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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는 나파 밸리를 세계 정상급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산지로 우뚝 세워놓은 인물로, 생전에 캘리포니아를 세계 와인 지도에 그려 넣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리고 2004년, 거대 와인 기업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이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인수할 때까지 로버트 몬다비는 두 아들, 팀 그리고 마이클과 함께 세계적인 와인을 만드는 꿈을 성취해 나갔다.

두 아들 중 젊었을 때부터 와인 양조에 소질을 보인 팀 몬다비는 30년이 넘게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커로 활약했으며, 세계 유수의 와인 명가와 손잡고 오퍼스 원(Opus One), 세냐(Sena), 루체(Luce) 같은 걸작이 탄생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이런 점에서 팀 몬다비는, 로버트 몬다비와 함께 몬다비 가문이 그간 쌓아 올린 공적의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다(위 사진은, 로버트와 팀 몬다비).

불행하게도,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컨스텔레이션으로 넘어갔고 몬다비 가문의 구성원은 각자의 몫을 가지고 와이너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인수 금액은 약 13억 달러로 추정).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년 뒤, 팀 몬다비가 로버트 몬다비(당시 91세)와 함께 새로운 와인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으니, ‘컨티뉴엄’이 그것이다. 이 때 Continuum은 ‘계승’ 또는 ‘연속’을 의미한다.


위기에서 탄생한 또다른 몬다비 와인, CONTIN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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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렇게 깊이 상심한 걸 본 적이 없어요. 특히 아버지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망망대해 한가운데 홀로 떠있는 배처럼 허탈해 보였습니다.”

팀 몬다비의 아들 카를로는,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떠날 당시 두 사람(로버트와 팀 몬다비)의 모습을 이렇게 회상한다(Wine Spectator, 11. 2011). 팀 몬다비가 끌어안아야 했던 삶의 무게가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2005년에 첫 빈티지 컨티뉴엄 와인을 내놓으면서, 팀과 로버트 몬다비는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 또 다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임을 세상에 알렸다. 위기를 성공으로 변화시키는 몬다비의 DNA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1966년, 가족이 함께 경영하던 찰스 크룩 와이너리에서 떠밀려 나온 후 자기 이름을 딴 와이너리를 설립하여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낸 로버트 몬다비를 떠올려 보라.

한편, 2005년과 2006년 빈티지 컨티뉴엄의 경우 토 칼론 포도원(To Kalon Vineyard)에서 구입한 포도로 만들어졌는데, 나파 밸리의 심장부인 오크빌(Oakville)의 토 칼론 포도원은 로버트 몬다비와 바론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의 합작품인 오퍼스 원(Opus One)이 탄생한 곳이다. 이후 2007년부터는 서쪽으로 오크빌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자리한 프리차드 힐(Pritchard Hill)에서 재배한 포도의 블렌딩 비율이 차츰 높아졌으며, 2012년부터는 이곳에서 재배한 포도로만 컨티뉴엄 와인을 만든다.


고급 와인의 성배聖杯, 프리차드 힐

“컨티뉴엄은 오퍼스 원(Opus One)과 닮은 와인입니다. 다만 규모에서 다를 뿐이죠. 오퍼스 원을 규모가 큰 보르도의 1등급 와인에 견준다면, 컨티뉴엄은 규모가 작은 보르도의 1등급 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 Wine Spectator, Feb, 2008

고급 와인 산지로서 프리차드 힐이 지닌 잠재력은, 과거 로버트 몬다비 신화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던 토 칼론 포도원(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이 포도원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의 그것과 맞먹는다. 2008년에 팀 몬다비는 마침내 프리차드 힐의 포도원 두 곳을 인수하였고, 지금은 이곳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포도로 연간 3천 케이스의 와인을 생산한다. 이중 국내에 수입되는 양은 1백 병 안팎이다(소비자가격은 50만원).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컨티뉴엄은 빠른 속도로 “나파 밸리 최고의 보르도 블렌딩 와인”으로 자리잡아 왔는데, 이러한 성공에는 “프리차드 힐이라는 최고의 포도재배지,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와 함께 했던 30여 년의 와인 양조 경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시절부터 오랜 시간 함께 일해 온 동료들”이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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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1933년부터 지금까지 몬다비 가문의 와인 생산 이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다. 2005년에 설립된 컨티뉴엄 와이너리는, 나파 밸리의 동쪽 경사면에 위치한 프리차드 힐에 자리잡고 있다. 계곡을 내려다 보는 높은 고도에 자리한 이곳은 몬다비 가문이 소유했던 포도원에서 그리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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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나파 밸리의 바닥(河狀)으로부터 해발 500미터 높이에 위치한 프리차드 힐은 토양이나 기후 면에서 나파 밸리의 평지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는 사실이다. 예들 들면, 골짜기의 평평한 바닥에 위치한 포도밭의 경우 일교차가 크며 토양층이 깊고 비옥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품질이 좋기도 하지만 생산량도 많은 편이다.

반면, 프리차드 힐은 봄에 내리는 서리로부터 안전하고 남향의 미풍 덕분에 기후가 온화하다. 그러나 토양층이 얕고 (위 사진처럼, 곳곳에 형성된 SUV 사이즈의 거대한 암석들을 치우느라) 포도밭을 형성하는데 드는 비용은 다른 곳의 두 배 정도 되는데다, 수확량도 기껏해야 에이커 당 1~2톤에 불과하다. 카베르네 품종을 재배하기에 적격인 화산성 토양임에도 불구하고 프리차드 힐의 명성이 최근에 와서야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프리차드 힐이 뛰어난 카베르네 와인 산지라는 점은, 컨티뉴엄에 앞서 이곳에서 와인을 만들어온 정상급 와이너리의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콜긴(Colgin), 샤플렛(Chappellet), 브라이언트 패밀리 빈야드(Bryant Family Vineyard), 달라 발레(Dalla Valle), 데이빗 아서(David Arthur), 오비드(Ovid) 등.

프리차드 힐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특징은, 다채롭고 세련된 풍미, 짙고 풍부한 과육, 절제된 스타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토양의 성분에서 비롯한 독특한 미네랄 풍미도 빠트릴 수 없다. 팀 몬다비의 컨티뉴엄은 이 외에도 카베르네 프랑 특유의 아로마와 유연한 질감을 드러낸다. 다른 곳에 비해 컨티뉴엄의 카베르네 프랑 재배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30%), 이는 팀 몬다비가 카베르네 프랑 품종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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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몬다비가, 와인 명가 몬다비의 후광을 업는 대신 컨티뉴엄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1993년 기업공개가 이루어진 이후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월스트리트로부터 이윤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이윤을 늘리자면, 인수합병을 통해 와이너리의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수단이었고, 이렇게 몸집이 거대해진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결국 집중력을 잃고 말았다. 팀 몬다비는 이를 두고 “몬다비의 명성을 남용한” 결과라고 말하며 "이러한 실수를 결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모든 훌륭한 와인이 그렇듯이, 포도가 자라는 바로 그곳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싶다”는 팀 몬다비. 그는, 컨티뉴엄이라는 이름을 선택함으로써, 몬다비의 DNA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공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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