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3일에 열린 베스트와인의 제41차 와인 아카데미에서는 세계적인 와인전문지 Wine Spectator에서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은 명품 이태리 와인을 시음했다. 이태리 현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고가의 훌륭한 와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대적인 고급 이태리 와인의 경향을 알 수 있던 자리로 남다른 의미가 깊었다.
이날은 수입사인 루벵코리아의 이승기 대표이사가 강의하고 총 6가지 레드 와인을 시음하며 이태리 와인의 오늘을 음미했다.
르네상스를 맞은 이태리 와인
이태리는 전 국토가 와인 생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특히 북부의 피에몬테와 중부의 토스카나는 이태리 와인의 중요 생산 지역이다. 가야 (Gaja)와 안티노리 (Antinori)는 각각 두 지역을 대표하는 와인 명가이며 이태리 와인의 현대화와 고급화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예전에 이태리 와인은 끼안티를 비롯해서 저가의 와인이 대부분이라고 알려져 왔지만, 1960년대부터 선진 양조기법의 수용, 토종 포도의 고급화 그리고 국제 품종과의 블렌딩 등 많은 변혁을 꾀하며 이태리 와인의 위상을 높아졌다. 최근 10년 동안 이태리 와인은 젊고 의욕적인 세대를 중심으로 이태리 와인의 변화는 더욱 활발해졌으며 품질혁신을 통해 전반적인 이태리 와인의 품질은 한단계 높아지고 있다.
북부의 피에몬테 지방은 이태리에서도 토착 품종 재배와 생산 전통이 강한 곳으로, 주로 네비올로(Nebbiolo)와 바르베라(Barbera), 돌체토(Dolcetto)를 재배한다. 7개의 DOCG(Asti, Babaresco, Barolo, Brachetto d’Acqui/Acqui, Gattinara, Gavi/Cortese di Gavi, Ghemme)와 43개 DOC가 있다. 이태리 전국 생산량 6위를 차지하는 피에몬테는 알프스의 영향으로 안개가 많이 끼는 것으로 유명하다.
▲ 이태리 북서부에 위치한 피에몬테
중부의 토스카나 지방은 이태리 와인의 현대화와 혁신을 가속화 시킨 수퍼 투스칸(Super Tuscan)의 고향이기도 하다. 물론 끼안티, 끼안티 끌라시코의 생산지이며 주로 산죠베제(Sangiovese)를 재배하고, 6개 DOCG(Brunello di Montalcino, Carmignano, Chianti, Chianti Classico, Vernaccia di San Gimignano, Vino Nobile di Montepulciano와 34개의 DOC, 5개의 IGT가 존재한다.
▲ 이태리 중부에 위치한 토스카나
시음와인 소개
1. Monte Bernardi, Tzingana 2001 (WS 90)
- 등급 : IGT
- 품종 : 45% Sangiovese, 42% Cabernet Sauvignon,
13% Petit Verdo
‘짚시’라는 의미의 이 와인은 끼안티 클라시코 지역의 Panzano에 53ha 이상을 소유한 몬테 베르나르디에서 생산된다. 보르도 스타일이란 첫 인상이 컸던 와인으로, 농축된 과일맛과 매우 따뜻하고 잘 숙성된 탄닌을 느낄 수 있었다. 미디엄에서 풀 바디 사이로, 오래된 친구처럼 익숙한 느낌.
2. Podere Poggio Scalette, Il Carbonaione 2001 (WS 94)
- 등급 : IGT
- 품종 : 100% Sangiovese
이 와이너리는 끼안티 끌라시코를 생산하는 심장부 지역이라 할 수 있는 Chianti Greve 지역에 위치하고 산죠베제를 집중적으로 연구, 생산하고 있다. 그 결과 96, 98, 00 빈티지가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1에서 글래스 3개(Tre Bicchieri)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
목가적인 레이블이 인상적인 이 와인은 전체적으로 파워풀한 느낌이 컸는데, 커피와 토스트, 오크향이 화려했고 탄닌 또한 길고 강한 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좋아질 지, 기대가 되는 와인.
3. Villa Cafaggio, San Martino 2000 (WS 91)
- 등급 : DOCG
- 품종 : 100% Sangiovese
빌라 카파지오는 까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한 수퍼 투스칸, 코르타치오(Cortaccio)와 100% 산죠베제 수퍼 투스칸, 산 마르티노 모두 감베로 로쏘에서 글래스 3개를 받아 고품질을 인정 받았다. 최근에 생산하고 있는 끼안티 끌라시코 또한 사랑스럽고 신선한 맛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야성적인 부케가 매우 강했으며 진하고 푹 익은 자두향과 탄닌 또한 강한 편이었다. 첫 맛과 향은 낯설었지만 점점 복합적이며 여운이 긴 피니시를 느끼게 한다.
4. Casanova di Neri, Pietra d’onice Sant’antimo 2001 (WS 96)
- 등급 : DOC
- 품종 : 10% Sangiovese, 90% Cabernet Sauvignon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이 와이너리가 DOC 지역인 Sant’antimo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와인으로 수퍼 투스칸 중 와인 스펙테이터 점수가 가장 높고 첫 출시된 00 빈티지 또한 감베로 로쏘에서글래스 3개를 받을 정도다.
보르도 스타일이 연상되지만, 베리류와 체리의 진한 향이 오래 남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향은 부드럽고 우아하게 느껴진다. 입 안을 꽉 채우는 구조감과 풍부함은 놀랄 정도이나 탄닌의 조화는 시간이 좀 필요할 듯 하다.
5. Vietti, Barbaresco Masseria 2001 (WS 91)
- 등급 : DOCG
- 품종 : 100% Nebbiolo
4대에 걸쳐 와인 생산과 경영을 하고 있는 비에띠 가문은 피에몬테의 Langhe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이 비에띠 와인은 그 지방 토착 예술가들의 그림을 레이블에 넣는 것으로도 유명하여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와인 스펙테이터의 테이스팅 노트에서 ‘Beautiful Aroma’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정도로 아로마의 조화와 느낌이 인상 깊었다. 신선한 허브향도 솔솔 풍겼고 아직 어린 듯한 탄닌 이었지만, 부드럽게 입 안을 감싸는 느낌이 강하게 농축된 네비올로의 인상을 없애기에 충분했다. 대다수의 시음자들의 지지를 받은 와인이기도 하다.
6. Domenico Clerico, Barolo Percristina 1999 (WS 93)
- 등급 : DOCG
- 품종 : 100% Nebbiolo
1977년에 설립된 끌레리꼬 와이너리는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피에몬테 전역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연간 9만병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하고 있는 전 라인의 대부분 와인들이 감베로 로쏘에서 글래스 2 3개를 받았고 글래스 3개를 받은 와인이 총 10개가 넘는 와이너리에게 별을 하나씩 주는데, 이 와이너리가 그 별 하나를 받았다. 그래서 최상급인 Percristina의 레이블에만 별이 그려져 있는 것도 이 때문…
끌레리꼬는 매우 현대적인 스타일의 네비올로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작은 오크통을 이용하여 집중도와 깊이를 높인다. Percristina는 교통사고를 당한 딸을 위해 만든 와인으로, 민트류의 허브향과 초코렛, 베리류의 과일향이 복합적으로 풍기며 부드럽고 우아한 탄닌은 해가 거듭할수록 훌륭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낯선 와인을 시음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와인이 훌륭한 와인이라면 더더욱…) 불과 6가지 와인이었지만, 열정적으로 변화해가는 이태리 와인의 경향을 알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이태리 와인에서 더 이상 전통은 족쇄기 아닌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는 듯 싶다. 부수고 연구하고 다시 재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전통은 새 옷을 입고 보여질 뿐이다. 이태리 와인의 변화는 이렇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태리 와인에 대한 베스트와인 컨텐츠 보기 :
① ‘이태리의 심장인 Tuscany’ 보기
② ‘안젤로 가야 (Angelo Gaja), 이태리 와인의 진정한 목소리’ 보기
1. Gambero Rosso (감베로 로쏘) : 월간으로 발행되는 이태리의 식자재 전문잡지로, 레스토랑과 와인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며 Slow Food (슬로우 푸드)와 함께 매년 Three Glass Award를 통해 이태리 와인을 평가하여 점수를 매기고 있다. 70~80점은 Glass 하나를, 80~90점은 Glass 두개를, 90~100 점은 Glass 세 개를 준다.
2. 별은 하나에서 최고 세 개까지 받는데, 지금까지 별 세 개를 받은 최고의 와이너리는 Gaja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