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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 이런 생각을 해 낸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 "

기발한 광고든, 감탄사가 나오는 소설이든, 뭔가 머리를 치는 듯한 것을 접하게 되면 다들 이런 질문 한 번쯤은 던져 보셨을 겁니다. 와인도 예외일 순 없죠. 그런데, 와인의 첫 발명( ? 혹은 발견)자를 인간으로 명명하기에 와인은 너무나 위대했나 봅니다. 그 기원을 물어물어 찾아 올라가다 보니, 올림푸스 신전까지 가게 됐거든요 !

& 목이 타니 넥타르를 마십시다 ~ - 올림푸스의 한 神

올림포스 신전에서 신들이 마시는 음료는 넥타르였습니다. '넥타'는 원래 식물이 분비하는 꿀이나 감미로운 음료를 뜻하는 말이죠. 따라서 신들의 음료 '넥타르'란 과일로 만든 음료를 말하는 것입니다.

사과·복숭아·배 등을 갈아 채로 걸러 얻어지는 죽 상태의 액체 즙을 원료로 하고, 여기에 설탕을 넣어 당(糖)을 조절하고, 물을 섞어 마시기 쉽게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요, 후대 사람들은 넥타르가 달콤한 적포도주 맛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과일로 만든 음료는 발효해서 맛이 사라지는데 비해 포도주는 시간이 흐를수록 향기를 더하기 때문이지요. 올림포스 신들에게 넥타르를 따라주는 일은 '헤바'의 담당이었다고 합니다. '청춘의 아름다움'이란 뜻을 가진 이름의 헤바는 제우스와 헤라의 딸이죠. 신들이 이 '적포도주맛이 나는' 넥타르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디오니소스 역시 항상 이 넥타르 향연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답니다.

상큼하고 매력적인 와인. 배, 꿀, 초록 레몬향이 한 데 어우러져 있으며, 적당한 산도가 식욕을 돋군다.

& 디오니소스 님,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 중 와인만큼 위대한 가치를 지닌 것은 없다 "

일찍이 플라톤은 이 말을 남겼답니다. 그 옛날 와인의 마력에 빠져버린 이 위대한 철학자는 이런 말로 신을, 그리고 와인을 찬양했지요. 어쩌면 플라톤은 와인의 매력에 푹 빠지고, 그 향과 맛에 거나하게 취해 '신이시여, 당신과 나는 술친구입니다~ !' 라고 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

솔직히 사람들이 언제부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구약성경에 의하면 노아가 대홍수 후에 아라라트산에 정착하여 첫 농사를 지은 다음 포도주를 담가 마시고 대취했다고 하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 이전부터 이미 포도 재배와 와인 제조가 보편화되어 있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 정설입니다.

포도의 원산지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소아시아 지역이라는 식물학자들의 주장도 신화나 전설 - 디오니소스가 그리스의 이카리오스에게 포도 나무를 전해준 - 과 대체로 일치하기도 하구요.

신화에 따르자면, 우리에게 와인을 내려 주신 '칭찬 받아 마땅한' 신의 이름은 디오니소스 (Dionysos) 입니다.

여러분이 흔히 알고 계시는 바쿠스 (Bacchus) 는 후대의 명칭이라고 하죠. 디오니소스는 어머니가 그를 임신한 지 6개월째에 죽자 제우스 대신의 허벅다리에 옮겨져 거기서 세상 빛을 보았는데 요정들의 양육과 뮤즈들, 사튀로스들, 늙은 실레노스들의 교육을 받으며 토라키아 지방의 뉘사산에서 자랐답니다. 디오니소스는 이 뉘사산의 숲을 돌아다니다 처음으로 포도를 발견하고 와인을 만들어 냈다고 해요.

[금박 디오니소스]

하루는 그가 그리스로 돌아왔는데, 이카리오스란 사람이 특히 디오니소스를 환대했고, 이에 감동한 디오니소스는 그에게 선물로 포도나무를 주고 와인 담그는 법 역시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카리오스는 이 포도나무를 심고, 디오니소스가 가르쳐 준 그대로의 방법을 따라서 와인을 만들었죠.


이 " 신비의 음료수 "에 경탄한 이카리오스는 이것을 근처의 목동들에게 나누어 주었답니다.

음료의 향은 곧 목동들을 홀렸고, 머지않아 이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술이 깨고 난 목동들은 이카리오스가 자신들에게 독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하여 홀렸다며, 그의 사지를 절단하여 죽입니다. 이카리오스의 딸 역시 목을 매 자살하고 말죠. 이는 와인을 인간 세상에 전파하고 죽어간 첫 '와인 순교자'의 이야기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또한, 신화에 따르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디오니소스의 모습은 최초로 인간세계에 드러낸 현신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리스의 아티카주 - 이카리오스의 출신지 - 에서는 '디오니소스 小祭' 라 하여 12월에는 신에게 와인을 바치는 '포도주제'를, 2월말 경에는 지난해에 담근 술을 처음 맛보는 꽃놀이 축제를 열어 사흘 동안 노래와 춤을 추며 즐기는 행사가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가볼 만 하겠지요 ? 혹시 모르죠, 디오니소스가 몰래 인간 모습으로 내려와서 같이 즐기고 있을 지도요 !

& Dionysos Mereni

몰도바 (Moldova)의 정식 명칭은 몰도바 공화국, 동유럽, 위도 47도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부르고뉴의 위도이기도 합니다.)
서쪽으로는 루마니아, 동·북·남쪽으로는 우크라이나와 접하고 있는 구소련 공화국에 속했던 나라지요.

몰도바는 대륙성 기후로 흑해의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짧고 온화한 겨울과 길고 무더운 여름이 번갈아 온다고 합니다. 습한 겨울과 건조한 여름을 동시에 갖는 가장 이상적인 기후라고 하네요.

1999년 말 몰도바의 포도원 총 면적은 162,000 ha 였습니다. 이 중, 110,000 ha에 해당하는 면적이 와인 재배용 포도를 만드는 데 할당되었죠. 총 127개의 와이너리들이 약 120만 헥토리터에 달하는 와인을 매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특성상, 대부분이 러시아로 수출되고, 그 외에 미국이나 독일, 노르웨이, 폴란드 등으로 소량 수출된다고 하네요.

이 나라에는 Dionysos Mereni 라는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저희에게 생소한 이 나라에도 (저만 그런가요 ? ^^ ) 와인은 그 뿌리를 내리고 내려, 와인 애호가들의 대부, 디오니소스의 이름을 와이너리에 차용하고 있네요.

특히, Dionysos Mereni 의 Carlevana 라인은 국제적으로도 수상 경력이 화려합니다. 샤르도네, 까베르네 소비뇽 같은 잘 알려진 품종 외에도, Feteasca 라는 지역 포도 품종을 사용하여 블렌딩한 와인도 있습니다.


[Feteasca]

어깨가 똑똑 떨어지는 병들이 꼭 똑바로 차렷하고 있는 러시아 병정들 같습니다. ^^........ 피노 누와 같은 경우는 부르고뉴 병 스타일이네요.


왼쪽에서 5번째 병이 페테아스카입니다.


디오니소스를 찾다가 몰도바까지 가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갑자기 몰도바는 어떤 나라일지,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지 참 궁금하고, 갑자기 애정이 생기는 것이 와인의 힘이란 참 놀라운 것입니다.

언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몰도바까진 가게 되지 못 하더라도 Dionysos Mereni 의 와인을 꼭 맛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몰도바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드네요.

여러분은 와인을 이야기하다가 무엇을 발견하셨습니까.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와인과 함께 한다는 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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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n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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