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언덕은 아직도 유년시절, 모닥불, 도망 그리고 놀이의 대지이다.
- <언덕 위의 집>, 체사레 파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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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입사 와이넬 주최로 열린 디너에서 테레다비노(Terredavino)에서 생산하는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시리즈 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레다비노는 1980년 이태리 피에몬테 지역에서 포도 재배 농가들이 모여 설립한 바롤로 지역 최대의 와인 생산자 조합이다. 일종의 협동조합로 이해하면 쉽고,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랑게 마을에 자리잡고 있다(아래 사진). 설립 초기에는 불과 18개였던 참여 농가가 지금은 2,800개로 늘어났으며 총 5,50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한 재배농가가 평균 2헥타르씩 소유하여 집중관리하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포도를 꾸준히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양조학자, 생물학자, 농학자들의 컨설팅을 받고 있으며 수시로 와인메이커가 포도밭을 방문해서 포도 나무와 포도의 상태를 점검하며 품질유지에 힘쓰고 있다.
 
테레다비노는 유명한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는 물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바르베라와 돌체토, 화이트 와인인 가비와 아르네스, 그리고 모스카토 다스티와 브라케토 다퀴 같은 발포성 와인을 포함해 지역과 품종 별로 총 30여 개가 넘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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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평균 생산량은 5만 5천병이며 세계 40개국(주요 수출국인 독일, 미국, 영국, 일본 그리고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매년 피에몬테 지역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쉐프들을 초청해서 요리를 만들고 테레다비노 와인과 매칭하는'스타 오브 바롤로’(Stars of Barolo)라는 행사를 주최하며 자국에서의 인지도 고취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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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작은 오크통이 늘어선 모습. 테레다비노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테레다비노는 피에몬테 출신이자 20세기 이태리 신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체사레 파베세 재단과의 공식적인 협약을 통해 작가의 책 제목을 와인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가와 와인이 동향同鄕이라는 점과, 아름다운 피에몬테의 전원 풍경을 문장 속에 담은 체사레 파베세의 글 하나 하나가 진지한 와인의 성격과도 맞아떨어져, 그 마케팅적인 효과는 예상보다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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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파베세는 1908년에 태어났고 이야기 형식의 처녀시집 <피곤한 노동>을 시작으로 <당신의 고향>, <레우코와의 대화> 등을 출간했으며 1950년에는 그의 대표작 <아름다운 여름>으로 스트레가 상을 수상했다.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아름다운 여름>은 제1부 <아름다운 여름>, 제2부 <언덕 위의 악마>, 제3부 <고독한 여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각별한 애정을 기울인 <레우코와의 대화>는 2006년 다니엘 위예 감독이 <그들의 이런 만남들>이란 제목으로 영화화하여 베니스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테레다비노는 그의 작품명으로 명명한 총 5가지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들을 <체사레 파베세 시리즈 와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와인들은 그가 태어난 피에몬테의 산토 스테파노 벨보 마을의 구릉, 강, 밭 등이 녹아있는 서정적인 레이블 디자인으로 특별함을 더해준다.
 
 
체사레 파베세 시리즈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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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 도네 솔레 소비뇽 샤르도네 2012
Tra Donne Sole Sauvignon Chardonnay 2012
(Sauvignon Blanc 65%, Chardonnay 35%)
 
‘고독한 여인들’이란 뜻의 화이트 와인이다. 몽페라토 언덕에 자리잡은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드는데, 두 품종의 조화로 신선하고도 부드러운 느낌이다. 소비뇽에서 나는 풋풋한 풀 향이 싱그럽고 입 안에서 잘 익은 과일 맛이 매력적이다. 화사한'봄’을 입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와인.
 
라 루나 에이 팔로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 2010
La Luna e l Falo Barbera d’Asti Superiore 2010
(Barbera 100%)
 
슈퍼 바르베라 프로젝트를 통해 태어난 와인으로 1996년이 첫 빈티지이다.'달과 모닥불’이란 뜻으로 체사레 파베세 시리즈 와인의 첫 와인이라고 한다. 12개월 프랑스산 바리크에서 숙성시키고 병입 후 최소 6개월 숙성시킨 후에 출시한다. 감초의 향이 부드럽고 바닐라와 과일의 향도 풍부하다. 타닌이 강하지 않지만 힘을 느낄 수 있고 바르베라 특유의 산미도 잘 정돈된 듯 하여 편안하다. 진한 토마토 소스의 파스타와 잘 맞을 것 같았고 함께 매칭했던 랍스터 소스의 요리와도 잘 어울렸다.
 
라 까사 인 꼴리나 바르바레스코 2010
La Casa in Collina Barbaresco 2010
(Nebbiolo 100%)
 
‘언덕 위의 집’이란 뜻의 바르바레스코 DOCG급 와인. 커다란 오크에서 약 1년 동안 숙성시키고 와인의 안정화와 부케의 발전을 위해 병 숙성을 거친다. 강렬한 제비꽃과 딸기 등 붉은 색 과실의 향이 풍부하고 바닐라의 풍미가 입 안에서 매우 부드럽다. 아직 어린 감이 없지 않지만 음식과의 어울림이 매우 좋고 여운도 길다. 쇠고기 안심 같은 붉은색 고기요리와 잘 어울린다.
 
파에시 뚜오이 바롤로 2009
Paesi Tuoi Barolo 2009
(Nebbiolo 100%)
 
‘당신의 고향’이란 뜻으로 레이블 디자인과 와인 이름에서 아련한 느낌이 든다. 프랑스산 바리크에 15~18개월 동안 숙성시키고 출시 전에 병 숙성을 통해 와인을 안정시킨다. 빈티지로부터 5년이 지나면 마시기에 적당해지고 우수한 빈티지인 경우, 최장 25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제비꽃, 베리류, 스파이시한 허브의 향이 나고 바롤로 특유의 강건함이 돋보인다. 입 안에서 타닌감은 강하고 날카로우며 길게 여운을 끌어주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어리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발전해갈지 궁금한 와인이다.
 
라 벨라 에스타떼 모스카토 파시토 2010
La Bella Estate Moscato Passito 2010
(Moscato Bianco 100%)
 
‘아름다운 여름’이란 뜻이며 슈퍼 파시토 프로젝트를 통해 태어난 와인으로 1997년이 첫 빈티지이다. 이태리에서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인 파시토 방식으로 현대적이며 세련된 와인을 만들기 위해 시작되었다. 헥타르당 낮은 수확과 포도를 긴 시간에 걸쳐 말리는 파시토 방식을 통해 아로마와 당분을 집중시킨다. 12개월 동안 리(lees)와 함께 숙성시켜 풀바디의 스위트 와인을 만든다. 여름 태양을 연상시키는 황금빛깔을 띠고 벌꿀, 살구의 향이 풍부하며 달콤하고도 새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훌륭한 스위트 와인에서 볼 수 있듯이 단맛뿐만 아니라 적당한 산미가 받쳐주어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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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다비노는 1980년대에 설립된, 와인 산업에서 보면 청년 같은 와이너리이다. 그들은 피에몬테의 전통을 기꺼이 받아들여 현대적인 스타일의 와인들을 만들며 슈퍼 바르베라 프로젝트, 파시토 프로젝트, 바롤로 프로젝트 등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피에몬테 DOC와 DOCG 등급만을 고집하며 양보다 질 중심의 고품질 와인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테레다비노의 와인은 나 홀로 돋보이는 와인이 아니라, 음식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함께 하며 나누는 기쁨을 잘 담고 있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장점이 많은 와인으로 <체사레 파베세> 같은 스토리와 함께 누구든지 넉넉하게 품을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 체사레 파베세 와인이 피에몬테의 고급 와인 시장에서 더욱 큰 활약을 벌일 것을 기대해 본다.
 
 
문의 _ 와이넬 (02 325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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