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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1945, 1947, 1961… 보르도 최고의 빈티지라고 평가 받는 년도입니다. 왜 갑자기 빈티지를 얘기하냐고요? 빈티지는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몇 번을 얘기해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와인 애호가라고 자처한다면 생산지마다(선호하는 와인 생산지만이라도) 훌륭했던 빈티지와 새로운 빈티지 정보는 계속 업데이트 해야 합니다. 귀찮을 수도 있지만 발 빠르게 좋은 와인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쁨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요?

사진: Chateau Margaux

간단하게나마 빈티지에 대해 복습을 해볼까요? 불어로 밀레짐(Millésime)이라고 하는 빈티지는 와인에 사용된 포도의 수확년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2000 빈티지라고 하면 2000년에 수확된 포도가 사용된 와인을 말하는 거지요. 전년에 재배하기 시작해서 다음해 2-3월에 수확을 하는 호주나 칠레 같은 남반구의 와인들도 수확년도를 기준으로 레이블에 표기합니다.

빈티지가 좋다고 하는 해는 어떤 해일까요? 유럽의 경우 봄부터 7, 8월까지 햇빛이 풍부하고 수확기 초에 높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해입니다. 빈티지가 안 좋은 해는 거의 일정하게 서늘하거나 혹은 평균 이하로 햇빛이 적으면서 습한 해를 말합니다.

또 발아기에 서리 같은 냉해가 있거나 꽃이 폈을 때 갑자기 우박이나 폭풍우가 쏟아지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수확기에 햇빛이 풍부하고 높은 온도가 유지되면 만회할 여지가 있어 다행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보르도의 위대한 빈티지들의 공통점은 더운 해였고 포도가 아주 잘 익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포도 재배업자들은 먼저 잘 익은 포도를 얻기 위해 포도밭 관리를 철저하게 합니다. 7월에 그린 하베스트(포도송이가 달리는 6, 7월에 한 가지에서 몇 송이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송이들을 모두 따내는 일)를 하거나 포도 잎을 따내는 일, 포도의 익은 상태에 따라 늦게 혹은 빨리 수확함으로써 양질의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알려진 대로 날씨의 변화가 심한 유럽에 비해 미국 캘리포니아, 칠레, 호주 등은 빈티지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빈티지에 민감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저녁식사 할 때 부담없이 마실 와인을 사야 한다면 과감히 빈티지 차트는 버리고 오늘의 메뉴와 포도 품종과의 관계를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와인을 평가하기 보다 와인과 음식을 즐기기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지요.

빈티지의 역할이 확실히 빛날 때는 뭐라 해도 장기보관을 할 와인을 고를 때입니다. 적어도 7-8년 이상 보관할 예상으로 와인을 고른다면, 같은 와인이라도 빈티지가 더 우수하다고 알려진 것으로 해야 안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선 의견들이 많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우수한 빈티지의 와인이라도 보관상태에 따라 더 좋아질 수도 혹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상적인 보관환경이 꼭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평균 정도의 해에 만들어진 와인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 발전할 수 있다면 우수한 해의 와인은 더 복합적이고 성숙한 맛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례로 보르도에서 실망스러운 해라는 1997년 와인을 요즘 마셔보면 그리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우 뛰어난 해라는 1985년 보르도 와인을 요즘 마셔보면 우수한 빈티지의 훌륭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적인 성향과 와인경험에 의해서도 약간씩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해선 안됩니다.

빈티지를 평가하는 것은 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약간씩 차이가 있어서 자기 자신이 선호하는 와인 스타일과 잘 맞는 와인 전문가나 전문지를 선택해서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많은 와인 애호가들은 세계적인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디켄터(Decanter) 나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휴 존슨(Hugh Johnson),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등 많은 전문가들의 빈티지 가이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이 최고의 와인이다.’ 란 명언이 있듯이 빈티지 가이드는 그야말로 가이드일 뿐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란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어떤 와인들은 시간의 터널을 지나면서 예상과는 다르게 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빈티지 차트를 맹신하는 것은 와인 경험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것뿐입니다. 오는 2, 3월은 남반구의 수확기입니다. 2007년 빈티지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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