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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신세계와인의 자존심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

2006년을 장식하였던 와인 뉴스 중에서 TOP10 안에 들어가는 것이 일명 ‘Paris Judgment’ 라고 불리는 뉴스이지 않을까 한다. 30년 전에 있었던 한 판 승부가 미국와인의 프랑스 보르도 특등급 와인과의 첫 전쟁에서 빅토리를 장식하였다면 프랑스사람 혹은 프랑스 와인 예찬론자일 경우 아마도 그것은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잠깐의 호기심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잊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 치욕의 장이 다시 열렸고 30년 전의 악몽이 또다시 재현되었으니 이를 반겼던 사람들 중에는 칠레 와이너리의 많은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 같다.

멕시코의 아즈텍족(Aztecs), 중미의 마야족(Mayas), 페루의 잉카족(Incas)들의 유입으로 구성된 칠레의 원주민들은 안데스산맥에서 살고 있었던 농경인들 이었다. 500여 년 전 유럽의 초강대국이었던 스페인의 군대가 이 곳 칠레를 발견하고 원주민들을 정복한 후 최초의 도시를 건설하여 이름을 Santiago라고 정하였던 것이 1541년 2월이었다. 유럽의 문명과 문화가 칠레에 유입이 되면서 같이 들어온 것 도 와인이었다. 선교를 목적으로 한 선교사들이 포도나무를 가지고 들어와 재배를 하여 미사에 사용될 미사주로서 포도주가 생산되었다고 한다.

칠레와인에 대한 자료를 읽어 보거나 이번 여행에서 와인 메이커들의 설명에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중의 하나가 바로 천혜의 기후조건이다. 유럽의 어떠한 와이너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혜택 받은 기후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남태평양에서 밀려오는 한류인 ‘훔볼트(Humboldt) 해류’는 칠레의 남쪽 끝자락을 시작으로 북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고 있다. 이 차가운 해류가 북쪽으로 올라가는 지점 중간쯤 즉, 남위 30도에서 40도 정도 되는 지역에서 칠레 최고의 와인산지가 위치하고 있는데 바로 동쪽으로 안데스 산맥의 고봉들에서 불어오는 서풍바람과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동풍바람이 불어오는 곳이고 산티아고의 북쪽에 있는 ‘Aconcagua Valley’로 부터 서쪽에 위치한 ‘Casablanca Valley’, ‘san Antonio Valley’가 있으며 남쪽으로 ‘Maipo Valley’, ‘Colchagua Valley’, ‘Curico Valley’, ‘Maule Valley’로 이어지고 있다.

칠레 대부분의 와인산지는 해발 300m에서 400m에 있지만 최고 900m에 위치한 곳도 있다고 한다. 일년 평균 강수량이 300 ml 뿐이 되지 않고 그의 대부분이 봄계절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물 부족 현상이 있지만 안데스산맥의 높은 고봉을 덮고 있는 만년설에서 끊임 없이 공급되는 샘물로부터 충분한 관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칠레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 포도나무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 직경 1cm정도의 검은 고무 호스를 볼 수 있었는데 포도나무가 있는 위치 마다 물을 떨어뜨릴 수 있는 관개시설(Drip Irrigation)이라고 한다.

비가 오지 않아도 관개를 할 수 없고 비가 많이 와서 포도밭에 천막을 치지도 못하는 까다로운 프랑스의 그랑크뤼 와이너리의 엄격한 규정과는 정 반대로 천혜의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까다롭지 않은 규정을 가지고 있는 칠레의 와인산지들을 둘러 보면서 21세기의 와인 양조방법에 과연 어떤 방식이 더 좋은 와인을 만들어 주는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이야기인 것 같다.

어느 와이너리를 방문해 봐도 그들 와인 메이커들의 열정적인 설명을 들어보면 모두들 자기와인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함을 볼 수 있다. 빈티지가 좋은 해에는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였다고 하고, 나쁜 빈티지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역경을 이겨서 최고의 와인을 생산했다고 하는 얘기들을 너무 많이 들어보아서 도대체 이를 믿어야 될지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려야 할지 했던 고민들은 이제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그들의 말을 존중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나의 지식과 감각을 믿어보자.

유럽의 혈통과 문화와 사상을 물려받아 원주민을 정복하여 칠레에 정착한 사람들의 후손들은 500년이 흐른 지금에도 자기들은 유럽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1860년대 유럽 전역에 포도나무 전염병인 ‘필록세라(Phylloxera)’가 포도밭을 황폐화 시키고 있을 무렵 자연환경의 도움으로 칠레 포도밭이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었고 거꾸로 유럽에 칠레와인을 수출도 할 수 있었으니 이는 조상들에게 손자로서의 자존심을 보여줄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1970년대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부는 와이너리들에게 각종의 불리한 정책을 피기 시작하면서 칠레와인의 시련기가 시작되었고 독재자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1973~1990)정권 이후 민주화가 시작되면서부터 해외에 망명하였던 자본들이 다시 유입되었고 칠레와인산업의 도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의 유구한 와이너리 오너들은 몇 대를 거쳐 조상들이 가지고 있던 유산들을 어떻게 하면 잘 보존할 수 있는 지를 연구하는 것도 큰 일이다. 유산을 자손들에게 남기면 당연 상속세를 내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아까운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기회를 항상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터무니 없이 올라버린 포도밭의 가격, 복지국가의 대명사인 높은 임금과 세금 등을 볼 때 칠레는 그들에게 있어서 엘도라도와 같은 최적의 미개척지였다. 이미 국제적 명성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그들 아닌가? 돈도 있고 기술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대서양을 건너 멀리 남아메리카 최적의 장소로 칠레를 꼽았다.

스페인 최고의 와인생산자 TORRES, 프랑스 보르도의 자존심 Baron Philippe de Rothschild와 Chateau Lafite Rothschild, 미국 와인의 아버지 Mondavi 등은 칠레의 와인산업을 한 층 더 발전시키는데 역할을 하였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막강한 자본력, 기술력과 함께 칠레가 가지고 있던 저렴한 포도원 부지, 값싼 노동력 게다가 천혜의 기후조건이 보장된 땅은 목마른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 되어버렸다. 1990년대 초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칠레의 프리미엄급 와인들은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쉽게 사로잡아버렸고 칠레와인의 국제적 명성을 올리는데 일조를 하게 되었다.[_마침표_]

◀미국의 Robert Mondavi와 칠레의 Errazuriz가 합작한 Sena

▼보르도의 Baron Philippe de Rothschild와 칠레의 Concha y Toro가 합작한 Almaviva

▼보르도의 Chateau Lafite Rothschild가 칠레에 투자해 만든 Le Dix

- ㈜ 베스트와인 & CASA del VINO 대표 은 광 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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