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

은광표

경기 불황 속에서도 국내 와인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은 수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연말 연시 송년회에서 와인을 마시는 풍경도 이젠 낯설지 않게 되었다. 이런 무드를 타고 우리나라도 중요한 와인 시장 중 하나로 평가 받으며 올 한 해에도 많은 세계적인 와이너리들의 대표 혹은 와인 메이커가 방문해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11월에 1주일을 두고 차례로 열린 그란디 마르키(Grandi Marchi) 시음회와 보르도 그랑크뤼 연맹(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의 2003년 보르도 와인 시음회였다.

정상급 이태리 와인 협회- 그란디 마르키(Grandi Marchi)

세계 1위의 와인 생산국이지만 수출에선 라이벌 프랑스를 이기지 못했던 이태리가 본격적인 세계 공략에 팔 걷고 나섰다. 이태리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를 중심으로 탄생한 그란디 마르키는 이태리 와인과 문화를 알리고 시장확대와 개척을 추구하기 위해 2002년에 만들어진 와이너리 협회이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18개 와이너리들은 이태리 각 지역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프리미엄급 와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야말로 이태리 와인의 품질과 차별성, 스타일을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서 대대적인 프로모션과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있는 그란디 마르키는 2006년 11월에 서울에서 처음 행사를 가졌다. 이 아시아 투어는 동경, 서울, 상하이에서 열렸는데, 총 10개의 와이너리가 참여한 전문인 시음회에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명 와인을 소개하며 국내 수입업체, 호텔, 레스토랑, 와인 샵 등 국내 와인 전문인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대성황을 이뤘다. 이는 최근 이태리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40%의 성장률이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음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 전문인 시음회에서는 토스카나의 Antinori와 Ambrogio e Giovanni Folonari , 피에몬테의 Pio Cesare, 시실리의 Donnafugata와 Tasca D'Almerita, 북부 이태리인 알토 아다제의 Alois Lageder, 프리일리의 Jermann, 깜빠니아의 Mastroberardino, 아풀리아(이태리 지도에서 구두 굽 모양의 지역)의 Rivera, 마체스의 Umani Ronchi 총 10개의 와이너리가 각 지역을 대표하며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그란디 마르키에 참여하고 있는 와이너리:
Gaja / Biondi Santi / Michele Chiarlo / Ambrogio e Giovanni Folonari
Pio Cesare / Tenuta San Guido / Cà del Bosco / Umani Ronchi
Carpenè Malvolti / Lungarotti / Masi / Mastroberardino
Alois Lageder / Rivera / Jermann / Donnafugata / Marchesi Antinori
Tasca D'Almerita


2003년 와인을 들고 다시 찾아온 보르도 그랑크뤼 연맹(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 UGCB)

이제 11월이 되면 많은 와인 전문가들이 은근히 기다리게 되는 행사가 생겼다. 바로 보르도 그랑크뤼 연맹의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 시음회가 그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세 번째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 보르도 그랑크뤼 연맹은 작년보다 9개 샤또가 늘어난 총 74개 샤또가 참가해서 2003 보르도 빈티지를 소개했다.

보르도 그랑크뤼 연맹은 1973년에 보르도 와인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프랑스 국내와 해외 시음 홍보를 시작했다. 현재 130개 그랑크뤼 샤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메독(Médoc), 그라브(Graves), 뻬싹 레오낭(Pessac Léognan), 소테른(Sauternes), 바르삭(Barsac), 셍떼밀리옹(Saint Emilion), 뽀므롤(Pomerol) 등의 그랑 크뤼급 와인들이 속해있다. 이 연맹은 다양하고 체계적인 마케팅 활동을 함께 펼치면서 소위 이름값을 높이고 시장 개척과 확대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신 빈티지 와인과 함께 생산방식과 와인의 특징 등 보다 상세한 정보를 직접 와인을 생산하는 와인 메이커나 오너가 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인지도와 시장성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보르도 그랑크뤼 연맹의 홍보 행사는 유럽, 미국, 아시아, 러시아에서 활발히 열리고 있으며 연간 평균 50건에 달하는 홍보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는 특히 그 유명한 보르도 2003 빈티지로 관심이 더욱 고조되었다. 보르도 2003년은 평년보다 수확시기가 일렀고 수확량 또한 적었던 해였다. 유럽 대륙을 휩쓸었던 2003년의 폭염은 포도가 높은 당분 함유량과 낮은 산도를 가지게 했으며 생산자들에게 가장 적절한 수확시기를 정해야 하는 고민을 안겨줬다.

수확만큼 어려웠던 양조에도 기술과 최신 설비의 힘을 빌어 극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기온이 너무 높다거나 많은 양의 포도가 한꺼번에 빨리 숙성되어 양조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양조장의 역량 차이가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2003년 레드 와인은 대부분 타닌 성분이 강한 특징을 보였고 복합적인 아로마를 가지고 있어 장기숙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스위트 와인의 경우, 8월의 폭염 속에서 보르리티스균이 빠르게 나타나 당분이 여느 때보다 많이 축적되어 강렬하고도 매우 부드러운 텍스춰를 느끼게 했다. 또 기름처럼 유질이 강하고 장기숙성에도 적당해 보였다.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폭염으로 인한 낮은 산도로 양조과정에서 세심한 산성화 처리 작업을 거쳐야 했다. 가벼움 보다는 볼륨감 그리고 강한 과일의 향을 느끼게 했다.

세계적인 고급 와인이라면, 첫 번째로 떠오를 만큼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들은 고급 이미지가 매우 오래 전에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반면 이태리의 경우, 1990년대에 고품질 와인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이뤄져 보르도 보다 한 발 늦었다고도 볼 수 있다.(연맹의 설립년도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

그란디 마르키의 설립과 행보는 프리미엄 와인 시장의 중요성과 이태리 와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뭉치면 산다’라는 말처럼 지금까지 각개전투를 해왔던 이태리의 와이너리들이 체계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뭉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태리에서 내노라 하는 정상급 와인들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표성까지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보르도 지역의 와인들로만 구성된 보르도 그랑크뤼 연맹과는 차이가 있다.

프리미엄 시장은 흔들리지 않는 소위 돈이 되는 시장이다. 일찍이 로버트 파커의 세계 최상급 와인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라는 예견대로 정상급 와인들의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와인 시장의 확대됨에 따라 많은 수요가 생기고 있지만, 일부 프리미엄급 와인들의 생산량은 이 수요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이런 매력적인 시장을 잡기 위해 프랑스와 이태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와인의 빈티지, 꼼꼼히 따져보기

    1945, 1947, 1961… 보르도 최고의 빈티지라고 평가 받는 년도입니다. 왜 갑자기 빈티지를 얘기하냐고요? 빈티지는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몇 번을 얘기해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와인 애호가라고 자처한다면 생...
    Date2007.01.17
    Read More
  2. wineok

    제59차 와인 아카데미: Argiano Wine 시음회

    날짜/시간 : 2007-01-20 오후 3시 장소 : CASA del VINO 강사 : Mr.Schaeffer (아르지아노 해외 마케팅 책임자) 회비 : 3만원 참석가능수 : 28 신청안내 : * 은행:국민은행 / 계좌번호:383-21-0123-295 / 이름:베스트와인(은광표) * 성명을 입금자명으로 확인...
    Date2007.01.09
    Read More
  3. 프랑스와 이태리 최고급 와인들의 조용한 전쟁

    경기 불황 속에서도 국내 와인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은 수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연말 연시 송년회에서 와인을 마시는 풍경도 이젠 낯설지 않게 되었다. 이런 무드를 타고 우리나라도 중요한 와인 시장 중 하나로 평가 받으며 올 한 해에도...
    Date2006.12.21
    Read More
  4. wineok

    제58차 와인 아카데미: 반짝이는 유혹, 샴페인

    날짜/시간 : 2006-12-02 오후 3시 장소 : CASA del VINO 강사 : 은광표 (베스트와인 / CASA del VINO 대표) 회비 : 6만원 참석가능수 : 24 신청안내 : * 은행:국민은행 / 계좌번호:383-21-0123-295 / 이름:베스트와인(은광표) * 성명을 입금자명으로 확인하므...
    Date2006.11.23
    Read More
  5. wineok

    샤토 도작(Chateau Dauzac) 버티컬 테이스팅 행사에 다녀와서

    샤토 도작(Chateau Dauzac) 버티컬 테이스팅 행사에 다녀와서 10월부터 12월은 와이너리 오너와 메이커들의 방문이 잦아지는 시기로 추수를 끝내고 포도밭에서 나와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일(수)에 보르도 마고 지역의 그랑크뤼 클라세 ...
    Date2006.11.09
    Read More
  6. wineok

    부르고뉴 여행

    위대한 피노 누아의 고향, Vosne-Romanée La Romanée-Conti, La Tâche, Richebourg, Romanée-Saint-Vivant… 와인 애호가라면 누구나 선망의 대상은 아닐지라도 꼭 한번쯤 마시고픈 와인이 생산되는 Vosne- Romanée의 유명한 포도...
    Date2006.11.07
    Read More
  7. wineok

    제57차 와인 아카데미: 수퍼 투스칸의 물결

    날짜/시간 : 2006-10-28 오후 3시 장소 : CASA del VINO 강사 : 은광표 (베스트와인 / CASA del VINO 대표) 회비 : 14만원 참석가능수 : 12 신청안내 : * 은행:국민은행 / 계좌번호:383-21-0123-295 / 이름:베스트와인(은광표) * 성명을 입금자명으로 확인하므...
    Date2006.10.1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5 46 47 48 49 ... 107 Next
/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