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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지난 번에 와인을 묘사하려면 국어 공부를 해야 하고, 머리도 써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 기억나시나요 ? 오늘은 이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 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와인을 말할 때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은 아무래도 ‘업계 전문 용어’ 일 겁니다. 어떤 분야든 전문 용어는 다 어렵겠지만 와인 전문 용어들이 특히 낯선 이유는 와인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면 그 어느 분야에서도 쓰지 않는 단어들 때문일 겁니다.

예를 들어 오늘 저녁에 친구들을 불러 간단하게 저녁을 먹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죠. 주 메뉴는 찜닭이라고 할까요 ? 그러면 그 때부터 여러분은 인터넷의 와인 사이트에서 ‘찜닭과 어울리는 와인’ 으로 정보를 찾고, 그 부분을 인쇄해서 와인샵이나 주류할인매장에 가실 겁니다.

각 와인의 백레이블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와인 전문 용어들이 줄줄이 적혀 있을 거고, 급기야 지쳐버린 여러분은 ‘아~ 와인은 무슨 와인! 소주로 가자구~ 요즘 종류도 많던데’ 이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와인 용어는 왜 이리 어려운 걸까요? 간단합니다. 와인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물품(?)이거든요. 우선 와인은 음료입니다. 맛있게 마실 수 있으면 되는 음료, 그게 와인입니다. 그러나 와인은 그 자체로 예술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공부하고 또 분석하죠. 이 두 번째 정의 때문에 와인과 관련된 수많은 어휘들이 만들어 진 것입니다.

와인 전문 용어는 포도재배와 와인양조, 크게 두 가지 분야의 용어들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이는 와인을 생산하는 과정의 분류와 일치되기도 하죠. 어떤 경우에는 포도재배와 와인양조 둘 다 한 기업에서 도맡아 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와인 병에 ‘Mis en bouteilles au domaine’ 이라고 적히게 됩니다.

그 외의 모든 경우에는 포도재배와 와인양조 작업이 독립된 형태로 진행됩니다. 품질을 인정 받은 와인 생산자들은 대부분 수많은 독립 포도 재배자들과 계약을 맺고 포도를 공급 받습니다. 이때 포도 재배자들은 와인을 생산하는데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소비자(와인생산업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상 품질의 포도를 재배하는데만 관심을 갖죠. 적정선에서 가격을 책정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입니다.


[ 포도재배와 와인양조 ]

그럼 대충은 알아둬야 할 와인 용어들을 알아볼까요 ?

[포도재배]
포도 재배 분야의 전문 용어는 아무래도 와인 양조와 관련된 용어에 비해서는 그 수가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레이블이나 와인관련 책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포도 재배와 관련된 어휘들이죠.

적은 수확량 (low yields, faible rendement)

≪이 와인은 수확량이 적은 포도밭에서 재배된 포도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만약에 와인 레이블에서 이런 문구를 보셨다면, '아~ 이 와인은 향과 맛이 농축되어 있겠군.'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한 포도 나무에 포도알이 많이 달리면 달릴수록 - 즉, 수확량이 많으면 많을 수록- 와인의 맛은 집중도나 농축성이 떨어지게 되고, 와인의 질 역시 낮아질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최대 포도 수확량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미국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떠한 법적 제재도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웬만한 경우에는 모두 ‘수확량이 적다’고 표기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써도 소비자로서는 알아낼 방법이 없으니 곤란하네요, 그거 참..

숙성도 (ripeness, maturité)

[ 포도재배와 와인양조 ]

포도가 완벽하게 숙성했을 때, 그 시기를 잘 포착하여 포도를 수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완벽하게 숙성된 포도는 '초록색일 때와 너무 익었을 때의 사이' 시기에 있음을 뜻하는데, 이것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일이거든요.

추운 기후 지역에서는 포도가 완벽하게 숙성하는 경우를 보기가 힘이 듭니다. 더운 기후 지역에서는 반대로 포도가 너무 잘 숙성되는 것이 문제지요


이 때는 포도가 급속도로 숙성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익기는 익었는데, 맛은 모자란 포도가 되기 쉽거든요. 어떤 경우에는 포도의 산도(acidity, acidite)를 살리기 위해 포도가 숙성되기 전에 미리 수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완벽한 숙성도’의 포도란 매우 주관적이라는 말, 이해하시겠지요 ?

국지기후 (microclimate, microclimat)

[ 일조량, 강수량.. 구역마다 다른 국지기후 ]

≪우리 포도원은 매해 국지기후의 영향을 받아 훌륭한 품질의 포도 혹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국지기후란 무엇일까요 ?
각 포도원이 위치한 지역은 일조량, 강수량, 풍량, 습도 등의 조건을 포함하는 국지 기후의 영향을 받습니다. 즉 특정 지역의 일반적인 기후와는 또 다른 한정된 구역 내의 기후 변화를 겪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경사가 진 포도밭의 옆구리 부분의 기후가 포도밭 전체의 일반적 기후와는 국지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일 때, 이를 두고 포도원이 국지기후의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와인양조와 관련된 어휘를 알아보도록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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