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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는 와인 양조과정을 공부할 때 한 번쯤 맞닥뜨리게 되는 양조기술 관련 용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리 (Les lies) : 혹은 ‘쉬르 리’(Sur lie)라고 하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와인은 쉬르 리 기간을 11개월 간 거쳤습니다.’ 라고 써 있는 백 레이블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리’란 와인 발효 과정의 막바지를 촉진시키는 다양한 물질이 엉겨있는 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층에는 포도즙을 와인으로 변형시키고 남은 죽은 효모 세포들도 있고, 포도 과육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포도 껍질이 발견되기도 하죠. 일반적으로 ‘쉬르 리’ 기간을 말하면, 와인이 효모층과 접촉해 있는 기간을 뜻합니다.

이 죽은 효모들은 와인의 다른 요소들과 반응하여 와인의 복합적인 맛을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때때로 와인 생산자가 와인의 복합적인 맛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리를 와인에 섞어 주기도 합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쉬르 리 기간이 길어지면 와인의 맛이 더욱 깊어지는 대신 과일향은 약하게나마 감소됩니다.

유산 발효 (Malolactic Fermentation, Fermentation Mlolactique) : 유산 발효란 2차 발효라고도 불립니다. 이 과정을 거친 와인은 좀 더 부드럽고 산도가 상대적으로 세지 않은 맛을 지니게 되죠. 이 2차 발효 과정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일어나게 되지만 와인 양조자가 의도적으로 제지할 수 도 있습니다.

레드 와인은 거의 대부분 2차 발효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는 와인 양조자가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2차 발효 과정을 생략할지 여부가 결정됩니다. 리슬링처럼 과일향이 풍부하고 신선하면서도 드라이한 맛의 캐릭터를 갖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는 2차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2차 발효과정을 거치고 나면 화이트 와인의 맛에서 묵직함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pH : “이 와인의 pH 농도는 3,4 입니다.” 라는 백 레이블의 설명을 읽었다면 이 경우의 pH 농도는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 화학시간에 배웠던 수소이온농도 pH 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여성분 들이 쓰는 화장품에도 보면 ‘건성용 피부를 위한 이 제품은 균형 잡힌 pH 농도를 갖고 있습니다.’ 라고 써있는 것처럼 말이죠. 와인과 관련해서 알아두면 좋은 사실은 pH 농도가 낮을수록 와인의 산도가 더 높다는 사실입니다.

여과 (Filtering, filtrage) : 대부분의 와인은 와인 숙성 기간 마지막 즈음, 병입 되기 전에 여과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와인을 정화시키게 되는 거죠.

다시 말하면, 이 때 와인에 남아 있던 모든 침전 물질을 제거하고, 잔여 효모나 박테리아 그 외 미세 물질들을 없앰으로써 이 모든 것들이 와인과 함께 병 속에 들어가 와인을 계속 발효시키게 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처럼 여과 과정을 거침으로써 와인 고유의 맛을 잃는다는 이유로 와인의 여과를 반대하기도 합니다.

블렌딩 (blending, assemblage) : 블렌딩이란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여러 와인을 함께 섞는 것을 말합니다. 포도 품종이 섞이는 경우 뿐 아니라, 서로 다른 통에 담아 두었던 같은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을 섞을 때에도 와인을 블렌딩 했다고 표현합니다. 이 경우에는 병입 전에 균일한 상태의 와인을 만들어 병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요.

와인을 블렌딩 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샤르도네 품종같이 가격이 높은 와인을 다른 블렌딩 가능한 와인과 섞음으로써 와인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인데, 주로 미국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상호보완적 성격이 있는 포도 품종의 와인을 섞음으로써 와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리오하 레드 와인이나 보르도 레드 와인, 샤또뇌프 뒤 파프, 샹파뉴 지방의 와인들은 전통적인 유럽 와인들로 블렌딩 된 와인들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포도 품종을 바탕으로 블렌딩되어 형언할 수 없는 복합적인 맛과 향을 내고 있습니다.

어떠세요?

와인 용어라는 것이 체계적으로 한국어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보니 대부분 영어를 그대로 차용해서 쓰는 경우도 있고, 혹은 번역된 한국어가 서로 다른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한국어로 바꾸어 놓기가 참 애매해서 그대로 외국어를 쓸 수밖에 없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이렇게 하나씩 정리해서 알아두고 그 정보를 함께 공유하다 보면 언젠가는 적절한 한국어로 와인을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겠지요? 그것이 와인을 사랑하고 공부하는 여러분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그런 날이 오게 될 때까지 모두 파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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