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건축>
 
 
마르케스 데 리스칼 & 프랭크 게리 두 거장의 만남
 
 
 
 
 
전통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전통에서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 프랭크 게리 (Frank O. Gehry, 건축가, 1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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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데 리스칼 바론 데 쉬렐 레세르(왼쪽 사진). 작황이 뛰어난 해에는 가시덤불 향이 나는 커런트, 버섯, 훈연향, 코코아의 풍미와 함께 실크처럼 부드러운 근사한 질감을 드러내며 놀랄 만큼 복합적이다. 오른쪽 사진은 마르케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와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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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설립된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리오하에서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이며, 현재 스페인 국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의 아버지 때부터 왕실에 와인을 공급해오고 있다. 아름다운 지하 저장고는 무려 4k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며, 곳곳에 거미줄과 잿빛의 희끄무레한 곰팡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이후 전통적인 스타일로 회귀하여 우아하고 뛰어난 리오하 와인을 생산하면서 다시금 명성을 높여 나갔다.
 
보르도 와인과 마찬가지로 리오하 와인은 전통적으로 품종을 블렌딩해서 제조해왔다. 이 때 레드 와인 블렌딩에서 중심이 되는 품종은 가장 섬세한 템프라니요다. 여기에 첨가되는 다른 세 품종은 스페인 토착 품종인 가르나차, 마수엘로, 그라시아노다. 요즘에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기도 하는데 리오하에서는 여전히 드문 현상이다.
 
1980년대에 마르케스 데 리스칼 같은 와이너리에서, 전통적인 리오하 와인의 맛은 아니지만 독자적으로 만든 맛이 좋은 특별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블렌딩 방식을 앞장서서 이끌었다. 일례로 마르케스 데 리스칼의 바론 데 쉬렐 레세르바는 훈연 향, 코코아의 풍미를 발산하며 맛이 대단히 좋다.
 
보르도의 관습에서 영향을 받은 또 한가지는 와인을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시키는 것이다. 1780년대 마누엘 킨타노라는 리오하의 와인생산자가 이러한 보르도식 와인숙성방법을 채택하였는데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단 프랑스 방식과 달리 대형 오크통을 사용했다).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1850년대부터 작은 오크통을 사용해 와인을 숙성시켰다([더 와인바이블], 캐런 맥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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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스타일의 마르케스 데 리스칼 호텔
 
 
마르케스 데 리스칼이 위치한 스페인 리오하 지역은 건축을 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를 초청해, 약 900억 원을 들여 와인 생산시설을 현대화하고 포도밭을 배경으로 기념비적인 호텔을 세우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다. 1929년 캐나다에서 출생한 프랭크 게리는 대표적인'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세워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한 세계적인 건축가이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프랭크 게리의 두 번째 작품은 바로'호텔 마르케스 데 리스칼’이다. 12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해 총 43개의 객실을 갖춘 이 호텔은, 면적당 건설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텔 중 하나이며, 호텔 개관식에는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가 직접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이 호텔은'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휴양지 1001’에도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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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와 호텔을 건축하는데 프랭크 게리가 선뜻 나선 것은 아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1997),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2003) 등 거대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그는 와이너리와 호텔을 짓는다는 것이 그의 스타일과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와이너리에서 선물한 와인 한 병이 한 순간에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마르케스 데 리스칼 프로젝트에 임했다. 2006년 마침내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자, 개관식에 스페인 국왕이 참석할 정도로 마르케스 데 리스칼 호텔은 스페인 전역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랭크 게리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또 하나의 이 위대한 건축물을 탄생시킨 그 와인은 바로 1929년 빈티지 마르케스 데 리스칼로, 1929년은 프랭크 게리가 태어난 해이다.
 
문의 _ 하이트진로 (02. 3014. 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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