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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론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 '폴 자불레’가 최상급 와인 라 샤펠(La Chappelle)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폴 자불레는 론 지역의 기본급 와인에서부터 최상급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28 종의 와인을 생산하는 론을 대표하는 와이너리이다.
 
폴 자불레는 1834년 자불레 가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2005년, 보르도에서 와인을 만들던 프레이 가문이 이를 인수했다. 프레이 가문은 폴 자불레를 인수한 이래로 품질 혁신에 대한 노력과 과감한 시설투자로 2009년부터 2012년 빈티지까지 모두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95점~97점에 이르는 고득점을 획득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프레이 가문은 포도원에서부터 양조 시설까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폴 자불레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유기농법으로 포도밭을 가꾸기 시작했으며 포도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중력 이동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대적인 양조 기술을 도입하여 제품의 고급화에 집중하는 등 와인의 품질 향상을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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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자불레가 만드는 와인 중에서도 최고의 와인으로 손꼽히는 에르미타주 라 샤펠(이하, 라 샤펠)은 18세기 토머스 제퍼슨(미국의 정치가이자 3대 대통령)이 최고의 와인으로 칭송한 바 있으며 19세기에는 샤토 라피트나 오브리옹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등 오랜 시간 그 우수성을 인정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력한 와인전문지 Wine Spectator가 선정한 “20세기를 대표하는 와인 12선”에 라 샤펠 1961 빈티지 와인이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크리스티 경매 역사상 최고가 와인 Top 3를 기록하며 로마네 콩티나 페트뤼스의 명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와인으로 자리잡았다.
 
라 샤펠의 1997년부터 2010년까지, 약 18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진행된 5가지 빈티지의 버티컬 테이스팅은 라 샤펠의 뛰어난 품질은 물론 폴 자불레, 나아가 론 지역 와인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40~60년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은 평균 15~25년의 숙성잠재력을 지니는 것으로 평가 받는데, 18년의 시간 차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특성을 충분히 담고 있었으며 다양한 풍미와 복합미, 뛰어난 균형과 산도를 자랑하며 모든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또한 폴 자불레를 운영해오던 자불레 가문에서 빚은 와인과 프레이 가문이 인수한 뒤 선보인 와인을 비교해볼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는데, 단 하나의 빈티지로 양조 스타일의 변화나 품질의 변화를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라 샤펠이 가지고 있는 에르미타주의 정통성이나 품질 면에서 일관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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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와인이 로버트 파커(RP) 또는 Wine Spectator(WS)로부터 획득한 점수와 함께 간략한 시음노트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997 (RP 93점) – 수확이 늦게 진행되었던 해로 과일향은 물론 후추, 초콜릿, 버섯, 나무향 등 다양한 풍미가 일품이며 균형감이 탁월하다.
 
2001 (WS 97점, RP 90~92점) – 서늘한 여름 날씨로 인해 포도가 잘 익지 않는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그 어떤 해보다 포도 선별 작업을 엄격히 실시했으며, 덕분에 뛰어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03 (WS 96점, RP 95점) – 기록적인 더위로 1947년 이래 가장 이른 수확을 진행했던 해로, 와인의 농축미가 돋보이며 과일향을 필두로 한 복합적인 풍미, 균형미가 돋보인다.
 
2005 (WS 93점, RP 88점) – 매우 건조한 해에 생산된 이 와인은 진한 과실향과 바이올렛 향을 드러내며 시라 품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2010 (WS 94점, RP 92~95점) – 원만했던 날씨 덕분에 와인은 신선한고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과일, 향신료, 가죽 등의 복합적인 향이 돋보인다. 30년 이상 숙성이 가능한 와인이다.
 
 
오늘날 론 지역은 프랑스에서도 개성 넘치는 다양한 품종으로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거 오랜 기간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그늘에 가려 제 빛을 발하지 못한 곳이기도 하다. 이 지역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20~30년 사이로, 독특한 블렌딩과 품질, 뛰어난 숙성 잠재력이 재조명 되면서부터다.
 
사실, 론 지역 와인의 우수성은 18세기 보르도의 전통적인 블렌딩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18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수의 보르도 와인생산자들은 종종 그들의 와인에 론 지역의 와인을 섞곤 했다. 이는 보르도 와인의 색과 구조감을 강화하기 위함이었으며, 특히 기후가 서늘한 해에는 더 많은 양의 론 와인을 섞었다. 19세기 보르도의 와인 상인 나다니엘 존슨의 말을 빌리면 “1795년산 에르미타주를 섞어 만든 샤토 라피트 와인은 그 어떤 해의 와인보다도 뛰어났으며” 이는 곧 론 와인이 보르도 와인의 품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암시한다.
 
한편, 프랑스에 원산지통제명칭(AOC)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보르도 지역 와인에 론 지역 와인을 섞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이런 전통은 사라지게 되었는데, 최근 보르도의 한 그랑크뤼 샤토가 옛 방식을 재현한 와인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샤토 팔머가 바로 그곳인데, 2004년부터 “XIX CENTURY WINE (19세기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북부 론의 시라 품종을 블렌딩한 와인을 만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정 해에만 생산되는 이 와인은 규정상 빈티지를 라벨에 기재하지 못하며, 대신 LOT 넘버를 20.04, 20.06 등으로 표기하여 이 와인이 생산된 해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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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 가문이 보르도에 소유한 그랑크뤼 3등급 샤토 라라귄(위 사진) 역시 최근 보르도-론 블렌딩 와인인 “에비던스(Evidence)”를 선보였는데, 샤토 라라귄의 와인메이커이자 프레이 가문의 2세대인 캐롤린 프레이에 의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그녀가 샤토 라라귄과 폴 자불레를 매주 왔다갔다하며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보르도와 론 지역의 두 와이너리가 함께 시너지를 내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며 탄생한 “에비던스”는, 프레이 가문이 인수한 폴 자불레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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