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실 때 주도(酒道) 혹은 주례(酒禮)라는 것이 있습니다. 흐트러지기 쉬운 술자리에서 몸을 보호하고 함께 마시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예의범절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와인을 즐길 때도 그만의 에티켓이 존재하는 법… 많은 와인모임 중 특히 와인 시음회에서 지켜야 할 매너에 관심을 가져봅시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와인 시음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음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아쉽게도 와인 매너는 무시되거나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고 진지하고 혹은 즐겁게 와인을 시음하기위해 누구나 지킬 수 있고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는 꼭 필요합니다. 알지만 잊어버렸거나 혹은 전혀 몰랐을 수 있는 와인 에티켓을 하나씩 짚어봅니다.
[ 와인 시음회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 ]
1. 와인 시음회의 성격을 먼저 파악한다.
와인 시음회는 무료 시음회, 유료 시음회, 와인메이커스 디너, 세미나 등 종류에 따라 초청대상, 참석인원, 가격, 와인리스트 등이 다릅니다. 그래서 각 와인 시음회의 성격에 맞는 의상 및 에티켓이 필요합니다.
무료시음회의 경우 어느 정도의 복장 자유가 허용되지만, 와인메이커스 디너와 같이 와이너리 관계자나 외국 손님을 초청하는 디너의 경우, 그 성격에 맞는 드레스 코드를 주최측이 요구하기도 하기 때문에 미리 알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2. 와인 시음회 참석에 앞서 반드시 예약하는 습관을-
와인 시음회에 참석하기 위해 반드시 예약을 하고, 반대로 시음회에 불참할 경우 시음회 불참(혹은 예약취소) 확인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예약문화가 완전 정착되지 않아 와인 시음회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예약입니다.
식사가 나오는 와인앤다인(wine&dine) 같은 경우, 제때 예약취소나 시음회 불참통보를 해주지 않아 꼭 디너에 참석을 하고 싶은 사람이 참석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 좌측이 순수한 시음회, 우측은 와인앤다인 |
3. 와인 시음 후 평가는 신중하게-
와인은 한번 마시고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로버트 파커나 젠시스 로빈슨 같은 세계적인 와인평론가도 같은 와인을 여러 번 시음했을 때 평가점수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접하는 와인을 한잔 마셔보고 그 와인을 다 아는 것처럼 단점이니 장점이니 얘기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납니다. 그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 관계자의 눈에는 매우 오만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4. 와인은 무조건 많이?
와인 시음의 종류나 양에 대해서 정도(正道)는 없습니다. 하지만 와인 시음이라기 보다 무작정 와인을 많이 마시며 즐기려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한정된 와인이 준비된 시음회에서 무분별하게 와인을 많이 마셔 버리면 그 다음 사람들은 와인이 떨어져 시음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애써서 준비한 와인을 너무 많이 받아서 한 모금 마시고는 그냥 버린다면, 주체측에서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겁니다. 와인 시음회는 말 그대로 와인을 맛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5. 좋은 와인만 골라 시음한다.
시음회에서 유독 유명하거나 비싼 와인만 시음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와인 시음회 자리를 빌어 새로운 와인을 접해본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비싸고 유명한 와인만 시음하고 시음회장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6. 시음회를 참석하기 전, 최소한의 와인 정보를 찾아본다.
간혹 무슨 와인을 시음하는 지도 모르고 시음회에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와인 정보를 알면 알수록 더 심도있는 와인 시음이 가능합니다.
7. 내 와인처럼 마음대로 와인을 따라 마신다.
와인 시음회에는 와인을 담당하는 직원이 있는데, 자기 마음대로 와인을 따라 마시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동입니다. 시음회의 성격에 따라서 와인 서브 온도, 순서, 글라스에 따르는 양 등이 정해진 경우가 많으므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와인 병에 손을 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8. 와인을 뱉지 않고 다 마신다.
와인 시음회에서 와인을 뱉는 것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와인을 다 마시는 것이 더 좋은 매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두 가지 와인도 아니고 수십 종의 와인을 시음하는 곳에서 와인을 뱉지 않고 테이스팅 하는 것은 시음회 주체측에 실례를 범하는 것이자 시음자 본인에게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와인도 술이기 때문에 수십 종을 시음하면서 뱉지 않으면 취하게 되고 그러면 공공연한 자리에서 실수나 횡설수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9. 초대 받지 않은 시음회에 참석한다.
초대받지 않는 손님은 불청객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특별한 드레스 코드가 있거나 특정 고객만이 (소믈리에나 전문가 등) 모인 시음회에 초대 없이 참석하는 것은 주체측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대단한 무례로 보일 수 있습니다.
10. 와인 시음 후 최소한의 인사를 하자.
와인 시음회에서 와인을 준비한 주체측은 최소한의 와인 평을 듣고 싶어합니다. 전문적인 평가라기 보다 ‘와인이 마음에 들었다.’ 등 간단한 소감 정도면 충분합니다. 고맙다는 인사와 당신의 와인이 참 좋다 란 말을 듣는다면 준비한 관계자들도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