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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지난 6월 20일에 열린 남아공 와인 협회의 세미나 내용을 이어서 정리했습니다.

Flagship Reds

마지막 세미나인 Flagship Reds에서는 현대화에 성공한 남아공 와인이 현재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를 얘기하고 있다.

남아공에서 가장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와인 메이커 3명, Boela Gerber(Groot Constantia), Razvan Macici(Nederburg) 그리고 Eben Sadie(Sadie Family)이 12개의 남아공 아이콘 레드 와인을 소개했다.

남아공은 보르도 블렌딩 와인이 성공한 생산지로 유명하다. 또한 피노 누아와 생소(에르미타지)를 교잡해 탄생시킨 피노타지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남아공에서만 재배되고 있는 피노타지의 인기가 감소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와인 소비의 경향이 단일품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서 변화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품종은 시라로 남아공에서 적포도 품종 재배 1위는 카베르네 소비뇽, 2위는 시라가 차지하고 있어 성장세와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산지오베제, 바르베라 등 이태리 품종의 진출 또한 지나칠 수 없다.

‘가장 우아한 성격을 가진 피노타지’로 소개한 Scali Pinotage 2006은 부드럽고 순수하면서 농축미를 드러나는 와인이었다. 반대 느낌이 드는 Kanonkop Pinotage 2005는 깊고 진하며 힘이 느껴졌다. 산지오베제 50%, 바르베라 45%, 네비올로 5%의 다소 낯설게 블렌딩한 Nederburg Ingenuity 2008은 부드러운 타닌, 달콤한 뉘앙스 등 이태리 품종 와인이라고 짐작하기 힘들었다. Razvan Macici 와인 메이커는 강한 품종이지만 남아공에 정착하면서 매우 부드러운 타닌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해를 도왔다.

[좌측부터 Scali Pinotage 2006, Kanonkop Pinotage 2005, Nederburg Ingenuity 2008]

다음은 쉬라즈, 시라 그리고 시라 블렌딩 와인을 소개했는데, 참 매력적인 시라 와인이었다. Mullineux Syrah 2009는 붉은색 과실의 향이 뚜렷했고 산미도 강하면서 허브 느낌이 많아전형적인 남프랑스 와인의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Groot Constantia Shiraz 2008은 반대로 향신료 같은 스파이시한 향이 강했다. 그러나 입 안에서 유연한 느낌은 둘 다 비슷했다.

[좌측부터 Mullineux Syrah 2009, Groot Constantia Shiraz 2008]

Boekenhoutskloof Syrah 2006은 신선하고 잘 익은 과실의 느낌이 들었다. 타닌도 부드럽고 균형도 잘 잡혀있다. Columella 2005는 스파이시한 느낌이었고 구조감과 밸런스 모두 훌륭했다. 과실 느낌도 적절해 개인적으로 Boekenhoutskloof Syrah 2006과 함께 마음에 들었던 와인이었다.

[좌측부터 Boekenhoutskloof Syrah 2006, Columella 2005]

Eben Sadie는 남아공에서 좋은 시라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배경으로 테르와를 꼽았다. 두 개의 대양(대서양과 인도양)에 인접한 남아공은 지중해성 기후를 띠는데, 이는 남프랑스와 비슷하다는 것. 토양 또한 화강암층이 주 토양층으로 랑그독 루시용, 샤토네프 뒤 파프의 토양과 비슷한 형태이다.

와인을 만들 때도 새로운 오크의 사용 비율은 보통 20~30%로 낮게 유지하여 오크 풍미를 줄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과실이나 꽃, 허브 등 기타 풍미가 잘 유지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조기수확이다. 과숙을 방지하여 산도와 당도의 이상적인 밸런스를 유지한다. 그래서 호주의 쉬라즈에 비해 우아함이 돋보인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보르도 블렌딩의 Vergelegne Red 2004, Fleur du Cap Laszlo 2006, Rust en Vrede Estate 2007 모두 수준이 상당히 높았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이었다. 가격을 비교해봐야겠지만 호주나 캘리포니아의 와인들과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놀랍고도 흥미로웠다.

[좌측부터 Vergelegne Red 2004, Fleur du Cap Laszlo 2006, Rust en Vrede Estate 2007]

클래식한 스타일의 Rupert & Rothschild Baron Edmund 2008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만드는 바론 드 로칠드 가문과 파트너 쉽에 의해 만들어졌다. 부드럽고 섬세한 와인으로 타닌은 견고했다. 남아공 레드 와인의 평균 알코올이 14% 정도지만 이 와인은 13.5%로 보르도 레드 와인의 알코올 수준과 비슷했다.

마지막 Le Riche Cabernet Sauvignon Reserve 2008은 전형적인 카베르네의 느낌이 많았고 바디감도 꽤 강했다. 알코올 또한 15.12%로 시음 와인들 중에서 가장 셌다.

[좌측부터 Rupert & Rothschild Baron Edmund 2008, Le Riche Cabernet Sauvignon Reserve 2008]

와인 평론가 이세용씨는 매우 훌륭한 와인들을 시음할 수 있었다며 ‘구대륙 와인의 균형감과 신대륙 와인의 과일 풍미를 모두 갖추며 신대륙과 구대륙의 접점을 이루는 와인’이라고 평했다 또한 앞으로 보강해야 할 점은 ‘깊이감과 구조감’이라고 말했다.

남아공 와인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은 동안 발전해왔고 놀라운 결과물을 쏟아놓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남아공 와인이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을 가졌다는 점이고 그 가능성을 이 세미나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 몇몇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메독의4, 5등급 와인보다 훌륭하다고 소문난 남아공 와인이 있었다. 가격과 품질 모두 만족스러워 모임용 와인이나 선물로 꽤나 인기 있었다. 이렇게 남아공 와인은 보르도 와인의 이상적인 대안으로 포지셔닝되어 있었다. 이제 선택의 중심으로떠오르며대체할 수 없는 매력과 품질을 가진 와인이 되고자 하며 그 미래는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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