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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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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토 주에는 “베네치아에 가면 와인을 마셔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에는 베네치아 해를 통과한 상수도관에서 나오는 식수보다는 육지를 건너온 와인에 더 믿음이 간다는 저의가 깔려있다. 실핏줄처럼 연결된 운하를 날렵한 솜씨로 곤돌라를 모는 곤돌리에레(gondoliere)와 사육제로 유명한 베네치아는 갯벌 위에 지어진 인공섬이라 와인용 포도재배는 상상할 수 없다. 허나1 년 중 축제가 없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은 이곳에서 소비되는 와인의 양을 가늠하는 건 식은죽 먹기이다.
 
주변의 천체물질을 엄청난 힘으로 끌어들이는 블랙홀처럼, 베네치아 전성기에는 대량의 와인이 베네치아 운하를 따라 쇄도했다. 베네치아 상인들은 지중해 연안 나라들의 와인을 대량으로 본국으로 보냈는데, 15세기 즈음에는 섬 주위의 반경 50km 내에서 생산된 와인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이 와인은 십여 종류이며 현재 원산지명칭(DOC) 제도의 등록 및 보호를 받고 있고 베네토 주의 대표적인 와인으로 꼽힌다.
 
이 와인 중에는 코넬리아노(Conegliano)에서 생산된 것도 있었는데 베네치아인들이 특별히 아꼈다. 베네치아 상인들은 이곳 와인을 베네치아 귀족들의 와인창고로 보냈으며 안정적인 양을 확보할 목적으로 코넬리아노 와인을 중부유럽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베네치아 수출용 와인 이외에는 높은 세금과 관세를 부과한 것은 이러한 제재의 일환이었다. 또한 코넬리아노 자치정부가 베네치아 공화국에 사신을 보내 이에 항의했다는 내용이 1544년에 작성된 문서에 남아있다.
 
베네치아 상인들이 독점하려 했던 코넬리아 와인에 대해서 알아보자. 코넬리아노 중심가는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건물을 그대로 압축해 옮겨놓은 것과 흡사해 ‘작은 베네치아’로 알려졌다. 그라빠 산이 지척이며 그 북쪽에는 만년설의 돌로미티가 버티고 있는 이곳은 여름의 폭염과 습기에서 탈출하고 싶은 베네치아 귀족들의 여름 휴양지로 적합했다.
 
‘작은 베네치아’에서는 프로세코의 전신인 글레라 포도로 와인이 생산되고 있었으며 귀족들은 이 와인을 마시면서 피서를 즐겼다. 이들이 마시던 와인은, 프랑스 발루아 가문의 왕에 추앙되기 위해 파리로 여행 중이었던 폴란드의 왕 앙리3세가 잠시 여기에 머물렀을 때 넵튠 분수가 뿜어내던 환영의 와인이기도 했다.
 
오늘날 코넬리아노 와인의 역사는 ‘코넬리아노 발도비아데네 프로세코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이하 ‘코넬-발도 프로세코’)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긴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프로세코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은 베네토 주 동북쪽에 위치한 5개 군(Belluno, Padova, Treviso, Venezia, Vicenza)과 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주의 4개 군(Gorizia, Pordenone, Trieste, Udine)으로, 단일 와인 생산지로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포도밭 면적 19,700헥타르). 연간 와인생산량은 2억 5천만 병에 달하는데, 프로세코 와인이 선풍적인 인기에 휩쓸려 개성을 잃어가는 것을 목격한 코넬리아노와 발도비아데네의 와인생산자들은 지역의 특색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2009년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 DOCG 와인의 탄생으로 결실을 맺게 되는데, 프로세코의 클라시코(Classico)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잃어버린 지역성을 되찾는 대신 레이블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와인 이름이 길어지긴 했지만, 코넬-발도 프로세코 생산지역은 코넬리아노와 발도비아데네를 포함한 인근의 13군데 마을을 아우르는 총 6100 헥타르로 좁혀졌다. 또한 포도생산량은 헥타르당 13,500kg, 와인생산량은 수확한 포도100kg당 최대 70리터, 알코올 농도는 최소 11도, 산도는 최소 5g/L, 불휘발성 성분 함량은 14g/L으로 규정하고 있어 연간생산량이 일반 프로세코의 24.5%에 불과한 6천 백만 병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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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발도비아데네 마을 (http://proseccostyle.blogspot.it)
 
 
한편, 무조건 스파클링 와인일거라고 생각하고 프로세코 와인을 구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예방 차원에서 코넬-발도 프로세코 와인의 종류를 알아두자: 프로세코 와인의 종류는 탄산가스의 유무와 기압에 따라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 Frizzante,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 Spumante Superiore로 나뉜다.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가니 그 뒤에 따라오는 단어(Frizzante, Spumante Superiore)로 구별한다.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 Frizzante: 2.5기압의 탄산가스를 지닌 약발포성 와인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 Spumante Superiore: 6기압의 탄산가스와 상큼한 과실 향을 지닌 발포성 와인 (레이블에는 Spumante를 빼고 Superiore라고만 적는데, 코넬-발도 프로세코 중 최고(Superiore)이기 때문에 굳이 표기하지 않는 것이다).
 
코넬-발도 프로세코는 식전주로 좋고 맛이 강하지 않은 코스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Brut, Extra Dry, Dry의 세 가지 맛으로 나뉘며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Brut (1~12g/L의 잔당을 지님)은 감귤 향, 야채 향, 살짝 구운 빵 냄새가 나며 산미가 적당해 해산물, 야채 요리, 엷은 색 소스의 파스타나 고기요리와 그만이다. Extra dry(12~17g/L의 잔당 )는 가늘고 지속적인 탄산가스, 달콤한 사과, 서양배, 레몬 향을 숨기지 않는다. Dry(17~32g/L의 잔당)의 경우 프로세코 중 가장 차갑게(6도) 마시며, 짠맛과 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어 디저트 또는 매운 음식과 함께 즐기기 좋다.
 
발도비아데네 .jpg
 
요즘 이탈리아 프리미엄 와인의 레이블에는 종종 포도밭 이름이 기재된다. Conegliano Valdobbiadene 프로세코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지역을 세분화하고 있는데, Conegliano와 Valdobbiadene의 15군데 마을에 소재하는 포도밭 중 가장 뛰어난 1400여 헥타르를 골라 리베(RIVE)와 카르티제(CARTIZZE)로 나눈다.
 
‘가파른 언덕’이란 뜻의 리베는 43개의 포도밭 이름의 집합이다(포도밭 이름은 본문 마지막 참고). 리베 프로세코는 포도밭 이름과 수확연도를 표기해야 하는 밀레심 Superiore(스푸만테)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포도밭 이름이 ‘Ogliano’이면 레이블에는 다음의 순서로 표기된다: 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 Superiore Rive Ogliano Milesimato 생산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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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dobbiadene의 Rive 중에는, 경사가 심해서 농부 한 명이 연간 800시간의 밭일을 해야 우수한 포도를 얻을 수 있는 카르티제 언덕이 있다. San Pietro di Barbozza와 Santo Stefano 그리고 Saccol마을의 106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이 그곳인데, 별 모양을 닮아 ‘Rive의 스타’라고 불린다. 이곳의 코넬-발도 프로세코는 Superiore di Cartizze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지며 그 드라이한 맛은 정평이 나있다.
 
106헥타르의 포도밭은 백여 명이 분할 소유하는데 밭주인 당 1헥타르를 갖는 셈이다. 헥타르 당 인구밀도가 높은 것은 부친의 땅을 자녀 수대로 분할 상속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밭주인이 자기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경우는 드물고 재배한 포도를 병입 시설을 갖춘 코넬-발도 프로세코 생산자에게 납품한다.
 
필자가 2월에'작은 베네치아’를 방문했을 무렵 이곳은 “코넬리아노 발도비아데네를 유네스코로!” 라는 구호로 활기가 넘쳤다. Conegliano Valdobbiadene, Rive, Cartizze로 프로세코 와인의 차별화 및 고품질을 이룬 뒤 이곳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연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다. 이 계획의 추진은 코넬리아노가 2016년'유럽 와인 도시’로 선정됨으로 가속화됐다.
 
5세기 전 베네치아 귀족들은 경치가 뛰어난 곳에 별장을 지었는데 그 수가 200 군데를 넘는다. 별장을 연결한 길이가 120km 정도인데 코넬-발도 프로세코 와인이 생산되는 마을의 거리와 일치하므로 ‘프로세코 길(Strad del Prosecco)’로도 알려져 있다.
 
아마도 귀족들은, 태양의 동선을 따라 열을 이룬 지라포조(girapoggio) 포도나무가 마차의 창문으로 스쳐가는 것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을 것이다. 마차는 옛이야기니, 친궤첸토 미니 차를 몰고 베네치아인들이 지나다니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보자. 가다가 Rive, Cartizze의 푯말이 걸린 마을 입구가 보이면 프로세코 시음을 핑계 삼아 잠시 쉬었다 가자.
 
 
※ Rive다음에 오는 포도밭 이름: Cison di Valmarino, Colle Umberto, Farra di Soligo, Follina, Miane, Pieve di Soligo, Refrontolo, San Pietro di Feletto, San Vendemiano, Susegana, Tarzo, Vidor, Arfanta, Bagnolo, Barbisano, Bigolino, Campea, Carpesica, Col San Martino, Colbertaldo, Colfosco, Collalto, Combai, Corbanese, Cozzuolo, Farro’, Formeniga, Guia, Manzana, Ogliano, Premaor, Resera, Rolle, Rua, San Giovanni, San Michele, San Pietro di Barbozza, San Vito, Santa Maria,Santo Stefano, Scomigo, Solighetto, Sol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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