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서 빛나는 열정, 스페인 와인을 만나자 !
스페인은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기후와 지형 조건을 가지고 있어 와인 재배면적만으로는 세계 1위, 생산량에서는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와인 대국이다. 예부터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여 저가 와인을 대량 생산해왔지만, 전통적인 와인 생산지인 리오하가 변화하고 리베라 델 두에로를 중심으로 현대적인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며 스페인 와인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이번 스페인 와인 시음회에서 남부 이태리와 스페인 와인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프랑스나 이태리 고급 와인에 비해 저렴하여 대중적인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로버트 파커의 예상을 동감할 수 있었다. 수입사인 (주)포도나무 와인의 주최로 열린 이 ‘The Passion of Spain’ 에서CAVA로 유명한 스페인의 다국적 기업 Freixenet Group 이 소유하고 있는 와인들이 소개되었다.
1914년부터 카바를 생산해온 Ferrés Family의 Freixenet Group이 소유하고 있는 와이너리 중 이번 시음회에서 소개되었던 와이너리는 Segura Viudas, Valdubon 그리고 Morlanda 이다.
Segura Viudas는 1954년에 설립되었고 약 180ha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샴페인 제조 방법으로 생산되는 Cava는 풍부한 맛과 향기로 지명도가 높은 편이다. Valdubon은 이베리아 반도의 북부 고원 Duero 강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템프라닐로 품종이 40ha에 걸쳐 재배되고 있다. 온도 조절기능이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 설비와 2개의 숙성 셀러를 보유하고 있다. Morlanda는 바르셀로나 남쪽인 Priorat에 위치하고 있으며 20~40년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이상적인 기후와 고품질 포도 그리고 오랜 숙성으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와인행사에서는 위 세 와이너리의 와인들이 골고루 소개되었다.
시음와인 소개
Brut Vintage 2000(Penedes), Segura Viudas
품종 : Macabeo 67%, Parellada 33%
작황이 우수한 해에만 생산하는 빈티지 와인(Cava)으로 3년 이상 병 숙성시킨 후 출하한다. 황금색을 띠는 밀짚 빛깔로 미세한 바블이 일정하게 줄을 지어 솟아오른다. 감귤과 사과향 등이 진하게 코 끝을 스치고 상쾌하고 세련된 느낌의 신맛이 입 안을 즐겁게 해준다.
Morlanda Blanc 2003(Priorat), Morlanda
품종 : Garnacha Blanc 90%, Macabeo 10%
매우 낯설은 느낌의 화이트 와인이었다. Garnacha Blanc 때문이었는지... 프랑스 론 지방의 화이트 와인이 연상되기도 했다. 연 초록 빛깔을 띠는 금색으로 여러 향기가 복합적이었으나, 허브와 꽃, 나무껍질의 아로마가 강한 편이었다. 신맛이 강해서 입 안을 톡 쏘며 매우 드라이했다. 화이트 와인 답지 않게 피니시 또한 길었다.
Vina Heredad Crianza 2000(Penedes), Segura Viudas
품종 : Tempranillo 75%, Cabernet Sauvignon 15%, Merlot 10%
한 모금 마셨을 때, 문득 ‘wild’ 란 단어가 떠올랐다. 미네랄, 신선한 나무향, 매콤한 향 등이 시간이 흐르면서 부드럽고 풍부해진다. 맛 또한 경쾌하며 가볍다. 가격대비 만족감이 컸던 와인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Valdubon Cosecha 2003(Ribera del Duero), Valdubon
품종 : Tempranillo 100%
매우 진하고 깊은 붉은 색, 과일향과 매운 향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첫 맛은 거친 탄닌이 껄끄러웠는데, 좀 시간을 두고 마시니 둥글고 부드러워졌다. 피니시에서 단 맛도 느낄 수 있었다.
Morlanda Tinto 2001(Priorat), Morlanda
품종 : Garnacha Tinta 60%, Carinena 30%, Cabernet Sauvignon 10%
포도밭이 바다가 보이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포도가 잘 익고 미국 오크통에서 6개월, 프랑스 오크통에서 6개월 동안 충분히 숙성시켜 병입한다. 진한 체리 빛깔을 띠며 스파이시한 향과 커피 원두향을 느낄 수 있다. 우아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탄닌이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어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음회에서 소개되었던 와인들은 극히 일부였지만, 스페인 와인의 변화를 감지하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지역적인 특성과 품종의 최상의 결합을 이뤄내고 현대적인 방법을 받아들여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내는 스페인 와인- 진흙 속에 숨은 진주를 찾아내듯 가치를 알고 발견해내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맛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