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

은광표

마실 것인가… 보관할 것인가…

많은 와인 가이드에서 볼 수 있는 ‘와인 보관의 적정기간’을 얼마나 참고하십니까? 한번쯤 고민했을 와인 보관의 갈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영화 ‘Sideways’에서 주인공은 혼자서 초라한 패스트 푸드점에서 기념일을 위해 보관해뒀던 1961년 슈발 블랑을 일회용 컵에 따라 몰래 마십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20세기 최고 해라는 61년 빈티지는 무슨 맛일까?’, ‘만일 와인이 상했다면 주인공 기분은 더 끔찍해지지 않을까?’ 이었습니다.

많은 와인들이 출시된 후, 1-2년이 지나면 마시기 적당해진다고 합니다만, 친구와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는 얘기에 와인을 묵혀두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1960년대의 Château Cos d’Estournel 레이블

보통 장기보관을 권장하는 와인들은 프랑스의 경우, 특등급 보르도, 최상급 l’Hermitage와 Côte Rôtie, 특등급 부르고뉴 와인, 일부 Châteauneuf-du-Pape, 소테른의 스위트 화이트 와인, 알사스의 화이트 와인, 최상급 루와르 밸리의 화이트 등으로 10~20년 후에도 복잡 미묘한 맛과 파워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태리의 Barolo, Barbaresco 또한 마찬가지이며 스페인의 Vega Sicilia Unico 같은 와인은 출시 자체를 10년 정도 지난 후에 하며, 20~35년 이상도 끄덕없는 매우 파워풀하고 복합적인 와인입니다.

열거한 와인들은 쉽게 말해서 장기보관의 능력이 되는 와인으로, 소위 고급 와인이 대부분입니다. 사실 평상시에 마시기는 힘들죠. 반면에 어떤 와인들은 되도록 노숙(?)해지기 전에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평상시에 마실 수 있는 와인들이 대부분인데,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 보졸레 누보, 칠레와 호주, 미국의 저가 브랜드 와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요즘 와인 메이킹의 경향은 장기보관을 통해 얻는 변화보다는 장기보관이 필요 없는 안정적인 와인을 지향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보관상태의 문제가 가장 크겠지요.

모든 와인들이 와이너리의 셀러 안에서 잠자는 게 아니라, 적도를 넘나들며 더위와 추위 속에서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하고 심한 흔들림도 겪은 후에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게 됩니다.

또는 수입상, 도매상의 창고 상태에 따라서, 그 작은 병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이 와인을 보관할 것인가, 그냥 마실 건가…선택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무엇보다 장기보관은 심리적인 부분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실제로 40년이 넘어가는 올드 빈티지 와인들은 그 상징적인 의미만 남을 뿐, 와인으로서의 기능(?)은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장기 숙성을 거쳐 복합적이며 훌륭한 맛을 가진 와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와인 메이커들이 고민에 빠지는 겁니다. 불확실한 인생만큼이나 병 속에서의 화학적 변화에도 많은 변수가 생기니까요.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좁혀주고 즐거운 자리를 더 즐겁게 해주는 와인…무슨 와인을 마셨냐 보다 누구와 어떤 자리에서 마셨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wineok

    제42차 Wine Academy :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매력

    날짜/시간 : 2005-05-28 오후 3시 장소 : CASA del VINO 강사 : 은광표 (베스트와인 / CASA del VINO 대표) 회비 : 5만 5천원 참석가능수 : 24 신청안내 : * 은행:국민은행 / 계좌번호:383-21-0123-295 / 이름:베스트와인(은광표) * 성명을 입금자명으로 확인...
    Date2005.05.06
    Read More
  2. wineok

    제41차 와인 아카데미 : WS 90점 이상의 명품 이태리 와인의 세계

    2005년 4월 23일에 열린 베스트와인의 제41차 와인 아카데미에서는 세계적인 와인전문지 Wine Spectator에서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은 명품 이태리 와인을 시음했다. 이태리 현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고가의 훌륭한 와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대적...
    Date2005.05.03
    Read More
  3. 와인 보관의 갈등

    마실 것인가… 보관할 것인가… 많은 와인 가이드에서 볼 수 있는 ‘와인 보관의 적정기간’을 얼마나 참고하십니까? 한번쯤 고민했을 와인 보관의 갈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영화 ‘Sideways’에서 주인공은 혼자서 초라한 패스트 푸드점에서 기념일을 위해 보관해...
    Date2005.04.25
    Read More
  4. wineok

    제40차 와인 아카데미 : 리델 글래스 테이스팅

    글래스가 가진 비밀의 문을 열다 2005년 4월 2일에 열린 베스트와인의 제40차 와인 아카데미는 세계적인 와인 글래스 왕국 리델의 글래스 테이스팅이 열려 와인의 맛과 향이 글래스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이 행사에 리델 글래스...
    Date2005.04.20
    Read More
  5. wineok

    제41차 Wine Academy : WS 90점 이상의 명품 이태리 와인의 세계

    날짜/시간 : 2005-04-23 오후 3시 장소 : CASA del VINO 강사 : 이승기 (루벵 코리아 대표) 회비 : 4만원 참석가능수 : 24 신청안내 : * 은행:국민은행 / 계좌번호:383-21-0123-295 / 이름:베스트와인(은광표) * 성명을 입금자명으로 확인하므로, 같은 이름으...
    Date2005.04.12
    Read More
  6. wineok

    보르도 와인과 한국 음식의 만남

    보르도 와인이 한국 음식을 만났을 때 그동안 웰빙 무드를 타고 퍼진 와인의 인기는 한식당에서도 쉽게 와인 리스트를 볼 수 있고 마트에서도 쉽게 와인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서양처럼 우리 식탁에 와인이 빠질 수 없을 정도로 어울리는...
    Date2005.04.11
    Read More
  7. 세계 와인산업과 와인문화의 회고와 전망(Ⅶ)- 와인의 품질 대비 가치와 와인의 다양성

    로버트 파커의 세계 와인산업에 대한 전망과 이에 대한 알기 쉬운 해설! 11. 와인의 품질 대비 가치를 더 따지게 될 것이다. 비록 세계의 최상급 와인들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상승할 것이라고 우울한 비관적 예측을 했지만 품질은 뛰어나고 가격은 낮은 와인들...
    Date2005.03.3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 107 Next
/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