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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로제 와인을 여성 전용 와인이라고 생각하는가? 로제 와인을 마시면 어쩐지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진정 와인 애호가라면 끝도 없는 편견과 이별해야 한다.

뜨거운 여름날에 무겁고 텁텁한 레드 와인 대신 마셨던 화이트 와인에서 뭔가 아쉬움을 느꼈다면 로제 와인으로 바꿔보자.

레드 와인의 향과 뉘앙스를 가지면서 동시에 화이트 와인의 가벼움과 신선함을 동시에 겸비한 로제 와인은 멀티 플레이어격 와인이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로제 와인은 오랫동안 싸구려 와인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만약 로제 와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면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달달하면서 둔한 느낌이 들어 레드도 화이트도 아닌 애매모호한 와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많은 로제 와인들의 품질이 낮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미각을 사로잡지 못했다.

훌륭한 로제 와인을 만들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레드 품종으로 로제 와인을 만드는데, 껍질에 색상을 추출하기 위해 짧은 침용과정을 거친다. 그 다음 껍질과 주스를 분리한 후 주스만을 화이트 와인과 동일한 방법으로 발효를 시키면 된다. 껍질과의 접촉 시간을 얼마나 두느냐에 따라 색상이 결정되는 것이다.

로제 와인을 만들 때 포인트는 레드 와인의 향이 지나치면 안되고 구조감을 위해 적당한 알코올이 필요하나 이 또한 지나치면 신선한 느낌이 없어질 수 있다. 풍부한 과일 맛과 적당한 산도를 가져야 잘 만들어진 로제 와인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레드 품종으로 로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덧붙인다.

로제 와인의 대표적인 생산지는 남프랑스의 프로방스(Provence)이다. 그 중 코트 드 프로방스(Cotes de Provence)와 방돌(Bandol)이 유명한데, 코트 드 프로방스에서는 프랑스 로제 와인의 50%를 생산하고 있다.

주로 생소(Cinsault), 그르나슈(Grenache), 무르베드르(Mourvèdre), 시라(Syrah), 티부렁(Tibouren)으로 드라이한 로제 와인을 만든다. Ch. Sainte-Roseline, Domaine Ott가 손꼽히는 와이너리이다. 방돌 로제는 최고의 로제 와인 중 하나로 평가 받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시라로 만들며 Ch. Pibarnon이 유명하다.

프랑스 유일의 로제 와인 AOC는 남부 론에 있다. 로제 와인만 생산하는 타벨(Tavel)에서는 생소, 그르나슈로 만들며 드라이하고 강한 보디를 가지는 것이 특징. Domaine de la Mordorée의 타벨 로제는 비싼 만큼 훌륭한 품질을 자랑한다.

르와르의 앙주(Anjou)와 쉬농(Chinon)에서는 카베르네 프랑이나 토착품종인 그롤로(Grolleau)로 만들고 부르고뉴의 마르사네(Marsannay)에서는 피노 누아로 로제 와인을 만든다.이 밖에도 캘리포니아와 스페인에서도 주목할만한 로제 와인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

지난 4월에 베스트와인아카데미의 시음결과와 와인 스펙테이터 7월호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로제 와인을 골라보았다.

<5만원 이하>


PAUL JABOULET Parallele 45 Rose 2008
매 빈티지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로제 와인으로 잘 익은 체리의 향이 난다. 신선하고 드라이한 스타일이라 그릴에 구운 닭고기 같은 흰색 고기와 잘 어울린다.

DOMINIO DE EGUREN Protocolo Rosado 2005
스페인판 가라주 와인 Numanthia를 내놓아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에구렌 형제의 Entry level 와인 브랜드인 Protocolo의 로제 와인. (스페인에서는 rosado로 불린다.) 과일 향의 밸런스가 뛰어나고 아니스향이 더해져 고급스럽고 즐거운 느낌이 든다. RP 88점을 받은 밸류 와인

E.GUIGAL Cotes du Rhone Rose 2008
지난 4월 베스트와인아카데미 로제 와인 테이스팅에서 참석자들이 만족했던 와인으로 WS 86점을 받았다. 체리, 미네랄 느낌이 잘 살아있는 신선한 와인으로 입 안에서도 부드러운 편이다. 탕수육이나 깐풍기 같은 중국요리와 잘 어울린다.

DOMAINE DES TROTTIERES Rose d'Anjou 2008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로제 와인. 진한 핑크 빛깔을 띠지만 꽤 가볍고 산뜻한 편이다. 딸기, 라스베리 등 빨간색 과일의 향이 나며 부담 없이 마시기 좋다.

PONZI Rosato 2006
오레곤의 피노 누아로 유명한 Ponzi에서 만드는 로제 와인. 마셔보고 만족감이 컸는데, 딸기와 잘 익은 수박, 캔디의 향이 난다. 로제 와인 테이스팅의 참석자들이 만족했던 와인.

MONTES Cherub 2008
레이블부터귀여운 느낌이 드는 로제 와인으로 체리 같은 붉은 색 과일의 향이 잘 정리되어 있다. 타벨 로제와 비슷한 느낌으로 WS 88점을 받은 밸류 와인.

<5만원 이상>


DOMAINE DE LA MORDOREE Tavel "La Dame Rousse" 2007
가격이 왜 비싼지 마셔보면 알 수 있는 와인으로 WS 90점을 받을 만 하다. 훌륭한 타벨 로제의 교과서 같다. 과일의 풍미가 가득하고 힘과 집중도가 상당하다. 신선한 느낌과 함께 산뜻하게 마무리된다.

DOMAINES OTT Bandol Rose 2008
앞서 소개한 DOMAINE DE LA MORDOREE의 타벨 로제와 매우 대조적인 로제 와인이다. 고급 로제 와인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각종 우수 로제 와인 선정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말린 체리, 살구, 메론의 향이 느껴진다. 풍부하면서도 섬세함을 잃지 않는다.

BRUNO CLAIR Marsannay Rose 2008
Bruno Clair는 부르고뉴에서 처음 로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생산자이다. 체리와 스파이스의 향이 잘 어우러져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 나른해지는 여름날 오후에 마시기 좋은 와인.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로제 와인의 종류는 한계가 있다. 화이트 와인도 고전하고 있는 현실에서 로제 와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따름이다. 이 뜨거운 여름, 이가 시릴 정도로 찬 로제 와인 한 잔에 당신은 이국적인 휴양지의 분위기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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