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dge Vineyards, 또 하나의 캘리포니아 최고의 와인을 만나다.

유명한 와인 전문가, 로버트 파커가 선정한 ‘The world’s greatest wine estates’ 중 하나인 Ridge Vineyards 를 이번 여행에서 첫번째로 방문하게 되었다. Ridge Vineyards 는 1976년 파리의 심판 테이스팅에서 Monte Bello Cabernet Sauvignon 1971년 와인이 레드와인 부분 5위를 차지했고 작년에 열린 2006년 파리의 심판 30주년 기념 시음회에서 같은 빈티지 와인이 1위를 차지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Ridge Vineyards 의 명성 뒤에는 ‘Paul Draper’ 라는 걸출한 와인 메이커가 있음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산타 크루즈 산의 구불구불한, 마치 강원도의 한계령이나 대관령 옛길 같은 길을 한참 올라가서야 정상에 위치한 Ridge Vineyards 에 도착했다. 약 800m 높이의 산 정상에는 Monte Bello 포도?怜?테이스팅 룸, 사무실, 양조장 그리고 와인 셀러가 자리잡고 있다.

산 정상이라 그런지 공기는 상쾌하기 그지 없었고 발 아래로 그 유명한 실리콘 밸리가 거미줄처럼 뻗은 도로와 함께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나무들과 예쁜 꽃이 가득 피어있는 정원과 심플한 사무실… Ridge Vineyards 의 첫 인상은 ‘명성에 비해 소박하다’, ‘자연스럽다’ 그리고 ‘친근하다’ 였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소박한 분위기의 Ridge Vineyards]

한 숨 돌리고 나니 잡지와 책에서만 봤던 Paul Draper 가 일행을 반겨주었다. 캘리포니아 하늘 색깔처럼 선명한 하늘색 셔츠를 입은 Paul Draper 의 첫 인상은 와인 메이커라기 보다 학자나 교수 같은 느낌이었다. 남다른 그의 배경 탓일까…

미 서부의 명문대인 스탠포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Paul Draper 는 와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을 여행하며 각 나라의 언어, 풍습, 음식에 대해 공부하면서 양조가가 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어 나파밸리와 칠레, 보르도에서 양조에 관한 실험과 경험을 쌓았고 1969년에 Ridge 에 합류해 와인 메이커로 활동 중이다.

[와인 메이커 Paul Draper] [산 정상의 포도밭]

Ridge Vineyards 는 1885년 이탈리아 이민자이며 의사인 Osea Perrone 에 의해 Monte bello 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1892년에 첫 빈티지를 내놓은 이 유서깊은 양조장은 현재에도 그대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 후 1959년에 스탠포드 대학교 기술연구소의 엔지니어 4명의 공동 소유가 되면서 ‘Ridge’ 로 이름을 바꾸고 포도밭을 사들이고 2명의 동업자를 더 영입하면서 와이너리를 넓혔다. 당시 동업자중의 한 명인 Dave Bennion의 권유로 Paul Draper 가 양조가로서, 앞서 말했듯이 Ridge 와 함께 하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약 180 에이커가 되는 산타 크루즈 산 정상에 자리잡은 포도원은 위치 뿐만 아니라 토양과 기후 모두 다른 캘리포니아 지역과는 다른데,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서늘한 날씨, 충분한 햇빛, 물 빠짐이 뛰어난 라임스톤 토양 등은 훌륭한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도네이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떼루아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Ridge Vineyards 는 소노마의 Dry Creek Valley 에 위치한 Lytton Springs 에서 1972년부터 진판델 와인을 생산해오고 소노마에서 Ridge Vineyards의 첫번째 포도원인 Geyserville 에서도 진판델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일행들은 모두 착실한 학생이 되어서 Paul Draper 의 설명을 주의깊게 들었고 그의 와인에 대한 열정과 진지한 태도에 새삼 놀라며 감탄이 절로 났다. Ridge 의 레드 와인들은 좋은 상태일 때 10-12년 정도 장기숙성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2006년 파리의 심판 30주년 기념 시음회에서 1971년 Monte Bello Cabernet Sauvignon 가 1위를 기록한 것을 보면 너무 겸손한 답이 아닐 수 없다. 자연스럽고 전통적인 방법에 의해 와인을 만든다는 Ridge 의 철학은 와인 메이커는 가이드를 할 뿐이지 창조자가 아니라는 Paul Draper 의 말과 통하는 듯 싶었다.

[와인 셀러, 오른쪽의 셀러는 120년이나 되었다.]

[ 와인의 품질을 위한 연구실]

[프랑스산이 아닌 미국산 오크통을 사용][와인 메이커 Paul Draper]

[ 테이스팅 룸과 사무실]

와인 셀러에서 테이스팅 한 Ridge Monte bello 2006 은 베리류의 과일들과 후추 같은 스파이시한 맛이 났고 시간이 필요한 듯한 다소 뻑뻑한 느낌의 타닌, 산도도 잘 살아있어 앞으로 참 맛있는 와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Zinfandel 2006 의 경우, 체리 잼 등 과일 맛이 화려하며 아직 거친듯한 타닌, 오래 지속되는 여운이 인상적이었다.

투어와 테이스팅을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오니, 시원한 야외 테이블에 점심식사와 와인들이 준비되어 일행들의 얼굴에 미소가 절로 생겼다. Ridge Vineyards 의 방문은 이번 여행에서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생각과 인상 그리고 기억을 만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보통 캘리포니아 최고 와인은 나파産 이란 고정관념을 깨주었기 때문이다.

<시음와인>
Chardonnay Monte Bello 2004
Monte Bello 1994
Santa Cruz Mountains 2004
Monte Bello 2004
Lytton Springs 1999
Lytton Springs 2005
Geyserville 2005

-베스트와인 에디터 박지연
사진 제공 : 캘리포니아 와인 협회(Wine Institute of Califo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