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YVES CUILLERON




수세기 동안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은 살집을 풍성하게 하고 빛깔과 풍미를 짙게 하는 데 론 와인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론 와인의 명성은 이 두 지역을 능가하기에 이르렀다. 최고급 론 와인은 일부 최고급 보르도 와인보다 더욱 많이 팔리고 빠르게 소비되기 시작했다.
(‘더 와인 바이블’, 캐런 맥닐, 2010)


잊혀진 땅, 북부 론

론 지역은 2천여 년이 넘는 와인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2천 년 전 로마 정복 당시 론 지역 거주민들은 이미 와인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19세기만 해도 북부 론의 에르미따주나 꼬뜨로띠 와인은 보르도 정상급 와인들과 겨룰만한 품질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필록세라의 발발로 인해 프랑스 전체 포도밭이 황폐화되었으며 이 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불행히도 필록세라 이후 북부 론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황폐해진 포도밭을 건강하게 회복시키고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투자가 뒤따라야 했지만, 그 대신 와인생산자들은 저렴하고 품질 낮은 와인을 대량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역이 점차 발전하면서 상황은 나아지는 듯했으나 여전히 사람들은 애써 포도 농사를 지으려고 하지 않았다. 넓은 땅은 휴가용 별장을 짓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팔렸고 가파른 경사의 포도밭은 다른 식물들로 덮힌 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세기 동안, 북부 론이 누리던 과거의 명성은 빛 바랜 역사책 한 페이지를 장식한 채 잊혀져 가는 듯했다.
이브 뀌에롱Yves Cuilleron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북부 론의 재건

가족 사업으로 이어내려 오던 와인양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 이브 뀌에롱의 나이는 26세였다. 우연히 참가한 와인 시음회에서 여러 지역의 와인을 시음하던 그는, 북부 론에서도 이 와인들 못지 않게 뛰어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이후 코르나스와 마콩 등지에서 와인 양조를 공부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삼촌이 운영하고 있던 양조장을 물려받았다. 뀌에롱은 그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당시 북부 론의 와인산업은 매우 척박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양조 설비랄 것도 없는 상태에서 와인을 만들어야 했다. 본보기가 될 만큼 좋은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나의 할아버지가, 나의 삼촌이 만들던 와인의 스타일을 배우며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20여 년 동안 뀌에롱은 3.5헥타르밖에 되지 않던 포도밭을 46헥타르까지 확장해 나갔고, 자취를 감출뻔한 스위트한 스타일의 꽁드리유 와인을 다시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북부 론의 와인산지 생조셉St.Joseph에서도 와인을 만들면서 그 지역을 알려나갔다. 또한 Pierre Gaillard와 Francois Villard 같은 북부 론의 전도유망한 와인생산자들과 함께 네고시앙을 설립하여 북부 론 및 랑그독 지역 와인의 품질을 높이고 널리 알리는데도 주력하였다.

이렇게 이브 뀌에롱으로 대표되는 소수의 소규모 와인양조자들은 북부 론을 살리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갔고, 샤푸티에M.Chapoutier, 기갈E.Guigal 같은 대규모 와인양조기업은 이 지역을 알리기 위한 대외적인 활동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꽁드리유와 꼬뜨 로띠를 비롯한 북부 론의 와인 산지는 전세계의 조명을 받으며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오늘날 북부 론은 론 밸리에서 가장 귀하고 값비싼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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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생산자 이브 뀌에롱이 소유한 꽁드리유 지역의 포도밭. 북부 론의 최상급 포도원들은 가파른 경사 위의 좁은 바위 언덕에 주로 자리잡고 있으며 그 경사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에, 손으로 일일이 돌벽을만들어 단단히 고정해놓은것을 볼수 있다.]


뀌에롱 스타일

훌륭한 와인생산자는 항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와인을 만들 때 기술을 앞세우지 않는다.”

뀌에롱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한 와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좋은 포도’를 생산하는 것이다.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대지와 양조자의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포도를 거두기 위해 무한의 노력을 기울이며, 그 포도를 가장 전통적이고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양조하여 와인을 만든다. 양조과정에서 자연 효모를 사용하고 인위적인 화학 물질을 집어넣지 않는 등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은, 포도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 준다는 그의 철학에 비추어 볼 때 자연스럽다.

사실 화이트 와인 양조 시 자연 효모를 사용하면, 발효가 도중에 멈춰버리는 위험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뀌에롱은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극복할 때 비로소 훌륭한 와인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며, 만약 이 때문에 와인이 결점을 지니게 된다 해도 이 또한 그 와인이 지닌 자연스러운 생김새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그가 채택하는 포도밭 관리 방식은 ‘do little’, 즉 반드시 필요한 때에 최소한의 처방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리 방식은 유기농법이나 바이오다이나믹 농법과는 다른데, 뀌에롱은 “중요한 것은 유기농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포도를 얻을 수 있느냐”라고 말하며, “유기농이라는 함정에 너무 깊이 빠지게 되면, 포도가 자칫 덜 익을 수도 있고 결국 특성이 부족한 와인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브 뀌에롱.jpg


이브 뀌에롱 오뜨 꾸띠르

비오니에는 쾌락주의자를 위한 화이트 와인 품종이다(Jancis Robinson, 2008.9)”

비오니에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은, 이 품종이 최근까지만 해도 거의 사라질 뻔한 품종이었다는 것이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비오니에를 재배하는 곳은 론 북부의 꽁드리유에 거의 한정되어 있었고, 이 지역 200 헥타르의 포도밭 중 비오니에가 차지하는 면적 또한 23헥타르에 지나지 않았다(포도밭 경사가 매우 심하여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오늘날 비오니에는, 품종 특유의 뛰어난 향과 바디감 덕분에 전세계로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감각적인 청포도 품종인 비오니에는 작황이 좋은 해에 완벽하게 양조할 경우 관능적인 풍미와 강렬한 향기를 폭발적으로 발산한다. 잘 익은 복숭아, 멜론, 리치, 신선한 오렌지 껍질 등의 향을 드러내며, 와인의 질감은 크림처럼 부드럽다. 비오니에는 장소에 민감하고 까다로워서 재배하기 어렵기로 유명하며, 산도가 낮은 품종이기 때문에 만일 와인생산자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실패작이 될 확률이 높다. 오크통에서 와인을 너무 오래 숙성시키면 포도의 우아한 풍미가 압도될 염려도 있다. 즉 뛰어난 비오니에 와인을 만드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브 뀌에롱은 무게감을 주지 않으며 짙은 풍미와 아로마를 가진 전형적인 스타일의 꽁드리유를 만드는 천재다."

-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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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브 뀌에롱 비오니에 Viognier

뱅드페이(VDP) 등급. 마시기 편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복숭아, 살구, 제비꽃 향이 폭발적이며 긴 여운을 남긴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유질감 때문에 스위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2] 이브 뀌에롱 꽁드리유 라 쁘띠 꼬뜨 La Petite Cote

비오니에의 전형적인 과일향과 꽃향에, 향신료와 효모, 버터의 향들이 더해져 매우 복합적이다. 비오니에는 과실향이 풍부한 병입 초기에 가급적 빨리 마시거나, 아예 7-8년 후 훌륭한 부케로 발전했을 때 마시는 것도 좋다.

꽁드리유에서 생산되는 비오니에 와인은 값이 비싸고 희귀한데, 메마른 토양에서 자란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소량 수확한 포도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브 뀌에롱은 꽁드리유 외에도, 북부 론의 생조셉, 꼬뜨 로띠, 코르나스, 생페레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생조셉은 북부 론에서 대단히 훌륭한 밸류 와인 산지로 떠오르고 있으며, 시라로 만든 레드 와인뿐만 아니라 마르산느와 루산느 품종을 블렌딩한 화이트 와인도 생산한다. 생조셉 레드 와인의 경우 타닌이 짙고 견고하며 숙성력이 뛰어나다.

[3] 이브 뀌에롱 생조셉 라마리벨르 Saint Joseph L’Amarybelle

짙은 보라색에서 작고 단단한 검붉은 과일이 연상된다. 산딸기, 블랙베리, 제비꽃, 계피 향이 나며, 달콤한 베리류의 풍미를 지닌다. 공기와 접촉할수록 무게감과 과일의 풍미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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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브 뀌에롱의 뀌베 브라쏘Cuvee Bourasseau

이브 뀌에롱 뀌베 브라쏘Cuvee Brousseau는 꽁드리유, 생조셉, 꼬뜨로띠 이렇게 세 개 AOC 내의 가장 뛰어난 구획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들어진다. 생산량은 각각 3개 바리끄밖에 되지 않는다. 포도밭과 양조장에서 뀌베 브라쏘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섬세한 장인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지는 오뜨 꾸띠르(Haute-couture)를 연상시킨다. 와인의 레이블은, 론의 유명한 아티스트인 로베르 브라쏘Robert Bourasseau가 디자인하였으며, 이 와인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참고자료 _ 더 와인바이블(캐런 맥닐, 2010)
문의 _ 비노쿠스 (02 45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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