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동남부, 리옹(Lyon)과 아비뇽(Avignon) 사이, 론강을 따라 발레 뒤 론(Vallée du Rhône, 론계곡) 포도밭들이 펼쳐져 있다. 북쪽 지역의 포도밭은 강가를 따라 좁게 뻗어 있는 가파른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그에 반해 남쪽 지역의 포도밭은 한없이 넓게 펼쳐져 알프스와 중앙 산악지대의 지맥들까지 이른다. 좋은 조건의 기후(연간 3,200 시간 이상의 일조량으로 인한 더위와 햇볕) 덕분에 꼬뜨 뒤 론(Côtes du Rhône)의 포도원은 지난 수세기 동안 성장하여 프랑스 제 2의 고급 와인 포도원이 되었다. 발레 뒤 론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생산량의 90%가 레드 와인이고 전세계 145개국에서 꼬뜨 뒤 론 와인을 소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유로화 급상승으로 인해 국내에서의 프랑스 와인 판매액이 30~50% 줄어든 상황에서도 론 와인 판매량은 큰 감소세를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올해 상반기 국내에 수입된 론 와인의 물량은 365,000병으로 작년 상반기의 100,000병에 비하여 265% 성장률을 보였다. 더욱이 지난 7월 한-EU FTA가 발효되면서 한국 시장에서 론 와인의 소비가 점차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론 와인생산자 협회(Inter-Rhône, 이하 인터론)는 국내 시장에서의 발레 뒤 론(Vallée du Rhône) 와인의 활성화를 위해 2008년부터 와인교육, 와인산지 관광, 와인 시음회 주최 등 3가지 축을 중심으로 지역적인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속해 왔다.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발레 뒤 론 와인 아뜰리에’는 “한국식 밥상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론 와인”이라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다양한 음식과 론 와인을 함께 매칭해 봄으로써, 소비자들이 론 와인에 더욱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이다. 실제로 한국 음식과 론 와인은, 스타일 측면에서 솔직하고 균형이 잘 잡혀있으며 다양하지만 화려하게 뽐내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지난 11월 1일에 진행된 발레 뒤 론 와인 아뜰리에를 통해 선보인 론의 대표적인 와인과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은 다음과 같다.
Domaine Louis Chèze, Ro-Rée Saint Joseph Blanc 2009
도멘 루이, 셰즈 로-레 쌩 조셉 화이트 2009
마르싼느 60%, 루싼느 40%가 혼합된 와인으로 아카시아, 제비꽃, 바이올렛, 벌꿀, 상쾌한 과일 향을 풍기며, 싱그러운 과일과 미네랄 풍미를 지닌 와인이다. 발레 뒤 론 아뜰리에에서는 식전주로 소개되었다.
Domaine Jean Michel Gerin, La Loye Condrieu 2010
도멘 쟝 미셸 제랑, 라 로와 꽁드리유 2010
비오니에 품종으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신선한 흰 복숭아, 살구, 바이올렛, 농익은 과일 향을 풍기며, 복합미와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좋은 산도를 지니고 있다. 발레 뒤 론 아뜰리에에서는 식전주로 소개되었다.
M. Chapoutier, La Ciboise Luberon 2009
엠 샤푸띠에 라 시부아즈 뤼베롱 2009
& 자연산 송이버섯 만두(송이버섯 소를 채운 허브 만두, 양송이 벨루떼 포트와인 소스)
엠 샤푸띠에 라 시부아즈 뤼베롱 2009는 부드러운 탄닌으로 인해 마시기 편한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붉은 열매 향과 스파이시한 후추의 아로마가 느껴지는 와인이다. 다진 쇠고기를 넣어 만든 매콤한 맛의 떡볶이와 와인의 스파이시한 향이 어우러져 기분 좋은 매칭을 선보였다.
Marrenon, Vignobles en Luberon & Ventoux, Ventoux 2010
마레농, 비뇨블르 앙 뤼베롱 & 벙뚜 2010
& 궁중 떡볶이 라구(간장 소스와 간쇠고기로 만든 떡볶이 라구)
마레농, 비뇨블르 앙 뤼베롱 & 벙뚜 2010은 코에서 풍부한 붉은 과일의 향이 느껴지고 입 안에서는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깔끔한 느낌의 와인이다. 와인의 솔직담백한 과일 향과 자연산 송이버섯 만두를 함께 입안에 머금었을 때 송이 버섯의 독특한 향과 크리미한 소스가 와인의 상쾌한 산도와 바디감을 잘 살려주었다. 또한 무겁지 않고 섬세한 와인이기 때문에 절인 야채 콩피, 양파와 절인 야채를 올린 피자와도 잘 어울릴 수 있다. 이 두 와인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으로,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추천하기에 매우 좋은 아이템이다.
Domaine de la Présidente, Grands Classiques Côtes du Rhône 2010
도멘 드 라 프레지당뜨 그랑 끌라시끄 꼬뜨 뒤 론 2010
& 산나물 오징어 순대(취나물, 숙주, 고사리를 채운 울릉도 오징어, 오징어 먹물 크림소스)
레드 와인과 우리나라 음식의 매칭이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수 있으나, 오히려 한국적인 음식일수록 발레 뒤 론 와인과의 매칭은 기대 이상의 만족을 가져다 준다.
도멘 드 라 프레지당뜨 그랑 끌라시끄 꼬뜨 뒤 론 2010 는 꼬뜨 뒤 론 와인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와인으로, 훌륭한 균형과 아로마를 가진 와인이다. 와인과 산나물 오징어 순대와 곁들이니 밸런스가 부드럽게 맞추어졌으며, 특히 와인에서 느껴지는 산뜻한 향과 산나물의 상쾌함이 깔끔하게 느껴졌다.
Domaine des Escaravailles, La Ponce Côtes du Rhône Villages 2009
도멘 데 제스까라바이유 라 뽕쓰 꼬뜨 뒤 론 빌라쥬 2009
& 삼겹살과 된장 리조또(두껍게잘라 조리한 삼겹살, 된장으로 간한 리조또)
도멘 데 제스까라바이유 라 뽕쓰 꼬뜨 뒤 론 빌라쥬 2009는 실크같은 타닌과 훌륭한 균형감을 지닌 와인이다. 삼겹살 된장 리조또와 함께입 안에서 잘 어우러졌으며, 다소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는 두툼한 삼겹살이 와인의 부드러운 탄닌과 산도로 인해 고급스러운 풍미를 선사했다. 2009년 이후빌라쥐 등급에서 크뤼 등급으로 격상되었으나, 레이블에는 아직 크뤼라고 표기되어 있지 않다.
Pierre Gaillard, Clos de Cuminaille Saint-Joseph 2008
삐에르 가이아르 끌로 드 뀌미나이유 쌩 조셉 2008,
E. Guigal Côte-Rôtie 2005
이 기갈 꼬뜨 로띠 2005
& 프랑스식 갈비찜(계룡산 한우 갈비찜, 은행, 밤, 당근, 구운마늘, 단호박 퓨레 누룽지투일)
평소 우리 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고기 요리로 간장 소스에 졸인 갈비찜을 꼽을 수 있다. 기본 간장과 다양한 양념을 넣은 소스에 재운 뒤, 오랫동안 졸인 갈비찜은 바디감 있는 와인과 몹시 잘 어울린다.
삐에르 가이아르 끌로 드 뀌미나이유 쌩 조셉 2008 과 이 기갈 꼬뜨 로띠 2005 역시 벨벳 같이 부드러운 탄닌을 지닌 동시에 진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 고기의 진한 육즙과 잘 어우러진다. 두 와인 모두 시라 100%로 만들어진 와인이지만 떼루아르와 빈티지에 따라 색다른 매칭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