 마치 거품 없는 빈티지 샴페인을 마시는 것 같다. 산도와 당도의 균형이 좋고 질감이 매끄럽다. 적절한 오크 터치까지 나무랄 데 없는 와인이다. 로버트 파커 93점


□ 프리스톤 피노 누아 2014 Freestone Pinot Noir 

2005년 처음 출시한 프리스톤 피노 누아는 캘리포니아의 과일 풍미와 부르고뉴의 미네랄이 조화를 이뤘다는 극찬을 받은바 있다. 프랑스산 새 오크에서 35% 와인, 나머지 65%는 중고 프랑스산 오크에서 14개월 숙성한다. 라즈베리, 검은 체리, 시나몬, 버섯의 향이 나면서 달콤한 바닐라와 토양에서 오는 미네랄의 느낌이 뒤따른다. 타닌과 산미가 서로 부딪치지 않고 탄탄한 구조를 이룬다. 질감 또한 좋아서 목 넘김이 매우 부드럽다. 로버트 파커 점수 90-29점


□ 조셉 펠프스 카베르네 소비뇽 2014 Joseph Phelps 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 소비뇽 84%, 메를로 8%, 프티 베르도 4%, 말벡 2%, 카베르네 프랑 2%)

 

‘베이비 인시그니아’로 불리는 와인으로 나파 밸리 전역 7개의 자가 소유 포도밭의 포도로만 만든다. 와인의 45%는 새 오크(55% 프랑스산, 45% 미국산)에서, 나머지 55%는 중고 오크에서 18개월 숙성한다. 조셉 펠프스 빈야드는 오크 사용에 신중을 기하여 우아한 매력을 부여한다.


2014년의 경우 건조하고 그다지 덥지 않은 여름이 지속되었다. 그 결과, 2012, 2013년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해로 기록되었다. 잘 익은 검은 체리, 자두, 삼나무, 향신료의 풍미가 돋보이고 타닌이 매우 부드럽다. 풀 바디 레드 와인으로 20년 이상 숙성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인시그니아 2013 Insignia

(카베르네 소비뇽 88%, 프티 베르도 5%, 메를로 3%, 말벡 3%, 카베르네 프랑 1%)


인시그니아 40주년 빈티지로 주최측이 테이스팅에 앞서 6번이나 더블 디켄팅을 했으나 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그만큼 견고하다는 뜻으로 숙성 잠재력은 30년으로 본다는 말에 동감한다. 블랙베리, 블랙 커런트, 자두, 커피, 향신료, 삼나무의 향이 풍부하고 복합적이다. 산도와 타닌이 강하고 뚜렷하여 놀랄 정도다. 로버트 파커 98점, 제임스 서클링 96점, 와인 스펙테이터 93점


■ 인시그니아 2009 Insignia

(카베르네 소비뇽 83%, 프티 베르도 13%, 말벡 4%)


2009년은 평년보다 서늘했으나 더운 9월의 영향으로 포도가 충분히 익을 수 있었던 해다. 첫 인상은 강건했다. 블랙베리, 말린 허브, 모카, 삼나무의 풍미가 깊게 느껴지고 잘 익은 타닌의 영향으로 매끄러운 감촉과 감각을 집중시키는 힘이 강하다. 10년을 앞두고 있지만 지금 마시기에 좋고 앞으로 더 보관해두었다 마셔도 좋을 듯하다. 참석자 중 많은 전문가들이 최고로 꼽았던 빈티지. 로버트 파커 90점, 와인 스펙테이터 91점


■ 인시그니아 2000 Insignia

(카베르네 소비뇽 77%, 메를로 18%, 프티 베르도 3%, 말벡 1%, 카베르네 프랑 1%)


2000년 나파 밸리의 여름은 덥지 않고 습했던 해로 포도가 천천히 익었다. 자가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 76%, 나머지 24%는 최상급 포도를 매입했다. 오렌지 색상의 테두리만 봐도 충분히 나이 먹은 와인임을 알 수 있다. 숙성향(어떤 이는 장독대 향이라고도 한다.)이 첫 향으로 코를 자극한다. 이후 시나몬, 흑연, 검은 과실의 풍미가 이어지고 민트의 향이 삼키고 난 후 여운으로 남는다. 마지막까지 우아하고 매력적인 와인이다. 로버트 파커 90점, 와인 스펙테이터 92점

 

 

 

수입_ 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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