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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와인의 향과 맛, 물이 살려준다!

처음 유럽여행을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물을 사 마셔야 한다는 것과 다른 음료수보다 물 값이 더 비싸다는 것이었다. 어디를 가나 흔했던 물을 사 마신다는 건 쉽게 납득이 안 갔다. 그러나 요즘은 동네 수퍼든 할인 매장이든 어딜 가나 여러 종류의 생수를 볼 수 있고 수입 생수들도 날개 돋치듯 팔리니 그 동안 변해도 한참 변한 것 같다.

지난 10월 18일에 열렸던 매우 흥미로운 시음회로 인해 물에 대하여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태리 생수, 아쿠아 파나(Acqua Panna)와 산 펠레그리노(S.Pellegrino)를 수입하는 신동와인㈜ 주최로 열린 행사로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물과 와인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는 비교 테이스팅이었다. 이 행사에는 세계적인 그룹 네슬레(Nestle)사의 산 펠리그리노 스파클링 워터 브랜드의 CEO Mr. Marco Sttembri와 수출담당 이사 Mr. Paolo Sangiorgi, 아시아 지역 디렉터 Alberto Primon이 함께 자리했다.

먼저 생소한 테이스팅의 방법부터 알아보자.

본격적인 시음에 앞서 물맛을 알기 위해 정수한 생수, 아쿠아 파나, 산 펠레그리노를 하나씩 테이스팅하며 11개 항목에 걸쳐 0~10점으로 평가를 한다. 평가항목은 신선도(Freshness), 거품(Effervescence), 투명도(Clarity), 나쁜 냄새(Unpleasant Smells), 산도(Acidity), 염도(Sapidity), 구조감(Structure), 가벼움(Lightness), 부드러움(Softness), 균형감(Balance), 지속감(Persistence)으로 모두 국제적인 테이스팅에서 사용되는 평가 항목들이다. 개인적인 견해를 객관적으로 만들어주고 시음자들 사이에서 공통의 언어를 만들기 위해서 평가를 하는 것이다.

이어 와인과 물의 테이스팅이 시작되었다.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과 스위트 와인을 포함해서 6가지로 Rosemount V Sparkling N/V, Robert Mondavi Private Selection Chardonnay 2002, Robert Mondavi Woodbridge White Zinfandel 2004, Rosemount Diamond Varietal Shiraz 2003, E.Guigal Chateauneuf du Pape 2001, Torbreck The Botie 2003 이다. 테이스팅 방법은 각 와인을 먼저 한 모금 마시고 바로 다음에 정수한 생수를 마신다. 다음에 같은 와인을 마시고 음미한 다음에 아쿠아 파나를 마신다. 다시 와인을 마시고 산 펠레그리노를 마신 후 마지막으로 와인을 마신다. 이런 식으로 1회 시음을 끝내고 각 와인에 맞춰 반복적으로 시음하면서 와인의 특성을 얼마나 살려주는지, 반대로 얼마나 죽이는 지를 알아본다. 아니 느껴본다.

음식과 와인의 매칭에서 기본은 맛의 균형과 조화다. 이는 물과 와인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와인의 타입에 따라 물의 선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입 안을 깨끗이 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수한 생수의 경우 와인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앞에 마신 와인의 맛과 향이 남아 뒤이어 마시는 와인에 영향을 주었다. 아쿠아 파나는 처음 테이스팅 할 때부터 다른 물과 비교해서 매우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이었는데,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의 미묘한 신맛 등을 흡수해서 한결 섬세하고 나긋나긋한 와인으로 만들었다. 탄산을 함유해서 매우 신선하고 톡 쏘는 산 펠레그리노의 경우는 샤또눼프 뒤 파프 같이 풍부한 레드 와인을 더욱 강하게 살려주는 느낌이었다.

국제 와인 소믈리에 협회에서 평가한 것으로 와인과 물의 기본적인 매칭 법칙은 다음과 같다.

Acqua Panna (아쿠아 파나)
- 프레쉬(Fresh)하고 후루티한(Fruity) 화이트 와인
- 오크 배럴에서 숙성시킨 화이트 와인
- 로제 와인
- 어린 레드 와인
- 스파클링 와인, N/V 샴페인

S. Pellegrino (산 펠레그리노)
- 강화와인
- 미디움 바디(Medium body) 레드 와인
- 잘 숙성된 풀 바디(Full body) 레드 와인

그리고 아래의 몇 가지 와인들은 예외인 경우로 나뉜다.

클래식 스파클링 와인, 빈티지 샴페인
위의 와인들은 아쿠아 파나와만 어울린다. 잘 정제되고 우아한 아로마와 향을 돋궈주기 때문이다.

아주 훌륭한 레드 와인
그냥 와인만 마시거나 식사 중이 아니라면 아쿠아 파나와 어울린다. 와인의 피니쉬를 더 길게 유지 시켜준다.

뛰어난 구조감의 풀 바디 화이트 와인
대부분 오크통에서 숙성되어 강한 아로마를 가지기 때문에 산 펠레그리노와 잘 어울린다.

식전주용 화이트 와인
산 펠레그리노가 딱으로, 펠레그리노의 탄산이 위액분비를 촉진시키고 식욕을 돋구기 때문… 식전주를 마심으로써 우리 몸의 장기는 음식을 받아드릴 준비를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부드럽고 산뜻한 느낌의 아쿠아 파나는 와인의 거슬리는 맛을 정제 시켜주며 우아함과 부드러움을 살려준다. Rosemount V Sparkling N/V, Robert Mondavi Private Selection Chardonnay 2002, Robert Mondavi Woodbridge White Zinfandel 2004 과 잘 어울렸다.

과도하지 않은 탄산으로 상쾌하고 시원한 산 펠레그리노는 입 안을 아주 깨끗하게 정리해주며 남은 탄산은 풍부하고 깊은 레드 와인일수록 맛과 향을 강화시켜 준다. Rosemount Diamond Varietal Shiraz 2003, E.Guigal Chateauneuf du Pape 2001, Torbreck The Botie 2003과 잘 어울렸다.

시음을 통해 물에 따라서 와인의 맛이 달라지는 것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와인 잔에 따라, 곁들이는 음식에 따라… 그리고 물에 따라서도 다르니 무엇 하나도 쉽게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자료를 찾아보면 우리 선조들이 물을 32종류로 나눠 목적에 맞춰 사용했으며 집에서는 장독대처럼 “물독대”를 따로 만들어 빗물을 받아 두었다가 용도에 따라 사용했다고 한다. 물 하나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물과 와인의 관계를 알게 됨으로써 와인의 비밀스러운 맛과 향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는 듯 싶었다. 와인이 가진 비밀을 여는 열쇠 중 하나가 물이었음을 경험했다.

미네랄 워터에 대해서

아쿠아 파나(Acqua Panna)

얼음처럼 투명한 느낌의 패키지가 눈길을 끈 아쿠아 파나는 가볍게 미네랄이 함유된 무탄산 미네랄 워터로 이태리 토스카니의 평화로운 언덕이 수원(水原)이다. 15세기 피렌체의 메디치가에서 소유했던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아쿠아 파나의 성분은 Bicarbonate, Calcium, Sulphate, Chloride, Magnesium 이고 맑고 부드러운 느낌이 크고 쓴맛은 거의 없다. 향이나 맛이 강한 음식보다는 비교적 담백한 음식에 잘 어울린다. 염분이 들어있지 않고 맛이 순해 여성이나 아기들에게 좋다.

산 펠레그리노(S. Pellegrino)

청량감이 드는 패키지와 레이블의 빨간 별이 인상적인 산 펠레그리노 미네랄 워터는 가벼운 탄산과 양질의 미네랄이 골고루 들어있는 물이다. 산 펠레그리노의 수원은 이태리 동북부 알프스 언덕으로 700 미터 깊이에서 뽑아내는 온천수가 수많은 바위 사이 사이를 거치는 긴 여과 과정을 통해 풍부한 천연 미네랄과 순수한 미네랄 워터로 태어나는 것이다. 13세기에 발견되어 물의 놀라운 효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또한 자주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산 펠레그리노의 성분은 천연탄산, Bicarbonate, Calcium, Magnesium, Sodium 이고 상쾌한 거품이 조밀하게 들어있고 약간의 산도와 신선함이 느껴진다. 소화를 촉진시켜주는 마그네슘이 강하지 않아서 탄산수에 대한 저항감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맛이 풍부하고 무게감 있는 음식과 잘 어울리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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