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상영된 와인 관련 영화를 꼽으라면 <사이드웨이(Sideways)>, <와인 미라클(원제 Bottle Shock)>, <어느 멋진 순간(원제 A Good Year)> 등이 떠오른다. 특히 <사이드웨이>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오스카 상까지 거머쥐었고, <와인 미라클>과 <어느 멋진 순간>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잔잔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꾸준히 회자된 영화다. 이 외에도 와인을 주제로 다룬 영화(또는 다큐멘터리)가 간혹 제작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 공식적으로 상영된 적은 거의 없다. (2013)도 그 중 하나인데,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봄, 여름, 수확기 그리고 겨울로 이루어진 “부르고뉴의 1년”과, 빈티지 자체가 삶의 역사인 부르고뉴 지방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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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을 앞둔 포도밭에서 도멘 페로 미노의 크리스토퍼 페로 미노는 인부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일년 간 공들여 키운 포도를 조심스럽게 다뤄달라는 당부의 말이다. 언급했다시피 부르고뉴의 2011년은 양조가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해였다. 영화에서는, 날씨 탓에 썩은 부분이 많아서 한 알 한 알 건강한 포도만 골라내고 이렇게 골라낸 포도를 최적의 상태에서 양조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크리스토퍼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언젠가 기자가 참석했던 시음회에서 앙리 페로 미노의 와인과 크리스토퍼 페로 미노의 와인을 비교하며 설전이 오갔던 순간이 떠오르면서 미안한 감정이 밀려온다.

마지막으로, 언제든 최신 첨단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포도를 밟아 으깰 때 전해지는 감각을 고스란히 느껴야만 비로소 양조가 가능하다는 크리스토퍼의 말을 전해야 할 것 같다. 이 문장을 비롯한 영화 전반을 통해, 이들 부르고뉴의 와인 양조가들은 스스로를 절대 자연과 떼어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땅과 자연을 존중하는 이들 양조가의 정신이야 말로 부르고뉴 와인의 가치를 높이는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영화에 등장한 양조가 한 명 한 명을 다시금 떠올리며, 天地人의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 와인을 탄생시킨다는 진리가 이곳 부르고뉴에서 만큼은 영원히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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