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9월 29일에 칠레수출진흥국(ProChile)과 주한 칠레대사관 상무관실이 공동 주최하는 2005년 칠레 와인 세미나와 시음회가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세미나는 칠레에서 생산되는 까르미네르(Carménère) 품종에 대해 서한정 와인나라 아카데미 원장의 강의와 이어진 시음회에서는 총 24개 칠레 와이너리가 참여했다.
까르미네르 (Carménère), 칠레의 대표 품종을 향해
흔히 사랑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잊혀지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고 한다. 포도품종 중 하나인 까르미네르야말로 잃어버렸고 한동안 잊혀지기까지 했던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그것도 고향인 보르도에서...
18세기 초 까르미네르는 보르도 특히 메독 지방에서 널리 재배되었던 품종이었다. 까베르네 프랑과 함께 메독의 일부 와이너리에서는 품질을 위해 필수적으로 재배해야 할 품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까르미네르는 낙과 현상을(열매가 채 익기 전에 떨어지는 현상, coulue:끌루) 일으키기 때문에 수확량이 적어져 보르도의 포도 재배 업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이런 낙과 현상은 그르나슈, 말벡, 무스캇과 같은 품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포도밭을 필록세라가 휩쓸었을 때, 대부분 포도 재배 업자들은 까르미네르의 낙과 현상을 견디다 못해 다른 품종으로 바꿔버렸다. 그 이유로 오늘날 보르도에서 상업적으로 까르미네르를 재배하는 포도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르도에 필록세라 퍼지기 전에 까르미네르는 칠레로 이민을 갔다. 1850년부터 칠레에는 포도원이 세워지기 시작하고 보르도의 양조업자들이 칠레로 이동해서 와인을 생산하게 되면서 많은 포도 품종이 보르도 지방으로부터 수입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칠레의 많은 포도 재배업자들은 까르미네르를 메를로로 오인했다고 한다. 칠레를 방문한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도 메를로의 특이한 복제종일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까르미네르가 제 이름을 되찾는데 일조를 한 사람은 컨설턴트로 칠레에 방문한 포도 재배학 교수, Jean Michel Boursiquot이었다. 그가 까르미네르임을 지적해서 1997년 DNA 검사를 통해 확실해졌고 많은 와이너리에서 이 품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까르미네르는 과일향이 풍부하고 흙이나 먼지 냄새를 느낄 수 있다. 앞서 지적한 대로 낙과 현상을 일으키기 쉽고 병충해에 약하며 부드러운 느낌은 많지만 산미가 적은 편이다. 메를로보다 2-3주 늦게 수확해야 하는 품종이다. 이런 까르미네르의 특성을 놓고 보면 보르도에서 까르미네르가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까르미네르가 잘 익거나 메를로 같은 다른 품종들과 블랜딩되면 매우 훌륭한 와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까르미네르가 칠레의 대표 품종이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직 칠레는 떼루아와 찰떡 궁합인 품종을 찾기 위해 많은 시도와 실험을 하고 있다. 특히 Colchagua Valley, Curico Valley, Maule Valley를 중심으로 까르미네르를 재배하고 새로운 특성을 가진 와인을 내놓고 있다. 이번 시음회에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보다 다양한 칠레 와인의 세계
이번 시음회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Montes, Calina, Torres 등 뿐만 아니라 새롭게 선보이는 와인들이 적지 않았다. 아직까지 베일에 싸인 채 발견해주길 기다리는 와인들이 많았고 메이저를 이루는 와이너리들은 새로운 시도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예전보다 칠레 와인들이 세련되어지고 휠씬 부드러워져 칠레 와인이 쉬지않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시음회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 베스트 와인에서 만날 수 있는 칠레 와인 정보들
ㆍ칠레와인의 세계 1
ㆍ칠레와인의 세계 2
ㆍ칠레와인의 세계 3
ㆍ제 37회 와인 아카데미 :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세계
ㆍThe Pride of Chilean Wi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