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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7. 말벡(Malbec) 품종이 대단한 와인을 만들어낼 것이다.

2015년경이면 말벡 품종으로 만든 아르헨티나 와인의 명성이 당연한 상식으로 통용될 것이다. 포도의 고향인 프랑스에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말벡은 아르헨티나에서 그 위대성을 입증받고 있다. 현재도 아르헨티나에선 값싸고 맛좋은 말벡과 고지대 포도원에서 생산되는 복합적이고 강건한 말벡 등 두 종류 와인들이 나오고 있지만 2015년에는 말벡이 고급 포도품종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다.

파커의 이 예측도 당초 설정한 2015년 이전에 목표 달성될(?) 공산이 큰 대목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종류의 말벡 와인들이 수입되어 와인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말벡 품종이 전해진 것은 1852년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까오르(Cahors)의 말벡과 비교할 때 아르헨티나의 말벡은 포도알이 작고 타닌이 보다 부드럽고 잘 익어 과일 flavors(풍미, 맛)가 풍성한 특징을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의 말벡이 탁월한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인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멘도사를 비롯한 와인산지의 기후와 떼루아, 특히 고지대(해발 2000미터가 넘는!)의 단일 포도원과 수령이 오랜 포도나무의 영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또한 1990년대 중반 이후 올드 월드의 유수한 와이너리들이 앞다투어 아르헨티나 와인산지에 투자하고 미셸 롤랑과 같은 저명한 와인 컨설턴트들이 새로운 명품 와인들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필자는 2004년 비니탈리(Vinitaly)에 가서 뜻밖에도 아르헨티나 최고 수준의 귀한 말벡 와인을 시음할 기회가 있었다. 가느다란 무늬만 돌출시킨 채 눈부시게 새하얀 레이블로 단장한 Bodega Noemia Malbec 2001 빈티지의 100% 말벡 와인이었다. 이 와인은 이탈리아의 유수한 브루넬로 디 몬딸치노 생산자인 아르지아노(Argiano)의 ‘아르헨티나 프로젝트’가 맺은 결실이다. 2001년 첫 빈티지의 생산량은 2000병 조금 넘는 수준인데 <디캔터>, <와인 인터내셔널> 등의 와인 전문지들이 ‘아르헨티나 최고의 말벡’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새로운 명품 와인이다.

보데가 노에미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남쪽으로 620마일 떨어진 리오 네그로 밸리(Rio Negro Valley)에 위치한 와이너리인데 특이하게도 이 자리는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지형 상으로 안데스산맥으로부터 발원하는 두 개의 강을 사이에 둔 이 곳은 사계절이 뚜렷하며 포도의 성장기 낮 평균기온이 28도, 밤 평균기온이 9도로 포도재배에 탁월한 미세기후를 갖추고 있다.

수령 72년의 오래된 말벡으로 빚어낸 보데가 노에미아 말벡은 강렬한 꽃 향과 스파이시하면서도 매우 부드러운 텍스처를 지니는 격조 높은 와인이다. 포도나무 한 그루에 한 병 정도의 와인을 생산한다고 한다. 아직 파커의 평점은 없으나 그가 예측하는 2015년의 말벡 와인이 누릴 수 있는 정상급 수준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이밖에도 현 시점에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아르헨티나의 최고급 말벡 와인들을 골라보면 다음과 같다.(* 주요 국제 와인전문지로부터 90점 이상의 평점을 받은 와인들을 소개하고자 하며 빈티지에 따라 다소 평가가 다를 수 있다. 예컨대, 2002년과 2003년은 아르헨티나 현지 와인업계로부터 대단히 우수한 빈티지로 평가받고 있다.

아래 선정된 와인들은 말벡 100% 및 말벡을 주 배합품종으로 삼은 말벡 와인들이다. 비록 말벡이 주 배합품종은 아니지만 까베르네 쏘비뇽, 메를로, 보나르다, 시라 등과 블렌딩되어 Cheval des Andes, Achaval-Ferrer Quimera, Tikal Patriota, Norton Privada, Clos de los Siete, Caro 등과 같은 뛰어난 품질의 블렌드 와인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 Achaval Ferrer Finca Altamira Malbec(* 2002년 빈티지 WS 94점)
▲ Rolland Yacochuya Malbec
▲ Finca La Florencia Malbec
▲ Cobos Malbec(* 2002년 빈티지 WS 95점)
▲ Terrazas de los Andes Gran Malbec
▲ Tikal Amorio Malbec
▲ mapema Malbec
▲ Catena Alta Malbec
▲ Jose Luis Mounier Malbec
▲ Paul Hobbs Selections Bramare Marchiori Vineyard Malbec
▲ Dolium Reserva Malbec
▲ Las Terrazas Malbec Reserve
▲ BenMarco Malbec
▲ J. & F. Lurton Chacayes Malbec
▲ Alta Vista Malbec Las Compuertas Grande Reserve
▲ Altos Las Hormigas Reserva Malbec
▲ Susana Balbo Malbec
▲ Weinert Malbec
▲ Felipe Rutini La Consulta Malbec
▲ Domingo Molina Malbec
▲ Valentin Bianchi Finca las Paredes Malbec


▲ Achaval Ferrer Finca Altamira Malbec, Cobos Malbec, Mapema Malbec

▲ Catena Alta Malbec,
▶Dolium Reserva Malbec



▶ Weinert Malbec
▲ Felipe Rutini La Consulta Malbec


▶ Domingo Molina Malbec, Valentin Bianchi Finca las Paredes Malbec


8. 캘리포니아의 센트럴 코우스트(Central Coast)가 미국 와인을 지배할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콘트라 코스타(Contra Costa)에서 밑으로는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에 이르는 센트럴 코우스트는 앞으로 나파와 소노마에 맞먹는 와인산지가 될 것이다. 미국의 어떤 와인산지도 센트럴 코우스트의 론(Rhone) 품종으로 만든 와인만큼 대단한 질적 우수성과 탁월한 잠재력을 과시하지 못했다. 산타 바바라의 서늘한 기후지역에서 부르고뉴 품종인 샤르도네와 삐노 누아르로 만든 와인들도 마찬가지다.

센트럴 코우스트는 샌프란시스코 남쪽에서 로스앤젤레스 북쪽 사이에 길게 내리 뻗은 해안가 와인산지로 Monterey, San Luis Obispo, Santa Barbara 3개의 카운티를 중심으로 수많은 와이너리들이 포진해 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Sideways’는 바로 산타 바바라 카운티의 와이너리와 풍광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미국에선 영화로 인한 와인산지 홍보효과 덕분에 산타 바바라, 특히 Santa Ynez Valley 등이 와인 투어의 새로운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와인협회(CWI)가 주최하는 대규모 와인 시음회가 2001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개최되어 아직 수입되지 않은 캘리포니아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필자도 이 시음회를 통해 파커가 예측하고자 하는 센트럴 코우스트 와인들 가운데 극히 일부나마 접할 수 있었다.

2004년 시음회에서는 센트럴 코우스트 와인산지들 가운데 비교적 오랜 역사를 지닌 Paso Robles 지역의 몇몇 와이너리들이 소개되었다. 그 중에서 규모가 큰 EOS Estate Winery는 이미 국내에 수입되고 있고 아직 수입되지 않은 와이너리로 J. Lohr의 와인들이 값 대비 품질이 좋았다. (특히 Hilltop Vineyard Cabernet Sauvignon) Justin Vineyards & Winery의 간판격 와인인 ‘아이싸설리즈’(Isosceles)도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드 와인인데 뛰어난 품질을 과시했다.

Paso Robles의 서부지역은 서늘한 기후로 시라 와인이 대단한 잠재력을 지닌 곳인데 라방뛰르(L'Aventure)에서 내놓는 100% 시라 및 시라 블렌드 와인들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Paso Robles는 조그만 와인산지이지만 왜 센트럴 코우스트가 떠오르는 곳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Paso Robles의 우수한 와인들만 갖고선 파커가 의도하고자 하는 센트럴 코우스트의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가늠하기에 역부족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센트럴 코우스트의 와인들은 파커가 예측하는 것처럼 앞으로 캘리포니아 와인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 변화의 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새롭게 출현하는 월드 클래스 수준의 센트럴 코우스트 와인들을 일일이 열거할 순 없지만 이 지역 와인 메이커들의 창조적 에너지를 상징적으로 집약시켜 표현해준다고 볼 수 있는 ‘싸이니 크웨이 난’(Sine Qua Non) 와인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한마디로 싸이니 크웨이 난은 센트럴 코우스트의 한 구석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전설적 와인메이킹의 드라마라 볼 수 있다. 다만 그 ‘전설적’인 명성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는 드라마의 일부라는 것이다.

뜻밖에도 싸이니 크웨이 난의 출범은 초라할 정도로 조용히 막이 올랐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만프레드 크란클(Manfred Krankl)은 1993년 아내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에서 해안가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벤투라(Ventura) 부근에 허름한 창고를 개조하여 와이너리를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와이너리의 이름을 ‘Sine Qua Non’(라틴어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것’, ‘필수조건’을 뜻함)으로 지었는데 정작 크란클은 와인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포도밭, 양조 컨설턴트, 최소한의 일할 직원 등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필자가 보기에는 프란클이 위대한 와인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창조적 열정’을 갖추고 있었다!)

아무튼 그는 스스로 와이너리 주인 겸 와인메이커 겸 일꾼 겸 레이블 디자이너의 역할까지 아내의 도움을 받아가며 도맡아 했다. 포도밭은 없지만 냉장용 트럭을 몰고 다니며 여기 저기서 최상의 포도를 사왔다. (*참고로 2001년에 가서야 마침내 프란클은 서늘한 기후지역인 Santa Ynez Valley에 자신의 포도밭을 갖게 된다)

유럽에서 호텔학교를 나왔을 뿐 전문적 와인 양조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 프란클이지만 로스앤젤레스에서 레스토랑과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와인에 관한 나름대로의 식견을 갖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시라로 만든 100 케이스의 첫 번째 와인이 1994년 빈티지로 세상에 태어났다. 와인의 이름은 독특하게도 ‘Queen of Spades’로 정했는데 프란클은 이후 Sine Qua Non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들의 이름을 비록 동일한 품종으로 블렌딩을 했더라도 해마다 개성 있는 표현으로 바꿔지었다.

재미있는 이름을 몇 가지 예로 든다면, Queen of Hearts(1995년), Against the Wall(1996년), Imposter McCoy(1997년), Backward & Forward(1998년), The Marauder(1999년: ‘약탈자’를 의미), Incognito(2000년: ‘익명으로’를 뜻함), Midnight Oil(2001년), Pagan Poetry(2002년) 등이다.

각각의 와인은 저마다 개성이 있는 독립된 존재로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대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프란클의 소신이었다. 그가 만든 대부분의 와인들은 레드이건 화이트 와인이건 극소량 생산되기 때문에 메일링 리스트에 의해 일반 애호가들에게 공급되고 있는데 파커의 평점이 항상 95점을 넘기 때문에 나파 밸리의 컬트 와인들처럼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2002년 빈티지로 나온 Sine Qua Non ‘Just for the Love of It’(Syrah 96% Grenache 2% Viognier 2%)은 파커로부터 “내가 맛본 캘리포니아 시라 가운데 가장 위대한 와인”이란 시음평과 함께 100점을 받았다. Sine Qua Non의 와인들은 와인 이름과 레이블 디자인 그리고 와인 자체의 품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독창성과 개성이 뛰어난 ‘작품’에 가깝다.

만프레드 프란클이라는 한 와인메이커의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창조적 장인정신이 빚어낸 감동적 드라마라 하겠다. 파커가 센트럴 코우스트 와인의 미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도 프란클과 같이 창의적 비전을 지닌 수많은 와인 메이커들이 부지런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와인평론가 이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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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와인산업과 와인문화의 회고와 전망]
1. 와인산업의 눈부신 변화와 발전 (회고)
2. 와인의 유통혁명과 와인 웹 사이트의 발전(전망)
3. 프랑스 와인산업의 위기와 코르크 마개의 퇴출
4. 스페인 와인의 부상
5. 말벡 품종의 품질 상승과 미국와인 생산지역의 변화
6. 떠오르는 와인산지 이탈리아 남부
7. 품질대비 가치있는 와인 선택과 와인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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