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크뤼의 보고(寶庫), 즈브레 샹베르탱(Gevrey Chambertin)
피생(Fixin)을 지나자 즈브레 샹베르탱(Gevrey Chambertin)이 나타났다. 부르고뉴 와인은 자신만의 독특한 등급체계를 갖는데 최고의 부르고뉴산 와인의 등급은 그랑 크뤼(Grands Crus)이며 그 다음 등급으로 프리미어 크뤼(Premiers Crus)가 있다.
즈브레 샹베르탱은 9개의 그랑 크뤼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에서 서비스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평소 무척이나 좋아했던 와인 생산지역에 오니 감회가 새로워서 도저히 버스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즈브레 샹베르탱의 사진을 찍었다. 샹베르탱의 1st Crus는 또한 나폴레옹 황제가 특별히 사랑한 와인으로 유명한데 이 때문에 이 주변에는 나폴레옹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과 호텔도 있었다.
나폴레옹은 또한 와인에 얽힌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남겼는데 특히 전쟁을 떠나기 전에 꼭 샹파뉴 지방의 유명한 와이너리인 모에&샹동에 들러 돔페리뇽 샴페인의 목을 칼로 치는 의식을 치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폴레옹이 그의 전쟁 역사상 딱 한번 그 의식을 치루지 않고 나갔던 전투가 바로 워터루 전투였는데 그 전투가 나폴레옹이 처음으로 패한 전투였다.
또한 샹베르탱 와인에 남다른 감회를 갖는 이유는 언젠가 라트리시아 샹베르탱을 마시면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주석산을 발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까사 델 비노"에 근무하고 있는 김진규씨와 함께 마셨었는데 내가 와인 코르크를 모은다는 것을 알고 '이 코르크는 꼭 가져가야 하는 것'이라며 주길래 보았더니 코르크에 반짝반짝 수정처럼 빛나는 주석산이 맺혀있었다. 이론상으로만 보아오던 주석산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 생김새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와인 맛은 둘째 치고서 라도 너무나도 기억에 남는 와인이었다.
- 조 희 정 -
1. 중세의 도시에서 와인향기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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