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es Chauvet, Marcel Lapierre

그리고 Philippe Pacalet 에 이르기까지

 

: 자연주의 한 길을 가다

 

 

 

와인과 사랑을 위한 전쟁: 로버트 파커로부터 세계를 구한 이야기(The Battle for Wine and Love or How I Saved the World from Parkerization)"의 저자 Alice Feiring(미국의 와인 칼럼니스트),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그녀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보졸레 와인에서 바나나 향을 묘사하는 대부분의 와인작가들은, 그 향이 배양 효모(반대는 토착 효모)를 사용한 데서 기인한다는 것을 모른 채 포도 자체의 특성인 줄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부르고뉴 와인으로부터 마구간 냄새(barnyard funk)를 언급하는 이들 역시 이것이 마치 부르고뉴의 전형적인 향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중략) 내가 느끼는 부르고뉴 와인은 시나몬, 잉크, 아이비, 땅 아래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장미 향 등 다채로운 뉘앙스를 풍긴다. 그 중에서도 필립 파칼레의 포마르는 샤넬 No.5처럼 꽃향기를 내뿜는다.”

 

Alice Feiring은 부르고뉴의 미덕인 다채로움을 찬양하며, 이러한 다채로움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이나 화학물질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함께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러한 생각은 (나중에 언급되겠지만, 그녀의 마르셀 라피에르 인터뷰 글에서도 역시)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는 자연주의 와인양조가들의 사상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연주의 와인양조의 태동
 


자연주의 와인양조가들은 포도가 자란 토양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자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토양이 건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토양에 존재하는 효모, 박테리아, 곰팡이, 미생물 등의 생물체량(biomass)이 다양하고 풍부할수록 그 토양은 건강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와인이 알코올 발효를 거칠 때 차례로 역할을 이어나가는 서로 다른 타입의 토착 효모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 효모들은 포도밭의 개성과 특징을 드러내는 열쇠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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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자연주의 와인양조의 아버지라 불리는 Jules Chauvet는 보졸레 지역의 네고시앙이자 화학자로써, 포도밭과 양조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보다 자연에 가까운방법들을 연구하고 장려하였다. 그의 이러한 연구는 1980년대에 마르셀 라피에르, 필립 파칼레를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번성하고 있는 자연주의 와인 운동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타계한 보졸레 와인생산자 Marcel Lapierre Chauvet와 뜻을 같이 하며 자연주의 정신으로 와인을 생산해 온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Lapierre는 나중에 언급될 Philipe Pacalet의 삼촌이기도 하다). Alice Feiring은 생전에 그를 인터뷰한 글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들려주는데, 자연주의 와인양조가 시작된 계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1970년대 이전만 해도 보졸레 지역에는 다양한 작물들이 재배되고 있었고, 한 해 정도 와인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큰 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포도재배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발효가 안정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큰 관심사로 대두되었다.
 

포도는 높은 산도와 낮은 pH를 유지하기 위해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로 수확되었고 사람들은 이로써 유산균 박테리아에 의한 불안정한 발효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당분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알코올 농도가 낮기 때문에, 사람들은 설탕을 넣기 시작했고 온도를 높여 발효를 서둘러 진행했다. 온도를 높이면 효모를 포함한 이로운 미생물들이 죽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효모(상업적으로 배양된)를 첨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하여 발효시킬 때 자칫 겪게 될 불안정성과 그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설탕과 효모를 첨가하여 발효를 컨트롤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행태와 관련해 그 당시 Chauvet보졸레를 먹여 살리는 두 개의 젖꼭지는 바로 설탕과 이산화황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자연주의 와인은 이렇게 다르다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와인, 바이오 다이나믹 방식으로 생산된 와인, 자연주의 방식으로 생산된 와인 등은 고급 기술과 기계에 의존하여 생산된 와인에 대한 반대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양조 방식 외에도 이 두 상반되는 와인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이다.
 

저널리스트 Eric AsimovThe New York Times Diner’s Journal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은 명쾌한 설명을 제시한다.


양조에 최소한으로 개입하고, 땅이 균형과 원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성심껏 보살피며, 와인을 그들의 양식처럼 대하는 양조자들의 마음이 위대한 떼루아와 조화를 이룰 때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바로 자연주의 와인이다.


기술적으로 제조된(manipulated) 와인과 자연주의 와인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자를 기술의 성취물이자 특정한 취향과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 조작된 와인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한마디로 독특하고 개성있는(individual) 와인이다. 슬프게도, 많은 수의 와인양조자들이 독특함보다는 예측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이들이 생산하는 와인은 Gap이나 StarBucks처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데 그친다.


나는 다양한 기술들(배양 효모, 알코올을 제거하는 기술, 다양한 첨가물이나 보조제 등)에 의해 창조된 와인과 그렇지 않은 와인들 사이의 차이점을 말할 수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자연주의 와인은 창조된 와인보다 훨씬 더 독특하며(distinctive) 더 흥미롭고(interesting) 더욱 살아있기(alive)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연주의 양조자 필립 파칼레가 만드는 와인은, 위대한 떼루아가 보여주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그가 만든 와인의 아로마는 황홀하며, 짙은 색과 토스티한 오크 풍미 등의 불필요한 요소들은 찾아볼 수 없다. 자연주의 와인이 반드시 모든 사람의 취향에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점이 바로 이 와인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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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aster of Elevage, Philipe Pacalet


필립 파칼레Philipe Pacalet는 부르고뉴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혁신적인 젊은 와인생산자들 중 한 명이다. Domaine Prieure Roch에서 1999년까지 포도재배와 양조를 맡았으며, Domiane Leroy, Chateau Rayas 등 부르고뉴와 론 지방 최고의 와이너리에서 많은 경력을 쌓아왔다.
 

이후 그는 부르고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내기로 소문 난 DRC(Domaine de la Romanee Conti)에서 양조를 맡아달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를 거절한 후 2001년부터 포도밭을 임대하여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2007년에는 비로소 Beaune에 자신만의 와이너리를 설립하여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자연주의 양조의 선구자인 Marcel Lapierre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일찌감치 그의 삼촌과 Jules Chauvet의 사상을 이어받아 자연주의 양조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토착 효모로 와인을 발효하고, 병입 직전에 소량 첨가할 뿐 무수아황산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가메 품종의 경우 무수아황산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피노 누아 품종의 경우에는 무수아황산을 넣지 않으면 아로마들을 잃을 수도 있다) 그 외 효소나 타닌을 와인에 첨가하지 않는다.

또한 와인을 효모 앙금과 접촉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와인의 풍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와인의 산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자연주의 방식을 좇는 필립 파칼레를 Jamie Goode(wineanorak.com) 와인 숙성의 마스터(a master of elevage)’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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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입 작업은 자동화된 설비에 의존하지 않고, 그의 삼촌이 했던 것처럼 수작업으로 와인을 채워넣는다. 이렇게해서 대략 1시간에 300병 정도를 병입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재래적인 방식은 그의 포도밭 선별이나 포도밭 관리 방식, 비개입주의 양조 방식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오래된 낡은 캐스크에 와인을 숙성시키는데, 이 나무통에서 와인은 숨을 쉬며 효모 앙금 위에서 서서히 숙성된다.

이렇듯 철저히 자연주의(비개입주의)를 고수해 온 그는, Jules Chauvet Marcel Lapierre 같은 선구자들의 뒤를 이어 현재 자연주의 와인생산자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리고 필립 파칼레의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자연주의 와인은, 전세계 와인평론가와 칼럼니스트들이 그 순수함과 우아함을 칭송하며 자연으로의 회귀를 외치게끔 만든 주범이 되고 있다.


(수입처 _ 비티스 02 3455 0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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