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와인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와인이 생활인 나라이다 보니 손 뻗으면 닿는 곳, 눈길이 머무는 모든 곳에 와인이 있으며, 종주국답게 프랑스 전역에서 적어도 한 달 걸러 한 번씩은 와인 박람회가 열리기 마련이다. 그 종류도 다양해서 '마콩(Mâcon) 와인 박람회', '프랑스 독립 와이너리 박람회', '보르도 와인 축제' 등 그 이름들을 일일이 열거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오죽하면 요식업계 잡지에서 "현명하게 와인을 사려면 박람회를 이용하세요" 같은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실을까.
그러나 어느 무리에서든 군계일학은 있는 법.
해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리는 "Salon des Grands Vins(쌀롱 데 그랑 뱅)"은 와인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정평이 나있는 와인 박람회이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박람회의 입장 가격은 15유로. (환율이 많이 올라 2004년 2월 현재 22500 원 정도.) 싸다고 할 수는 없는 가격이지만 이 돈이면 Ch. Cantenac Brown, Ch. Cos D'Estournel, Ch. Pichon-Longueville 등의 숨막히는 와인들이 무한정 나를 기다린다는 데야 어느 누가 마다하겠는가. 3일에 걸쳐 열리는 이 박람회에는 Ch. Palmer, Ch. Talbot, Ch. Leoville Las Cases, Ch. Phelan Segur 등의 와인 시음회가 매일 따로따로 예정되어 있어 관람객이 3일 내내 올 수밖에 없게 만든 주최측의 농간(!)을 선보이기도 했다.
1. La Revue du Vin de France
프랑스의 Wine Spectator 라고 할 수 있는 잡지 - 오히려 이 평가를 자존심 상해 할 수도 있는! - La Revue du Vin de France (RVF) 는 올해 "Salon des Grands Vins"의 협찬을 맡았다. 매해 프랑스 와인 문화 부흥을 위해 묻혀진 와인 발굴 혹은 알려진 와인들의 재평가 등의 시상식을 기획하는 RVF 의 올해 시상식 주제는 "Desseauve, Bettane, Maurange가 프랑스 전역을 돌아 선정한 9개의 젊은 와이너리" 였다.
| ▶Mr. Bettane & Mr. Desseauve와 |
Mr. Desseauve 는 RVF 의 와인 칼럼니스트이자 Bettane & Desseauve 라는 와인 가이드 북의 저자로도 유명한 사람으로 올해의 9 개 와이너리 선정 기준으로 '역동성, (스타일에 대한) 충실함, 떼루아 반영도, 장인 정신' 등을 중점적으로 보았다고 밝혔다. 특히 앞으로의 가능성이 최고의 기준이었던 만큼, 가업을 이은 와이너리 제 2 세대들 (이제 20대 중반에 들어선 청년이 있었을 정도였다.)이 나와 열정적으로 와인을 대변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선정된 9개 와이너리의 시음와인 |
선정된 9개의 와이너리는 아래와 같다. (괄호안은 선정 지역)
1) Champange Prévost (Champagne) : La Closerie
Mr. Desseauve가 '훌륭한 캐릭터'를 가진 샴페인으로 언급했다. 기포가 많은 편은 아니나 푸릇푸릇한 양배추 향이 압도적이며 과즙이 풍부한 리치를 연상시키는 맛을 갖고 있다. 배합 포도종으로는 샤르도네와 피노 뫼니에를 중점적으로 썼으며 피니시가 길지 않다.
2) Agathe Busin (Alsace) : Agathe Busin Cortelet 2002
둥그런 첫 맛이 끝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화이트 와인.
잘 익은 복숭아, 살구 등의 흰 속살을 가진 과일들을 연상케 한다. 석회질 토양. 재배 면적이 그리 크지 않다.
▶Agathe Busin의 소유주
3) Domaine de la Souffrandiè re (Bourgogne)
: La Souffrandiere Pouilly-Vinzelles Climat 2002
화이트 와인의 매력을 최대한 복합적으로 표현해 내기 위해 소유주가 정기적으로 Far Niente 등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를 방문한다고 한다. 샤르도네의 전형적 아로마 특징이 잘 나타난 와인으로 피니시는 긴 편이었으나 산도가 지나치다 싶은 개성을 보이고 있어 조금 더 두면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듯 했다.
4) Château du Champ des Treilles (Bordeaux)
: Château du Champ des Treilles Grand Vin Sainte_Foy Bordeaux 2001
Pontet Canet 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업을 이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3ha 면적에 화이트를 7ha 에 레드 품종을 경작하고 있으며 petit verdot, sémillon 을 포함한 총 7 개의 포도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각 2종의 레드, 화이트 와인과 1 종의 liquor 를 생산하고 있다. Ch. Champ des Treilles 레드는 까베르네 쏘비뇽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탄닌이 적당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대의 맛을 느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 하다.
5) Clos des Lacquets (Sud Ouest) : Clos des Lacquets Cahors 2001
100% Malbec. 흙냄새 미네랄 냄새가 강하다. 탄닌으로 인한 혀의 까끌한 느낌이 특히 두드러진 것이 특징.
6) Château Champs des Soeurs (Languedoc)
: Domaine des Champs des Soeurs 2001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여 와인을 만든다. 그래서인지 와인의 섬세함이 좀 부족한 듯 했다. 강하게 남는 인상의 와인을 좋아한다면 시도해 볼 만하다.
7) Dupéré Barrera (Provence)
: Dupéré Barrera Côtes de Provence 2002
소유주가 퀘벡 출신이다. 처음에는 와이너리로 시작하여 네고씨앙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중. 2002년은 이 지역에 있어서 '재난의 해' 였다고 한다. 첫 맛은 강렬하지 않으나 곧이어 펼쳐지는 꽃향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지나치지 않은 탄닌이 아로마를 더욱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65% 까베르네 쏘비뇽, 나머지는 Syrah 등으로 채워졌다.
8) Mas de Libian (Rhône)
: Mas de Libian Côtes du Rhône Villages 2001
붉은 해당화를 연상케 하는 투명한 적색을 띠고 있다. 루비, 가넷의 오묘한 빛깔을 가지고 있으며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무게감을 적당하게 지니고 있다.
9) Domaine Richard Leroy (Loire)
: ANJOU Les Noels de Montbenault Wit 2002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유기농을 표방하는 Bio 와인. 셀렉시옹 노블로 포도알을 택해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