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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과연 와인과 개고기와의 궁합은…

2004년 8월 14일에 청담동 Wine Bar, 까사델비노에서 제 32회 베스트 와인 아카데미가 열렸다. 이번 주제는 ‘개고기와 어울리는 와인 찾기’로 대표품종, 대표적인 생산국에 따라 엄선한 8가지의 와인과 당일 전주에서 올라온 개고기가 코스로 제공되었다.

와인이 식사를 도와주는 술이란 걸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한식과는 굿 매칭이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전통적인 보양식인 개고기는 어떨까… 맛보다는 보양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에, 맛과 향을 중시하는 와인과의 매칭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통해 개고기 특히 수육과 와인은 찰떡궁합이라고, 참여한 와인 애호가들이 모두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 행사를 통해 개고기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는 분들도 있었다.

본격적인 시식 전에 귀화 독일인 이한우씨(이참)가 요리와 와인의 궁합, 맛과 맛의 궁합 이야기를 동서양의 예를 들며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어 분위기를 한층 돋궈주었다. 음식 궁합이란 너무나 주관적이며 miss-matching을 해볼수록 더 잘 알 수 있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1. 강의하는 이참씨▲
2. 에피타이저였던 고기와 야채, 그리고 죽▶
3. 약간 가미를 한 수육과 야채▼


1.Ch. Cissac 2000

포도 배율에서 까베르네 쇼비뇽이 많이 차지하는 Haut-Médoc의 크뤼 부르주아로 약간 강한 탄닌을 가지고 있어 수육과 어울렸지만, 개고기의 독특한 향을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2.Ch. Petit-Figeac

부드럽고 탄닌이 적은 메를로를 주 품종으로 삼은 St.-Emilion의 그랑크뤼였지만, 개고기와는 잘 맞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한우씨의 강의에서 서로 수준과 등급이 어느 정도 맞아야 음식과 와인이 어울린다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부드럽고 약간 가벼운 느낌의 메를로 베이스의 와인은 강한 맛의 개고기와 매칭은 쉽지 않았다.


3. Gevrey Chambertin, Joseph Drouhin 2000

피노누아 단일 품종으로 만드는 부르고뉴 레드 와인은 개고기와 잘 어울린다고 몇몇 와인 애호가들이 얘기해서 내심 기대했던 와인이었다. 피노누아 특유의 향과 맛이 개고기와 어울렸지만, 수육보다는 부드러운 죽과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기대만큼 좋은 느낌은 없었다.





4. Hermitage, E-Guigal 2001

론을 대표하는 시라로 만드는 Hermitage가 단연 최고의 매칭을 보여줬다. 나무향이 그윽하게 나며 탄닌의 조화로움이 죽, 수육 모두와 잘 어울렸다. 특유의 매콤한 맛이 강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개고기가 가진 누린내와 묘하게 어우러져 입맛을 돋궈주었다.


5. Chianti Classico, Castello di Fonterutoli 2001

이태리 고유품종인 산지오베제로 만든 Chianti Classico는 개고기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듯 싶을 정도로 miss-matching 이었다. 역량이 부족하단 표현이 맞을 듯… 풍부한 과일향과 신맛도 많고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이라 개고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6.Wolf Blass Brown Label 2001

역시 개고기와 진한 시라 품종이 잘 맞는 것 같았다. 호주의 대표 품종인 쉬라즈로 만든 Wolf Blass는 깊고 과일향도 적어서 고기류와 잘 맞는 편이었는데, 개고기와도 좋았다. 풍부하고 걸쭉한 호주 쉬라즈는 수육의 맛을 더욱 부드럽게 해주었다.

7. Catena 2001

음식과 잘 맞는 것으로 알려진 말벡으로 만든 아르헨티나의 Catena는 매칭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강렬한 맛, 부드러운 바닐라 향 등등이 개고기의 맛을 떨어뜨리는 것 같았다.


8. Niersteiner Auslese 2001

스위트한 화이트와인과 개고기는 좀 생소하고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이 독일 화이트 와인은 개고기와 훌륭하게 잘 어울린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특히 에피타이저와 잘 어울려 입맛을 당겨주었다. 약간 단 맛은 거의 모든 음식과 어울린다는 이한우씨의 강의가 잘 들어맞는 케이스였던 것 같다.



이를 종합해서 순위를 매겨보면 다음과 같다.

1. Hermitage, E.Guigal 2001 - 프랑스 론 Syrah
2. Wolf Blass, Brown Label 2001 - 호주 Shiaz
3. Niersteiner, Auslese 2001 - 독일 Riesling
4. Gevrey Chambertin 2000 - 부르고뉴 Pinot Noir
5. Ch. Cissac 2000 - 보르도 Cabernet Sauvignon
6. Catena 2001 - 아르헨티나 Malbec
7. Chianti Classico, Fonterutoli 2001 - 이태리 Sangiovese
8. Ch. Petit Figeac 1998 - 보르도 Merlot

와인과 음식을 매칭하는 일은 즐겁고 감각을 깨우는 일이다. 우리나라 음식과도 와인은 잘 맞을 수 있고 그러기 위해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행사였다. 그동안 보양식으로만, 음식이 아닌 논쟁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개고기가 맛과 영향도 있을 뿐 아니라 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국제적인 음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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