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로 담근 와인,
그리고 노아의 진실
글 고재윤 ㅣ 사진제공 나라식품(주)_슈렘스버그 와이너리
종교적인 면에서 와인을 해석해보면, 가톨릭 교회에서의 와인은 매우 중요한 술이며 인류 역사와 함께한 신성한 음료수라고 할 수 있다. 성경에서 최초로 와인에 대해 언급한 구절은, 대홍수가 끝나고 하느님으로부터 몇 가지 계시를 받고 노아가 정착하여 아라랏산이 있는 지역에서 농사를 시작할 무렵이다. 창세기에 “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더니, 와인을 마시고 취하여 천막 안에서 벌거벗은지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포도나무는 고대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서 하느님이 내리는 행복과 풍요를 상징하는 것이며, 하느님으로부터 선택 받은 민족임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남들에게 존경받는 의인이며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었던 노아는, 포도밭을 일구고 포도나무를 최초로 심은 사람이 되었다.
노아는 세 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셈, 함, 야펫이 그들이다. 어느 날 둘째 아들 함은 아버지 노아가 와인을 마시고 취하여 벌거벗은 채 천막 안에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밖으로 나온 함은 형제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셈과 야펫은 아버지의 추한 모습을 보지 않으려 뒷걸음쳐 들어가 옷으로 덮어드렸다.
노아 이전에 고대 인류도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와인을 마셨으며, 신앙의 일상생활 속에서 필수적으로 와인을 마셨거나 혹은 특정계층의 사람들이 마셨을 것으로 추측된다(포도주는 서민들이 마실 수는 없고 오직 귀족들이 마실 수 있는 특정인들을 위한 술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와인은 식사 시에 한두 잔을 마시면서 분위기를 좋게 하고 건강을 지켜주는 보약 같은 역할을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자신을 주체할 수 없고 남에게 피해를 주어 그 다음날 후회하게 만들기도 한다. 의인인 노아마저 와인을 마시고 취해 발가벗고 누워 있었다는 일화를 떠올려보면, 와인을 과음하는 현대인들에게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의 충만함을 받으라”는 에베소서의 구절과 함께, 하느님이 들려주신 신앙인으로서 덕을 쌓으라는 교훈을 들려주고 싶다.
포도나무는 기름진 땅에서 자라는 작물이 아니다. 척박한 땅에서 오히려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고, 기름진 땅에서는 사람들은 곡식을 재배하여 윤택한 생활을 누린다. 이는 마치 곡식조차 심을 수 없이 척박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땅에 포도나무를 심게 함으로써,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과 희망을 준 하느님의 인류에 대한 공평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포도나무는 자갈, 모래, 석회질 등의 척박한 토양에서 무더운 태양과 가뭄을 견디면서 영양분을 찾아 지하 깊숙이 뿌리를 내린다. 이렇게 영양분을 공급받아 포도열매가 맺히고, 이 포도는 인간에게 좋은 와인을 선물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위치에서 분수를 지키고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이 있어도, 신앙심이 있다면 평화롭고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이것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선물한 지혜이며 사랑이다.
글쓴이 _ 고재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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