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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세기의 빈티지’라는 극찬을 받는 보르도 2005 빈티지가 지난 12월 4일에 열린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의 대규모 시음회에서 그 베일을 벗었다. 보르도 와인의 위상과 빈티지에 대한 큰 관심을 반영하듯이 약 1,300명이 넘는 국내 와인업계 관계자들이 시음회를 찾았다.

2005년 와인과 함께 온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

보르도 그랑크뤼 연맹이 개최한 ‘2008 보르도 그랑크뤼 시음회’는 작년보다 7개 샤또가 늘어난 총 90개 샤또 오너 혹은 양조 책임자가 참석해 2005년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들을 소개했다. 지난 2004년부터 5년 동안 매년 한국을 찾은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은 올해 선출된 신임 Sylvie Cazes-Régimbeau 회장을(Ch. Lynch Bages와 Ormes-de-Pez의 소유주) 맞아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은 1973년에 보르도 와인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프랑스 국내와 해외 시음 홍보를 시작했다. 현재 131개 그랑크뤼 샤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메독, 그라브, 뻬싹 레오낭, 소테른, 바르삭, 셍떼밀리옹, 뽀므롤 같은 보르도의 중요 AOC에 속해 있다.

사실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처럼 홍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이들도 없을 정도로 이들은 와인업계 전문가들, 특히 젊은 층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과 정보 전달에 힘쓰고 있다. 보르도는 1만개가 넘는 와이너리, 57개 아뻴라시옹으로 구성되어 호주 전체 와인 생산지보다 크며 프랑스에서 와인 생산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지속적인 홍보, 마케팅으로 소비를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 대부분 그랑크뤼 와인이 네고시앙을 통해서만 판매되기 때문이다. 이 판매 시스템은 마케팅이나 영업 능력이 충분치 않은 소규모 와인 생산자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만, 지사 와인의 각종 판매 정보들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시음행사를 통해 유통업체와의 만남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Canon-la-Gaffalière의 스테판 본 네이뻬르그 백작 / Ch. Dauzac의 크리스틴 뤼르통-드 깨]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찬사를 받은 바 있는 보르도 2005 빈티지는 한마디로 완벽했다. 2004년 겨울부터 2005년 가을까지 보르도의 날씨는 매우 건조했으며 늦봄과 여름은 덥고 볕이 좋았지만, 혹서는 아니었다. 9월에서 10월 중순까지 건조하고 일조량 많은 날씨가 지속되어 포도알이 썩는 것을 막아주고 높은 당도와 적당한 산도의 과일향이 풍부한 포도를 수확할 수 있었다. 2005 빈티지의 특징은 포도 품종과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 결과가 좋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찍 시작된 가뭄때문에 수확량이 많았던 2004년에 비해 2005년의 열매가 작아서(특히 자갈토양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 헥타르당 생산량이 적은 편이다. 우수한 품질을 만들어낸 소비뇽 블랑의 수확량은 평균치를 밑돌지만 세미용의 수확량이 넉넉해 오랜만에 소테른과 바르삭은 풍부함을 자랑할 수 있었다.

2005년 레드 와인은 색이 짙고 과일향이 풍부하며 2003 빈티지보다 청량감 있고 강렬하지만 타닌의 수렴성은 대체로 적은 편이었다. 상위 등급의 와인들은 중량감이 상당하며 타닌은 매우 우아하게 표현되었다. 전통적으로 레드 와인이 우수한 뽀이약은 강하고 큰 몸집을 자랑했고 뽀므롤은 꽤 타닌이 강한 듯 했지만 우아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생 쥘리앙의 발전이 두드러졌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여운이 모자란 듯한 아쉬움을 있었는데, 이번 빈티지는 균형이 잘 잡혀있고 여운까지 길고 부드럽게 이어지며 깊은 인상을 주었다.

[◀생 쥘리앙의 Ch. Branaire-Ducru ]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어떨까? 자연적으로 높아진 당도 때문에 2005년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농축미가 뛰어나고 강렬하며 마셔보면 순수하게 ‘맛있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당도가 높은 와인들이 가지는 약점, 가라앉듯이 무거운 느낌이 없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Domaine Chevalier, Ch. Carbonnieux, Ch Pape Clément 등 뻬싹 레오낭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 명가들의 부스 앞에는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빈티지의 수혜를 가장 많은 받은 듯한 소테른과 바르삭의 스위트 화이트 와인은 과일향과 함께 단 맛과 상큼한 신 맛이 잘 어우러져 설탕 같은 스위트 와인들과 큰 차이를 보여주었다. 특히 올해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2008 TOP 100 Wines 중 97점으로 4위를 차지한 Ch. Guiraud 의 부스에는 그 명성 때문인지 와인 전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Ch. Fargues 의 현재 오너이자 전 Ch. d’Yquem의 소유주로 유명한 Alexandre de Lur Saluces 가 국내에 처음 방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보르도 와인의 위상… 스스로 발전시키며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일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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