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의 수호자

<메종 루이 자도>의 자크 라디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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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년에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약 150년에 걸쳐 부르고뉴의 자존심이자 상징으로 자리잡아온 메종 루이 자도Maison Louis Jadot. 자도 가문은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부르고뉴 지역에 최초로 와인을 유통하기 시작하면서 1960년대까지 가문 중심으로 운영을 이어왔으나, 가문의 대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게 되자 1954년부터 루이 자도에 몸담아 온 앙드레 가제Andre Gagey에게 경영권을 이양하였고, 지금은 그의 아들 피에르 앙리 가제Pierre Henry Gagey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사실 루이 자도는 1970년대만 해도 비교적 규모가 작은 와이너리였지만 오늘날에는 부르고뉴 코트 도르 지역에 상당량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푸이 퓌세와 보졸레 지역에도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다. 총 여덟 개의 그랑 크뤼급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뮈지니와 몽라셰에서부터 기본적인 부르고뉴 블랑 와인에 이르기까지 100개 이상의 AOC급 와인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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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자도는 특유의 테루아를 와인에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데,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확대하고 양조 과정에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며 새로 심을 포도 묘목이나 오크통마저도 자가 공급하는 등 품질 관리 면에서 매우 엄격한 기준을 확립해 왔다. 그리고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있어서 루이 자도가 고수하는 여러 가지 원칙은, 1970년 앙드레 가제에 의해 발탁되어 루이 자도에 합류한 와인메이커 자크 라디에르Jacques Lardiere에 의해 더욱 보완되고 다듬어졌다. 이후로 지금까지 무려 40여 년이 넘는 긴 세월을 루이 자도에 몸담아 온 라디에르는, 오늘날 프랑스 전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나고 열정적이며 영향력 있는 와인양조가로 존경 받는 인물이다. 1948년생으로 일찍이 와인 양조에 깊은 관심을 가져 온 라디에르는, 마콩의 와인 양조 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이후 파스퇴르 연구소의 브레쇼Brechot 교수 및 아로마 감별법을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친 줄스 쇼베Jules Chauvet와 가깝게 지내면서 아로마와 미생물에 대한 연구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1970년, 당시 루이 자도를 이끌고 있던 앙드레 가제의 양조팀에 합류하게 되었으며, 1980년부터 루이 자도의 모든 와인들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았다.

그가 가제의 전적인 신임을 얻게 된 것은,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71년. 당시 부르고뉴에 불어 닥친 우박으로 인해 농작물의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그 누구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르던 상황이 벌어졌다. 이 때 라디에르는 그나마 우박을 견뎌내긴 했지만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포도를 가지고서라도 와인을 만들어야 했는데, 평소보다 침용 시간을 짧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짧은 침용 과정으로 인해 와인의 색은 자연히 창백했고, 가제와 라디에르 모두 와인의 품질에 대해 확신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러한 염려와는 반대로 완성된 와인은 훌륭한 모습을 드러냈으며, 어떤 것은 지금 마시기에도 좋을 만큼 긴 숙성력을 자랑한다. 결국 1971년의 어려웠던 작황에도 불구하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했던 라디에르의 능력은, 그의 위대한 와인양조가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주었고, 이후 40여 년 동안 루이 자도에서 수많은 훌륭한 와인들이 탄생하는데 기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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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50여 년의 루이 자도 역사 중 반 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 해 온 라디에르가 올해로 은퇴한다는 소식이다. 기자는 지난 4월, 그간 이룬 업적과 공로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백발 노장의 라디에르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제2의 집이자 가족과도 같을 루이 자도를 떠나는 그의 마음은 어떨까를 조심스레 헤아려보며, 그의 뒤를 이어 루이 자도 와인의 명맥을 이어갈 후계자에게 (또는 부르고뉴의 모든 젊은 와인양조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부르고뉴의 위대한 와인양조가답게 자연스럽게 테루아로 귀결되었다.

“부르고뉴 와인의 아름다움은 바로 다양성에서 옵니다. 부르고뉴의 모든 테루아는 각각의 근원적 특성을 간직하고 있고, 우리 와인양조가들의 몫은 이 특성들이 와인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미 수천 년을 존재해 온 테루아는 절대 실수라는 것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테루아로부터 나쁜 와인을 만든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잘못인 거죠. 설사 뛰어난 기술 덕분에 테루아에 상관없이 좋은 와인을 생산한다 해도, 기술로 탄생한 와인에는 ‘정신’과 ‘근원’이 담겨 있질 않습니다. 우리가 이런 실수를 (즉 와인에 있어서 중요한 ‘정신’과 ‘근원’을 놓치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테루아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경험(경험! 경험!)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 ‘근원’이라는 것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사람들로부터 쏟아지는 질문들 하나하나에 성의와 열성을 다하여 대답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루이 자도를 대표하는 와인메이커가 아니라 부르고뉴 전체를 대변하는 정신적 수호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올해에도, 내년에도, 앞으로도, 언제든지 루이 자도 양조장과 포도밭에서 그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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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루이 자도의샤블리 그르누이 그랑 크뤼,코르통 샤를마뉴 그랑 크뤼,클로 부조 그랑 크뤼]


<아래, 자크 라디에르를 위한 송별회에 등장한 루이 자도의 와인들>

2003 Gevrey-Chambertin Lavuax-Saint-Jacques 1er Cru 지브리 샹베르텡 라보 생 자크 프리미에 크뤼
코드 드 뉘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지브리 샹베르탱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에 크뤼급 와인. 3-4주의 발효와 18-20개월 정도의 오크 숙성을 거친다. 베리류의 풍미가 풍성하며 좋은 산도 덕분에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미네랄, 스파이시한 풍미와 함께 여전히 힘있는 타닌이 느껴진다. 실제로 일반적인 부르고뉴 레드 와인과 비교했을 때 루이 자도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타닌을 추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숙성이 덜 된 어린 와인은 타닌이 좀더 강하게 느껴진다. 와인메이커 라디에르는, 품종의 전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포도 내의 모든 미립자들을 활성화시키고 이로써 테루아의 특성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 양조의 역할이라 믿으며, 이 때문에 양조 시 긴 침용 과정과 높은 온도를 선호한다(Decanter, 2010.8)

1995 Beaune Theurons 1er Cru 본 트롱 프리미에 크뤼
코드 드 본 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본 지역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에 크뤼급 와인. 3-4주의 발효와 12-15개월 정도의 오크 숙성을 거치는데, 잘 보관할 경우 10-15년의 숙성능력을 가진다. 이 와인은 지금 마시기에 알맞으며, 과일 풍미뿐만 아니라 입 안 가득 시가와 흙내음 등의 부케 그리고 땅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며 우아한 보디감을 지니고 있다.

1994 Clos Vougeot Grand Cru 클로 부조 그랑 크뤼
코트 드 뉘의 중앙에 위치한 부조 마을에서 생산되는 그랑 크뤼급 와인으로, 3-4주의 발효와 18개월 정도의 오크 숙성을 거치며 15-25년에 이르는 장기 숙성능력을 가진다. 이 와인은 세월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생생하고 힘이 느껴지는데, 과일 풍미와 함께 멋진 부케가 드러난다. 타닌이 잘 익어 부드러우며 미네랄 풍미가 서서히 이어진다.

1999 Chablis Grenouilles Grand Cru 샤블리 그르누이 그랑 크뤼
부르고뉴 최북단에 위치한 샤블리 마을에서 생산되는 그랑 크뤼급 와인으로, 오크통 발효와 15-18개월의 숙성을 거친다. 샤블리 그르누이 그랑 크뤼는 오래 숙성시키지 않고 마셔도 좋지만, 그랑 크뤼답게 오래 숙성될수록 그 진가를 드러내기 때문에 15-20년 정도 보관 후 마시는 것도 좋다. 짙은 황금빛을 띤 이 와인은, 오크통 발효로 인해 부드럽고 유질감 있는 보디감을 지니며, 서서히 솟아나오는 미네랄 풍미와 신선한 과일의 풍미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1999 Corton-Charlemagne Grand Cru 코르통 샤를마뉴 그랑 크뤼
코트 드 본 북단에 위치한 코르통 샤를마뉴에서 생산되는데(이 포도밭은 19세기부터 루이 자도가 소유해 왔으며, 루이 자도가 소유해 온 가장 오래된 포도원 중 하나로서 완벽하게 남향에 위치), 이 와인 역시 오크통 발효와 18개월의 숙성을 거친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미네랄 풍미와 함께 효모, 서양배, 토스트 등의 복합적인 향이 피어 오르며 둥근 보디감과 긴 여운을 선보인다. 이 와인에 있어서 숙성은 매우 중요한데, 빈티지와 보관 상태에 따라 10-20년 정도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1992 Beaune Greves Le Clos Blanc 1er Cru 본 그레브 르 클로 블랑 프리미에 크뤼
코트 드 본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본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레 그레브(‘모래가 많은’이라는 뜻)’라는 이름은 포도밭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이 와인은 모든 루이 자도의 화이트 와인과 마찬가지로 오크통에서 발효되며 14-18개월의 숙성을 거친다. 황금빛 노란색을 띤 이 와인의 첫 느낌은 이국적이라 할 수 있는데,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향에서는 농익은 감귤류의 풍미가 물씬 풍긴다.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좋은 산도 덕분에 조화롭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긴 여운을 지니고 있다.



문의) 까브드뱅 (02786 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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