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차골 형태로 된 격자 시렁으로 나무를 가꾸고 있다. 열매가 더욱 풍부한 햇볕을 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광합성을 위한 충분한 이파리들을 남겨두고 있다. 수확기에 여기서 두 가지 다른 방법으로 가꾼 포도를 맛보았다. 전통적 형태의 포도는 식물적인 미감이 거칠고 익지 않은 타닌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새로운 형태로 가꾼 포도나무의 열매는 잘 익었고, 더 부드럽고 달콤했다. 사려 깊은 포도밭 관리의 효과를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 와인북스 '와인 테이스팅의 이해' 중 -

 

포도 재배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토양, 포도 품종, 클론, 대목, 식재밀도 그리고 수많은 다른 요소들이, 단독으로 혹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
 

▶ 기후
포도나무는 포도가 충분히 성장할 만큼 계절이 길고 따뜻하며 서리가 없는 온난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기후보다 좁은 범위인 미세 기후는 포도나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바다와 만의 근접성, 주변의 언덕과 산들, 포도밭의 경사, 위도, 고도, 바람, 구름양, 강수량 등이 미세 기후에 속한다.
 

▶ 일조량
구릉이나 산은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산은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며 포도가 잘 영글수 있도록 방어막 구실을 한다. 때로는 산 한쪽에서 비가 내리면 구름에 수증기가 부족해져, 다른 한쪽에서는 포도밭에 관개가 필요하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추운 지역에서는 남향의 경사지가 일조량이 좋아 열매가 잘 익기 때문에 포도밭 위치로 이런 곳을 최고로 여긴다. 단, 일조량이 너무 많으면 포도의 산도가 메말라 무미건조하고 힘 없는 와인을 만들 수 있다.
 

▶ 온도
온도 변화는 와인이 균형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낮 동안 극심하게 무더운 와인생산지역은 서늘한 밤에서 혜택을 받는다. 이것이 포도가 익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중단시키고 필수적인 산도를 보존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밤의 서늘한 기온은 포도가 익는 과정을 지연시킴으로써 발아에서 수확까지 기간을 연장하고, 다른 화합물들의 생리적 숙성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 수분
나무의 수령과 크기, 생장 기간, 생장기의 온도, 바람, 습도, 배수, 토양의 수분 함유량, 포도나무의 식재밀도 등은, 포도나무에 필요한 수분량을 좌우한다. 토양이 메마르면 나무는 뿌리를 흙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게 함으로써 수분과 영양소 공급이 더욱 안정적인 환경을 찾는다. 뿌리 구조가 충분히 발달한 포도나무는 가뭄이나 다른 기후적인 난관이 닥쳐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
 

▶ 바람
와인 산지 대부분이 세찬 바람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부드러운 미풍은 포도를 식혀주고 부패를 막아주는 공기 순환을 촉진시킨다. 하지만 개화 직후 불어 닥치는 세찬 바람은 포도나무가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게 방해하고, 꽃을 공중으로 흘뜨려 포도가 열릴 기회를 앗아간다.
 

▶ 토양
토양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토양의 구조, 특히 물을 배수하는 기능에 있다. 원활한 배수는 포도재배에 필수적이며, 포도나무가 뿌리를 땅속으로 깊이 뻗어 수분과 영양소의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토양의 배수 능력은 비옥함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세계 최고의 포도밭은 대부분 땅이 비옥하지 않으며, 대다수가 다른 식물은 거의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땅에 자리잡고 있다.

테루아는 토양과 차이가 있는데, 토양은 테루아의 한 양상일 뿐이다. 테루아는 프랑스어로, 토양, 경사, 일조량, 고도, 강우, 풍속, 안개, 일광 누적 시간, 평균 최고온도, 평균 최저온도 등을 포함하는, 어느 특정 구역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환경을 의미한다.
 

▶ 토양에 맞는 품종 재배
포도 품종마다 열, 일광 시간, 물, 바람, 기후와 토양 모든 요소에 따라 달리 반응한다. 대체로 특정 포도 품종들(카베르네 소비뇽, 진판델, 소비뇽 블랑)은 비교적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반면, 어떤 품종들(피노 누아, 리슬링)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한다. 또 양쪽 모두에서 잘 자랄 수 있는 품종(샤르도네)도 있다.
 

▶ 클론
각 포도 품종은 클론이라고 하는 수많은 포도나무 아형으로 구성된다. 클론은 1920년대에 발견되었지만, 생산자들이 특정 클론의 묘목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대부분 여러 클론을 혼합해 와인을 생산하는데, 해당 품종의 클론을 몇 가지 블렌딩함으로써 와인생산자는 오묘함과 복합성을 띤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 대목
포도나무는 대부분 특수한 해충이나 토양 조건에 내성이 있도록 개량한 다른 대목으로 접붙이기를 한다. 대목은 토양 아래에 있는 뿌리조직으로, 생산되는 포도의 품종과는 관계가 없다. 포도는 대목에 접붙이기를 한 포도나무 품종의 산물이다. 대목은 포도나무의 수세, 수확, 가뭄과 질병에 대한 저항성 등의 요소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 수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요소
포도 품종과 기후에 따라 포도나무의 크기나 모양이 결정되지만, 가지치기 방식, 덩굴을 엮는 방식, 식재밀도, 손수확이냐 기계수확이냐의 결정 역시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가지칠 때 남기는 부위는 이듬해 농작물의 근간이 되는데,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하면 열매가 적게 열리고, 가지치기를 너무 적게 하면 열매가 지나치게 많이 열리고 균형을 잃게 된다.
 

▶ 수확량과 품질
전 세계 대부분의 훌륭한 와인양조장에서는 포도 수확량을 제한한다.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원에서는 종종 5톤 정도의 포도를 생산한다. 구릉지대에서는 3-4톤을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떤 포도원은 기껏해야 2만톤만 생산하기도 한다. 완벽한 생산량을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포도원마다 포도원 자체의 속성과 포도나무의 수세, 포도밭의 역사, 테루아의 특징, 포도의 타입 등을 고려하여 수확물의 품질을 결정한다.



<참고자료 _ 더와인바이블(바롬웍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