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칠레 FTA 이후 국내에서 칠레 와인의 인기는 급격히 치솟았는데,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수입량도 점차 늘어, 2013년에 칠레는 한국으로 와인을 수출하는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 FTA 실시 전만 해도 국내 와인 시장에서 칠레 와인의 점유율은 불과 3%였지만 지금은 21%를 차지한다. 칠레 농림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2년 칠레의 와인 생산량은 1,255만 리터로 전년보다 20% 늘어 세계 7위의 와인 생산국이 되었으며, 총 생산량의 69%가 레드 와인이며 2012년에 754만 리터를 150개국에 수출했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 영국, 중국이며,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칠레 와인의 강점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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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지난 10년 간 칠레 와인이 변화해 왔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프리미엄 와인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다. 칠레 와이너리의 상당수가 프리미엄 와인 생산에 주력하고 있으며 세계 프리미엄 와인들과 경쟁하고 있다. 영국 시장만 보더라도 최근 칠레의 저가 와인 판매는 저조한 반면 고가의 프리미엄 와인 판매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하니, 이제 칠레 와인을 저렴한 가격만으로 어필하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칠레의 와이너리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산 페드로(San Pedro)다. 2013년 산 페드로는, 이러한 변화와 함께 자사의 아이콘 와인들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그란데스 비노스 데 산 페드로(Grandes Vinos de San Pedro, 이하 GVSP)를 설립했는데, 최근 방한한 클라우디아 고메즈(Claudia Gomez) 총괄 이사로부터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지만 강력한 드림 팀
 
GVSP의 설립은, 90년대부터 시작된 칠레의 프리미엄 와인 생산 붐과 직결된다. 고메즈 이사의 말을 들어보자.
 
“1990년대부터 칠레에서 소위 ‘아이콘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산타 리타, 콘차 이 토로, 에라주리즈 같은 와이너리는 물론이고 산 페드로 역시 1994년부터 까보 데 오르노스(Cabo de Harnos)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한 2001년에는 알타이르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두 개의 아이콘 와인-알타이르(Altair)와 시데랄(Sideral)-을 만들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 칠레는 좀더 다양한 와인 산지를 찾아 나섰는데, 그 결과 레이다 밸리(Leyda Valley), 엘키 밸리(Elqui Valley), 비오비오 밸리(Bio Bio Valley) 등 새로운 산지를 발견함과 동시에 품종의 다양화도 가져왔다. 산 페드로 역시 특별하고 가능성 높은 지역을 발견하여 2006년부터 아이콘 와인 칸카나(Kankana)와 티에라스 모라다스(Tierras Moradas)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한편 산 페드로는 다섯 가지나 되는 아이콘 와인의 생산과 커뮤니케이션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방법을 모색했고, 이로써 <산 페드로 최고의 와인들>이란 뜻의 새로운 와이너리 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GVSP에는 수석 와인 메이커 마르코 푸요(Marco Puyo), 포도밭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는 총괄 매니저 곤살로 카스트로(Gonzalo Castro), 미국의 유명한 양조가이자 양조 컨설턴트 폴 홉스(Paul Hobes) 등 내노라는 인재들이 모여 있다. 특히 폴 홉스는 까보 데 오르노스, 칸카나, 티에라스 모라다스 와인 생산 초기 때부터 깊이 관여해 왔다. 고메즈 이사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이들 전문가의 도움과 산 페드로가 오랫동안 축적한 기술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프리미엄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테루아의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각각의 와인은 테루아를 최대한 드러냄으로써, 와인을 마시는 이들이 와인의 개성을 감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포도밭과 양조장에서의 작업이 신중하고 세심해야 이루어져야 한다.“
 
산 페드로의 다섯 가지 아이콘 와인 중 알타이르, 시데랄, 까보 데 오르노스 와인은 카차포알 안데스(Cachapoal Andes) 지역에서 생산된다. 안데스 산맥과 가까운 이곳은 미세기후가 상당히 발달한 곳이기 때문에, 구역마다 토양과 기후가 조금씩 다르며 세 가지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 역시 각각 나눠져 있다. 또 다른 지역은 마울레 밸리(Maule Valley)로, 이곳의 펜카유(Pencahue) 포도밭은 마그네슘 성분이 풍부해 토양이 보랏빛을 띤다. 이 토양은 카르미네르 품종을 재배하기에 적합해 티에라스 모라다스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엘키 밸리(Elqui Valley)에서는 시라 품종 재배에 적합한 곳을 찾아서 칸카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총 포도밭 면적은 40헥타르에 이르며 연간 알타이르 1,500상자, 시데랄 10,000상자, 까보 데 오르노스 1,500상자, 칸카나와 티에라스 모라다스는 각각 400상자를 생산한다. 한편, 포도는 일일이 손으로 수확하며 10kg짜리 작은 바구니에 담아 냉동보관이 가능한 트럭을 이용해 양조장으로 보낸다. 이 때 수확부터 양조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24시간 내로 유지하는 것은 포도의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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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라스 모라다스 와인이 생산되는 펜카유 포도밭의 보라색 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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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카차포알 안데스 포도밭의 토양>
 
 
칠레와 카르미네르의 인연
 
고메즈 이사는 “2014년이 칠레에서 카르미네르 품종이 발견된 지 20년이 되는 해”라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카르미네르는 원래 보르도에서 재배했지만 지금은 보르도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품종이다. 보르도의 기후가 카르미네르의 생육 조건과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1860년대 유럽의 이주민들은 보르도 품종을 칠레로 가져가 품종 구분도 하지 않은 채 포도밭에 마구 심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1994년 장 미쉘 보르시쿠 교수가 밝히기 전까지 사람들은 카르미네르를 메를로 품종으로 오해하고 있었고, 이는 품종에 대한 이해와 재배 지식 부족으로 이어져 와인의 품질을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오늘날 카르미네르의 품질은 과거의 그것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카르미네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거듭한 끝에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제 칠레의 카르미네르 와인에서 역겨운 풀 향이나 채소 향이 나는 일은 없다. 카르미네르는 다른 품종과 섞였을 때나 단독으로 쓰였을 때나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와인생산자 모두가 다같이 하나의 팀이 되어 이룩한 결과다.”
 
이렇듯 카르미네르는 칠레 와인 산업 발전에 극적인 계기를 제공했으며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자리잡았다.
 
 
세계 프리미엄 와인들과의 경쟁, 자신있다
 
고메즈 이사는 칠레의 아이콘 와인이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아쉬워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실제로 숙성 초기의 칠레 와인이나 충분히 숙성된 칠레 와인을 프랑스나 이태리의 프리미엄 와인과 비교 시음했을 때 품질의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정도의 품질이라면 프리미엄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은 중요한 와인 시장으로, 칠레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며 시장의 잠재력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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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페드로의 아이콘 와인은 현재 알타이르, 시데랄, 까보 데 오르노스, 티에라스 모라다스, 칸카나 등 다섯 가지 레드 와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고메즈 이사는 향후 화이트 와인 생산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1865 와인으로 국내 와인 시장의 스타가 되면서 칠레 와인의 인기를 주도했던 산 페드로는, 이처럼 최고의 아이콘 와인으로 무장하고 프리미엄 시장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서히 꿈틀거리는 칠레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욕구와 호기심 속에서, 칠레 와인이 또 한차례의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낼지 높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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