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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주위에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선물용이다, 식사 반주용이다 하면서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나아가 부담 없는 신흥 와인 생산국(New World Wine) 중에서 어떤 것이 좋으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잘 익은 과일 향이 시원스럽게 드러나 마시기도 좋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구입할 수 있어서리라.

이처럼 부담 없는 신흥 와인 생산국의 대열에 빠지지 않고 끼는 것이 칠레다. 1990년대 초 저렴한 와인을 중심으로 수출을 한 탓인지 칠레의 이미지가 괜찮은 저가 와인을 만드는 국가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칠레 와인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고가의 와인들이 상당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알마비바(Almaviva)이고 이는 칠레 와인의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를 상징하는 와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1990년 피노쳇트의 독재정권이 마감되고, 보다 자유로워진 무역과 칠레의 토양에 대한 외국 자본들의 관심은 과거 19세기 말에 누렸던 것에 비견할만한 와인의 르네상스를 가져온다. 칠레의 전통있는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와 프랑스 보르도의 일등급 그랑 크뤼 와인 생산자인 샤또 무통 롯드쉴드(Chateau Mouton-Rothschild)도 이즈음하여 만나게 되고 1997년 약 6백만불을 50대50으로 투자하여 비냐 알마비바(Vina Almaviva)를 만들기로 한다.

프랑스 극작가 보마르쉐(Beaumarchais)의 작품이자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주인공인 알마비바. 이 와인의 레이블 위에는 보마르쉐의 필체를 그대로 옮겨와 또박또박 강인하게 인쇄된 알마비바 이름과 함께 칠레의 전통문양이 표현 되어 있다. 이는 포도 양조에 최적이라고 할 수 있는 토양과 기후 조건 그리고 프랑스 최고의 샤또가 지니고 있는 와인 양조 노하우의 만남의 상징이다.

자갈이 많아 배수가 잘되며, 햇볕이 내려 쪼이는 낮과 서늘한 저녁 그리고 다습한 겨울, 포도 양조에 최적이라고 할 수 있는 토양과 기후 조건을 지닌 콘차 이 토로의 최고급 포도원. 그리고 프랑스 보르도 최고의 샤또가 수년간 습득한 와인 양조의 노하우. 이 둘의 조우는 최고의 와인을 위한 최적의 블랜딩이였다.

사실 와인 스펙테이터지와의 인터뷰에서 샤또 무통의 소유주 바론네스 필리핀느 롯드쉴드가 밝히 바 대로 "우리[비냐 알마비바]의 목표는 최고급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Our goal is to make great wine" 그렇다. 다른 이유는 없는 것이다. 칠레의 토양에 제일 잘 맞고 또한 그 토양의 특성을 최상의 맛으로 담아낼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고, 2001년의 빈티지에 이르는 6개 빈티지 모두 주요 와인 평가기관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최고급을 만들기 위해서 콘차 이 토로에서는 자신들의 최고급 라인인 Don Melchor Private Reserve와인에 사용되는 포도가 재배되던 뿌엔테 알토(Puente Alto) 지역의 40여 헥타아르를 알마비바용 포도 재배지로 내놓았다. 이곳에서 이전까지 생산되던 Don Melchor Private Reserve 라인의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1993년 빈티지는 이미 와인스펙테이터의 평가단을 통해서 "우수한(Outstanding)" 등급의 93점을 받은 바 있는 와인이기에 샤또 무통의 전문가들이 인정하기 않을 수 없는 잠재력을 가진 토양과 기후 조건을 가진 지역이다.

이 지역은 오늘날 스페인어로 그랑 크뤼 급(Premier Grand Cru Classe)의 의미를 지니는 `프리머 오든(Primer Orden)` 등급을 형성한다. 이와같은 등급이 최초로 알마비바의 포도원에 부여되었는데, 이 등급의 포도원들은 특정 와인 하나만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하며, 프랑스 일등급 샤또의 양조와 재배에 관한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와인의 양조를 위해 2003년부터 프랑스의 샤또 페트뤼스, 샤또 오브리옹과 캘리포니아의 오프스 원등과 같은 곳에서 최상의 양조 경력을 쌓은 토드 모스테로(Tod Mostero)가 최고 양조자의 역할을 맞고 있다. 1997년 합작 발표시에는 샤또 무통 롯드쉴드와 미국 몬다비사의 합작에도 활약한 양조자 패트릭 레옹(Patrick Leon)과 대부분이 프랑스인들로 구성된 그의 팀이 양조를 전담하였다.

물론 칠레의 콘차 이 토로의 엔리케 띠라도(Enrique Tirado)도 이에 참여했지만, 양조에 관한한 프랑스인들의 기여가 컸다고 할 수 있다. 이 프랑스 양조팀들은 뿌엔테 알또(Puente Alto)의 지형과 잘 융합 되는 설계로 새로 양조장을 신설하였고 여기에 채광, 온도와 습도 등을 고려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와인 양조 설비들을 갖춘다. 1996년을 시작으로, 엄선하여 수확한 포도들로 첫 작품, 즉, 프랑스의 양조 기술과 칠레의 토양이 만나, 맛과 멋을 겸비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포도원에서 와인이 난다." 라는 프랑스 양조자들의 말이 있듯이 알마비바에 사용되는 포도들은 포도밭에서부터 특별한 관리를 받는다. 포도송이가 달리는 위치를 조절하여 최적의 상태에서 칠레의 태양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가지 및 열매치기와 강수량의 조절 등으로 포도송이 마다 응축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관리된다. 그 후 수확기에는 각각의 샘플링을 통하여 수확시기를 결정하고 줄로 선 포도 나무 사이를 오가며 손으로 최상의 숙성 상태의 포도 송이를 수확한다.

알마비바만을 위한 포도원 뿌엔테 알토의 40여 헥타르에서는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과 까르메네르(1999년 이후)가 재배되며, 수확 후 이 포도들은 양조장의 중 2층 (mezzanine)에서 부터 본격적인 양조과정을 시작한다.

이 "메자닌(mezzanine)"은 포도가 양조장에서 추가적인 운반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와인의 맛을 담아 낼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이곳에 도착한 포도들은 바로 파쇄기를 통과하고 압착되며 스테인레스 스틸 발효통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은 중 2층 메자닌에서 양조관리자(Maitre de Chai)가 총 관리 감독할 수 있다.

이후 보다 섬세하고 과학적인 양조의 과정은 최고급 양조자의 손을 거치며 숙성 병입 후 소비자들에게까지 전해진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고 최고급 시설에서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와인 양조자들의 손을 거치므로 알마비바의 가격은 칠레의 컬트 와인들이라고 불릴 만큼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와 같은 섬세한 관리를 통한 포도의 재배와 양조 그리고 숙성 과정이 있은 후에야 프랑스 와인의 매력을 담은 칠레 와인으로 탄생하게 된다. 즉, 진한 맛과 힘있는 향기 외에도 우아함과 섬세함을 지닌 그런 와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알마비바는 프랑스 양조 노하우에 따른 것이고 다른 유명한 샤또들의 와인과 함께 거래되는 영광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 와인은 칠레 와인이라고 해야 맞을 듯 하다.

양조자 엔리케 티라도도 와인 인터네셜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알마비바는 칠레에서 생산된 프랑스 와인이기보다는 프랑스와 칠레 최상의 조건들이 하나가 된 칠레의 와인이다.

즉, 칠레 500여년의 와인 역사와 그 무한한 가능성, 저가 와인 뿐 아니라 섬세한 맛과 향을 지니고 오랜 숙성이 가능한 맛의 구조를 가진 와인도 생산해 낼 수 있는 칠레의 잠재력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와인이다.

이에 알마비바는 프랑스와 이태리 등의 최고급 와인들과 같이 앞으로도 오랜 역사를 통해서 그 맛의 일관성과 발전을 보여줄 것을 기대해 보게 하는 와인이며, 오늘날 칠레 최고급 와인의 아이콘이며 프리머 오든의 등급을 부여받아도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외국 자본의 유입과 전문가들의 관심 속에서 이미 칠레는 저가와인 생산국의 이미지를 벗고 한정된 양만을 생산하는 고가 와인 생산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몬다비사와 칠레의 에라주리즈 사의 합작투자로 만들어진 세나(Sena), 몬테스 사의 몬테스 알파 엠(Montes Alpha M), 100% 쉬라 품종으로 양조한 폴리(Folly), 까사 라포톨레(Casa Lapostolle)의 Clos Apalta 등과의 경쟁 속에서 콘차 이 또로와 샤또 무통 롯드쉴드의 알마비바는 전세계 최고급 와인의 자리를 더욱 굳건히 다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미각적으로 매우 즐거운 일이라 하겠다.

[_이석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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