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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Gaja(가야)’. 누군가 그랬었나? 이태리 와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Angelo Gaja와인과 이태리와인이 있다고. Angelo Gaja는 이태리 최고의 와인 생산자이다. Frescobaldi, Antinori, Conterno 가문과 같이 수백 년의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현대적인 이태리와인을 생산하는 대표주자의 선두에 있다고 모두 인정하고 있는 곳이다. 이태리 최고, Piemonte지역의 최고와인을 생산하는 Angelo Gaja는 아이러니 하게도 Barolo지역에 있지 않고 Barbaresco지역에 위치해 있다. 항상 형님 뻘인 Barolo로부터 항상 밀려있던 동생와인인 Barbaresco에서 이태리 최고의 와인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Barolo는 Alba市의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Barbaresco는 Alba市의 동쪽에 붙어있다. 면적으로 보면 Barolo지역의 1/2정도이며 해발 120m~350m에 위치하고 있다. 포도농장을 하고 있었던 Giovanni Gaja는 1859년 Piemonte의 Langhe언덕에 둥지를 틀었다. Giovanni의 아들인 Angelo(현 Angelo Gaja의 조부), 그리고 Angelo의 아들인 Giovanni(현 Angelo Gaja의 아버지)는 현 Gaja의 최고봉 와인, 3개의 Single Vinayard인 Sori San Lorenzo, Sori Tildin, Costa Russi를 사들이는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참고: Sori는 남향의 작은 포도밭을 의미). Giovanni의 아들이자 현 Gaja Winery의 수장인 Angelo Gaja는 1961년 가업에 입문하게 된다. Angelo는 가업을 이어받아 자신의 와인들을 세계에 알리려는 일과 Barbaresco에 국한하지 않았다. 형님 동내인 Barolo지역, Toscana의 최고봉 Brunello di Montalcino지역(1994년), 심지어는 Super Toscana Wine의 본고장 Bolgheri지역(Ca’Marcanda 1996년)까지 그의 영역을 확대하고자 무한한 도전을 하고 있는 정열의 화신이다. (참고로 Angelo Gaja는 부인 Lucia, 큰딸 Gaia Gaja - 2005년에 입사, 둘째딸 Rosanna, 아들 Giovanni까지 1남 2녀가 있다)

작은 마을 Barbaresco에 위치한 Gaja Winery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건물이었다. 우리를 맞아준 Gaja의 직원은 먼저 지하 셀러로 안내하였다. 그 동안 방문하였던 모든 와이너리와는 달리 Gaja는 지하 셀러에서 사진 찍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하 셀러를 찍지 못하게 하는 직원의 지시를 피해서 공개하려 하지 않는 Gaja의 은밀한 곳을 살짝 찍어놓았다. 지하 셀러의 곳곳에는 다양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들 모두 Angelo Gaja와 돈독한 관계가 있는 건축가 Giovanni Bo의 작품들이라고 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Toscana의 Bolgheri지역에 위치한 Gaja의 Ca’Marcanda Winery를 이 건축가가 설계를 하였다고 한다.

지하 셀러를 나와 2층에 있는 Tasting Room에 도착하였다. Angelo Gaja의 모든 와인들이 수십 병씩 가지런히 아름답게 전시되고 있었다. 그 중에는 Gaja의 아주 오래된 와인들도 전시가 되고 있었는데 레이블에서 그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오늘의 시음 와인. Barbaresco 2005, Dagromis 2004, Contesia 2004, Sperss 2004, Darmagi 2004. Barbaresco 2005는 이 지역의 14개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생산되며 100% Nebbiolo로만 만들어진다. 첫 모금이 강하다. Steely한 탄닌과 함께 잘 익은 열대과일의 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기분 좋은 산미도 함께. Dagromis 2004는 Barolo다. La Morra지역과 Serralunga d’Alba지역에서 포도를 생산한다. 형님뻘 와인인 Sperss의 2nd 와인격이다. 포도를 늦게 수확한 느낌이 강하게 온다. 약간의 채소 냄새와 함께. 부드러운 탄닌. Conteisa 2004는 Barolo의 La Morra지역에서 생산된다. 역시 향이 좋다. 잘 잡혀있는 탄닌의 밸런스와 함께 피니쉬도 아주 오래 지속된다. Sperss 2004는 Barolo의 Serralunga d’Alba에서 생산된다. 바롤로 특유의 파워. 다양한 Berry들의 총집합 향이 코를 자극한다. 젊은 18살 청년의 강건함이 느껴진다. 이빨을 빠닥거리게 할 만한 탄닌의 피니쉬가 너무 인상적. Darmagi 2004는 Cabernet Sauvignon 95%, Merlot와 Cabernet Franc을 5% 섞는 전형적인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 흙 냄새와 먼지냄새 등 Barolo, Barbaresco와인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게다가 쓴 맛도 느껴져서 시음 와인중에서는 가장 점수를 낮게 주었다. 시음한 5종의 Gaja와인 중에서 나는 Contesia 2004와 함께 Sperss 2004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매겼다.

Gaja의 와인들은 크게 10가지로 나뉘어 진다. Gaja의 본거지인 Barbaresco, 그리고 Barbaresco의 Single Vinyard 3총사 Sori San Lorenzo(1967), Sori Tildin(1970), Costa Russi(1978)가 그들의 리스트 최고봉에 있다. 원래 이 3총사 와인은 이태리 최고의 등급인 DOCG였다. 그러나 Angelo는 이 3총사 와인의 포도 배합에 기존 Nebbiolo 100%를 사용하지 않고 1996년부터 Piemonte의 토속 품종인 Barbera를 5%정도 배합하였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의 등급을 DOCG에서 Langhe Nebbilo라는 DOC로 내려버리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을 하였다.

Barbaresco의 지역적 열등감이 있었을까? Angelo Gaja는 형님뻘 동네인 Barolo에 포도원을 구입하여(1988년) 와인을 생산하게 되었으니 그 이름이 Sperss(Serralunga d’Alba)와 Conteisa(La Morra)이다.

Super Toscana와인이 전세계 와인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던 1990년대 지극히 다혈질이자 열정의 화신인 Angelo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Sassicaia가 생산되는 지역과 같은 토양의 포도원을 구하기 위하여 Bolgheri지역을 수없이 드나들었다. 그리고 그 포도밭을 획득하는데 무려 수십번의 설득과 제안에 포도밭의 원소유자는 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국 Bolgheri의 최고 명당을 소유하게(1996년) 되었는데 Angelo는 그 포도원의 이름을 Ca’Marcanda (영어로 직역을 하자면 ‘House of Endless Negotiation’)로 정했다.

Angelo의 와인에 대한 열정일까 아니면 극도의 소유욕일까? Ca’Marcanda를 만들기 위하여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Angelo는 Toscana의 최고 와인지역인 Brunello di Montalcino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결국 그는 1994년 Rennina, Sugarille 두 가지 와인을 출시하면서 Montalcino 생산자로서 이름을 등록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외래포도품종인 Cabernet Sauvignon, Chardonnay, Sauvignon Blanc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Barbaresco/Barolo에서 Chardonnay, S/B으로 White Wine을 생산하게 되는데 그 이름이 바로 Rossi-Bass, Gaia & Rey, Alteni di Brassica이다. 심지어 Angelo는 아버지 Giovanni가 살고 있던 집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포도밭에 Nebbiolo를 모두 뽑아버리고 Cabernet Sauvignon을 심어 와인을 만들어 아버지에게 선보였더니 아버지 왈 “Angelo야, 동네어른들에게 창피해서 얼굴 못 들고 다니겠다”라는 의미로 ‘Darmagi (What a pity!)’라고 해서 그 와인의 이름을 명명했다고 한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Angelo Gaja를 사석에서 몇 번 만났던 경험이 있는 필자는 그의 정열과 열망에 대하여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2005년 Gaja 와이너리에 입사한 첫째 딸 Gaia Gaja는 얼마나 아버지를 쏙 빼어 닮았는지… Gaja Winery를 방문했을 때 아쉽게도 Angelo와 Gaia는 출장 중이었다. 아쉬웠지만 그들이 초대한 Treiso에 있는 미쉘린 1스타 레스토랑(La Ciau del Tornavento)에서 우리는 Barbaresco의 따가운 햇빛 아래에서 Gaja의 와인들과 함께 최고의 정찬을 누렸다.

(주)베스트와인 & Casa del Vino 대표 은광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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